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시(HeForShe) 토크 8일 개최
최주헌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회원
"페미니즘 접하고
더 자신을 긍정할 수 있게 돼"

히포시(HeForShe) 좌담회가 8일 여성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최주헌 씨가 말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히포시(HeForShe) 토크가 8일 여성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최주헌 씨가 말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신문은 10월 8일 히포시(HeForShe) 토크를 열었다. 히포시는 성불평등 문제에 남성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는 유엔 여성(UN Women)의 글로벌 성평등 캠페인이다. 한국 사회는 ‘페미니즘 리부트(Reboot)’와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운동을 경험하면서 성평등 사회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성평등은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의 참여가 절실해지고 있다. 이날 좌담회는 신준철 여성신문 상임 이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날 참가한 최주헌 씨는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회원이다. 올해 4월에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9 변화하는 남성성을 분석한다’ 세미나에서 ‘새로운 남성성’이라는 주제로 토론했다.

사회자 페미니즘을 만나고 행복해졌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다.

최주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했는데 크게 생각 안하고 살았던 시기가 길었던 것 같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새로운 생각이 터져 나오는 것들을 보면서 내가 (페미니즘에 대해)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더 페미니스트가 되는 과정에서 고통의 시간을 겪었던 것 같다. 그 과정을 지나고 나서 스스로에게 있었던 문제가 해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저는 학창시절 남자애들 사회와 잘 맞지 않았다. ‘맨박스’와 항상 불화하면서 살았고 페미니즘을 접하고 스스로를 일관성 있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저에게는 페미니즘을 보고 공부하고 실천하는 행복도 있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더 자신을 긍정할 수 있는 길로 받아들인 것 같다.

사회자 ‘20세기 페미니즘의 얼굴’이라 불리는 미국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불평등한 결혼이 남성이 완전한 인격체가 되는 걸 방해한다고 했다. 가부장제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한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최주헌 가부장적인 결혼이 노예제와 많이 비교됐다. 노예제도에서 우리의 주인이 되는 사람도, 인격이 파괴된 인간으로써 지배권을 행사하면서 온전한 인격을 실현할 수 없다. 가부장적인 권력을 인지하지도 않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인격적으로 멀쩡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히포시좌담회가 8일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에서 있었다.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운영진 이한,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최주헌, ‘두 번째 페미니스트’ 서한영교 저자가 참석하였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히포시 좌담회가 8일 서대문구 여성신문 본사에서 열렸다 서울대 여성주의학회 '달' 최주헌 씨(오른쪽)가 이야기 하고 있다. ⓒ곽성경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회자 그렇다면 ‘한남’(한국남자)을 만드는 기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남성의 변화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개인의 경험이나 정책에 대해서 말해주면 좋겠다.

최주헌 위 세대의 남성은 페미니즘에 대해서 ‘여성과 남성은 평등해야 한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은 현재 평등하지 않다’는 건 받아들인다. 아래 세대는 평등해야 한다고 받아들이는데, 지금은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가 되려면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성차별이 더 교묘해지고 더 스며들어있고 여성의 삶을 억압하고 있다는 걸 설득시키려면 더 세련된 언어가 필요하고 받아들이는 남성 측에서도 좀 더 복잡한 생각을 해야 한다. 기계적 평등보다 한걸음 나간 평등을 이야기되면 지금까지 있었던 차별의 역사와 어떻게 차별이 여성과 남성을 다르게 만들어 내는지 세밀하게 살필 수 있어야 하는데 노력을 하지 않으려는 거다. 그래서 교육의 문제가 나오는 거다.

페미니즘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경우가 많다. 경위를 따지고 들어가 보면 사람들이 왜곡된 페미니즘만 접했고 그렇지 않은 페미니즘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

사회자 남성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가 있다. 여성을 혐오하기도 한다. 적극적인 해결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최주헌 대학사회에서는 일단 페미니즘 담론이 진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담론의 장에서 꾸준히 페미니스트들이 싸워왔기 때문에 설득력을 점점 더 가질 수 있었다. 지금 여성들 사이에서는 페미니즘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본다. 남성들 집단 내에서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성들과 깊은 교류를 많이 할수록 페미니즘이 말하는 여성이 겪는 억압과 차별을 더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모르는 남성들은 인터넷이나 커뮤니티에 고립되어 있는데 이들을 끌어내려면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대 남성들은 지금 굉장히 안티 페미니스트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오히려 페미니스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여러 가지 불안전한 지형에서 혼란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기본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평등해야 한다는 건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왜 운동장을 여자애들이 쓰지 않느냐.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 한 스텝만 더 나가면 되는데 거기까지 닿으려면 감동이 있어야 하고 동력이 있어야 한다.

사회자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지금 내가 남자들의 할 일은 무엇일까.

최주헌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공부할 때 자기가 잘못 살아왔던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담론이 확살될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옳은 주장은 설득하기 더 쉽다. 페미니즘에 대한 말은 많아졌다. 진전해 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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