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타 미카 당선으로 보수 지역 정치 지형에 변화 예고
청년·여성 공약 내세운 관료 출신, 무소속으로 압도적 승리
다카이치 총리 취임과 맞물려 여성 리더십 상징적 확대

9일 일본 히로시마현 지사 선거에서 최초의 여성 지사가 탄생했다. 요코타 미카(横田美香·54)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며, 여야 정당의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요코타 신임 지사는 히로시마현 구레시 출신으로,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1995년 농림수산성에 입성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농림수산성 여성·청년정책과 과장, 도야마현 부지사 등을 거쳐 올해 4월부터 히로시마현 부지사로 재직하다 9월 1일자로 사임했다. 관료 출신의 행정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번 선거에서 요코타는 ‘청년과 여성이 살고 싶은 지역사회 조성’과 ‘농림수산업의 생산력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급격히 진행 중인 히로시마의 지역 현실에 밀착된 메시지를 던지며, 젊은 세대와 여성 유권자층의 지지를 폭넓게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당선 직후 NHK와의 인터뷰에서 요코타 지사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더 많은 여성의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여성이 적은 환경에서 일하면서 고민해온 여성 참여 확대를 행정에서 실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히로시마는 일본 자민당의 텃밭이자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지역구이기도 한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이다. 이러한 정치 지형 속에서 여성 리더가 선출된 것은 일본 사회 내 성평등 정치의 진전을 상징하는 이례적 변화로 평가된다.
이번 당선으로 일본의 47개 광역자치단체 중 여성 지사는 야마가타현 요시무라 미에코, 도쿄도 고이케 유리코에 이어 총 3명으로 늘었다. 요코타는 일본에서 여덟 번째로 선출된 여성 광역단체장으로 기록된다.
특히 이번 선거는 일본 정치권 전반에서 여성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치러졌다. 앞서 지난달, 자민당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가 일본 헌정사상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하면서 중앙 정치를 중심으로 성별 다양성 확대의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요코타 지사의 당선은 이 같은 변화의 흐름이 지방 정치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요코타 지사가 향후 히로시마의 행정에서 청년과 여성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일본 정계 내 젠더 감수성 확대를 견인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