[히포시 토크]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긍정하고 있다"
[히포시 토크]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긍정하고 있다"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10.21 20:06
  • 수정 2019-10-21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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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시(HeForShe) 토크 8일 개최
이한 '남성들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가
"페미니즘 공부하고 '맨박스'에서 벗어나"

여성신문은 10월 8일 히포시(HeForShe) 토크를 열었다. 히포시는 성불평등 문제에 남성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유엔 여성(UN Women)의 글로벌 성평등 캠페인이다. 한국 사회는 ‘페미니즘 리부트(Reboot)’와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운동을 경험하면서 성평등 사회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성평등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의 참여가 절실해지고 있다. 이날 좌담회는 신준철 여성신문 상임 이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가는 페미니즘에 관한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있다.

히포시좌담회가 8일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에서 있었다.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운영진 이한,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최주헌,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저자가 참석하였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히포시 토크가 8일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가 이한 씨가 이야기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회자 페미니즘을 만나고 행복해졌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다.

이한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전에는 남성성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쿨한’ 남성성에 대한 강박관념과 ‘맨박스’(Man Box·남성들이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의 틀)가 있었다. (페미니즘을 접하고) 그런 것들을 긍정하게 됐다. 행복하게 사는 게 내 남성성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사회자 ‘20세기 페미니즘의 얼굴’이라 불리는 미국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불평등한 결혼이 남성이 완전한 인격체가 되는 걸 방해한다고 했다. 가부장제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한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한 ‘우리집 아재’라는 웹툰이 있다. 집안의 가장에 대한 이야기인데 되게 밖에서도 선망하고 되게 괜찮은 지위에 있는 아저씨가 집에만 오면 ‘꼰대’가 되는 모습이다. 집에 돌아오면 양말 벗어던지고, 김치볶음밥 1주일에 한 번 하면서 가부장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완전한 인격체가 아닌 게 이런 모습이라는 걸 알았다. 가족과 대화도 잘 못하고 이야기를 하면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 이야기한다. 가부장적 구조가 남성들을 완전한 인격체로 만들지 못한다.

사회자 그렇다면 ‘한남’(한국남자)을 만드는 기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남성의 변화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개인의 경험이나 정책에 대해서 말해주면 좋겠다.

이한 교육이 중요하다. 사회가 다양해지는 것과 별개로 저희는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못 받았고 성평등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 학교에서는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해주면 감사했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억압적인 상황에서 빠르게 변하게 나갔다. 저는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이 컸다. 이후에 들었던 성폭력 예방 교육이 (페미니스트가 되는) 계기가 됐고 그때 만난 좋은 친구들과 주변에서 책을 읽어보라는 권유도 해주고 경험담도 해줬다. 다른 사람도 비슷했을 것 같다. 사회에서의 배워보지 못했던 남성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주고 작은 만남들과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지면 페미니즘을 실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안티 페미니즘’을 어디서 접했는지 물어보면 커뮤니티와 인터넷 뉴스라고 하더라. ‘친 페미니스트’들은 수업과 소모임 혹은 관계 속에서 배웠다고 하더라. 저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심했고 기회를 주지 않았는지 보여주는 자료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을 언론이나 인터넷에서만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교육의 기회나 문화자원이 충분하지 않았던 거다.

히포시좌담회가 8일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에서 있었다.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운영진 이한,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최주헌,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저자가 참석하였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히포시 토크가 8일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활동가 이한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말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회자 남성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가 있다. 여성을 혐오하기도 한다. 적극적인 해결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이한 페미니즘 교육을 받지 못한 남성들 중에서 안티 페미니스트들 그리고 성차별에 친화적이지 않은 남성들이 많은 건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숫자가 많다고 해도 그들의 이야기가 받아들여져 계속 성차별적 세상이 되자는 건 아니지 않나.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 각각 이슈에 대해서 긍정하고 있더라. 언론과 정치권 미디어가 페미니즘의 친화적인 사람들을 좀 더 주목해야 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나왔던 자료에도 약 25%의 남자들은 페미니즘 이슈 뿐 아니라 페미니즘 자체에 긍정적인 반응을 하고 있더라.

사회자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지금 내가 남자들의 할 일은 무엇일까.

이한 페미니즘은 백신이다. 우리가 백신을 맞는 이유가 병이 낫기 위해서가 아니다. 더 큰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백신을 맞으면 뻐근하기도 하다. 페미니즘을 알고 나면 내 삶은 불편해진다. 그럼에도 더 바르게 살 수 있게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백신은 함께 맞아야 한다고 한다. 나 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같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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