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젠더법의 현황

[편집자주] 법에 따라 국가와 사회조직이 운영되고 인간관계가 규율되는 법치국가에서 법령과 그에 따른 판례의 형성과 변화는 성별에 따른 사회적 지위와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여성신문은 법을 여성과 젠더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성평등의 실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젠더법 강좌]를 연재한다. 1부는 법과 젠더 및 성평등의 관계, 2부는 한국젠더법제사, 3부는 젠더법의 현황, 4부는 젠더판례를 주제로 한다.

ⓒ심숙연 디자이너
ⓒ심숙연 디자이너

[자녀의 부성(父姓) 계승주의] 

‘가족법’(‘민법’)은 1958년 제정될 때 “자녀는 아버지의 성(姓)과 본(本)을 따른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고, 아버지를 알 수 없는 경우에만 어머니의 것에 따르도록 하였다. 이 부성계승주의와 성(姓)불변주의는 호주제, 동성동본금혼제와 함께 ‘가족법’의 가부장적 가족제도, 부계혈통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과의 상충과 비준유보]

반면 유엔이 1979년 12월에 채택한 ‘여성차별철폐협약’은 국가에게 “가족성(姓) 및 직업을 선택할 권리를 포함하여 부부로서의 동일한 개인적 권리의 보장”을 요구하였다.

우리나라는 1980년 10월 ‘헌법’을 개정할 때,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였다. 그런데 전두환 정부는 여성차별적인 ‘국적법’과 ‘가족법’을 개정하지 않은 채, 협약의 관련 5개 조항에 대해 비준을 유보하고 1984년 12월 협약에 비준하였다.

그 후 노태우 정부는 ‘가족법’이 1990년 1월 일부 성평등하게 개정되자 1991년 가족법 관련 협약의 3개 조항에 대한 비준유보를 철회하였다. 또한 김영삼 정부 시대인 1997년 12월 ‘국적법’에 부모양계혈통주의와 처의 국적 단독선택권이 도입되자 김대중 정부는 국적에 관련한 협약 조항의 비준유보를 1999년에 철회하였다. 그러나 가족성(姓) 관련 조항의 비준유보는 아직까지 철회되지 않고 있다.

[부모 양성 쓰기 운동과 위헌법률심판 제청]

1997년 ‘3.8여성대회’에서 이이효재 교수 등 170여명의 여성계 인사들이  양성평등 의식을 높이고 가족법 개정을 촉진하기 위해 부모 모두의 성을 함께 쓰는 ‘양성쓰기 운동’을 전개하였다. 또한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은 원고의 부성계승주의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2003년 2월에 제청하였다.

[‘가족법’의 2005년 개정과 성 변경 심판청구]

‘가족법’은 헌재가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후, 2005년 3월 말 대폭 개정되어 성별차등대우를 남녀동동대우로 거의 변경하였다. 그러나 부성계승주의 원칙은 변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개정은 부모(혼인당사자)가 혼인신고 시 자녀가 출생하면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와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아버지, 어머니, 자녀가 법원에 청구하여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입법이었다. 

[헌법재판소의 부성계승주의에 관한 결정]

그런데 헌재는 2005년 12월 부성계승주의 그 자체는 양계혈통을 모두 성에 반영하기 곤란하고 부성계승에 관해 사회일반의 인식이 크게 부정적이지 않으므로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다만, 아버지의 성의 사용을 강제하는 것이 부당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까지 부성주의의 예외를 규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불합치하다는 결정을 하였다.

[유엔의 폐지 권고와 정부의 대책]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우리나라 부성계승주의의 폐지를 권고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부모의 협의를 통해 자녀의 성과 본을 결정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법무부에 2020년 5월 권고하였고 법무부는 1년 후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개정을 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여성가족부는 2021년 4월에 부모의 협의로 자녀의 성을 결정하는 방안을 포함한 ‘제4차 건강가족기본계획’이 국무회의에서 확정되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는 2022년 5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개정 추진계획을 중단함을 밝혔으며, 그해 11월 ‘부성 우선주의’ 원칙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과 성평등가족부, 헌재가 이러한 ‘가족법’의 ‘부성계승주의‘와 여성차별철폐협약의 비준유보 문제를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명예교수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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