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젠더법의 현황

[편집자주] 법에 따라 국가와 사회조직이 운영되고 인간관계가 규율되는 법치국가에서 법령과 그에 따른 판례의 형성과 변화는 성별에 따른 사회적 지위와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여성신문은 법을 여성과 젠더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성평등의 실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젠더법 강좌]를 연재한다. 1부는 법과 젠더 및 성평등의 관계, 2부는 한국젠더법제사, 3부는 젠더법의 현황, 4부는 젠더판례를 주제로 한다.

ⓒ심숙연 디자이너
ⓒ심숙연 디자이너

[‘병역법’의 남녀차등대우의 변천]

‘헌법’은 1948년 7월 제정될 때부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제39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병역법’은 1949년 8월 제정될 때부터 대한민국 국민 중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병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해 남녀차등대우를 하고 있다. 여성의 지원 대상은 1962년 10월 개정에서 “현역”으로 제한했다가, 2011년 5월 개정에서 “현역 및 예비역”으로 확대하였다. 현행법은 2019년 12월 개정될 때와 같이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대한민국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제3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남성들의 헌법소원심판 청구]

‘병역법’의 남녀차등에 대해 남성들이 헌법 위반 여부의 심판을 청구하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군인들이 제대 후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하면 만점의 3~5%의 가산점을 주던 제도에 대해 여성들과 장애인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의견으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1999년 12월 위헌 결정을 한 사건이다. 2001년 1월 말 여성부가 출범하자 남성들의 불공정 시비와 여성들은 권익만 추구한다는 불만이 많아졌다.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남성들의 주장은 여성들도 병역을 수행할 수 있음에도 병역의무를 부담시키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남성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또한 군대에서 복무하는 동안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고, 지정된 군사시설에 거주해야 하며, 학업을 중단해 직업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학문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 

헌재는 남성들의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현재까지 네 차례 합헌결정을 하였다. 1차 결정은 2010년 11월에 하였는데 재판관 9명 중 6명은 합헌, 2명은 위헌, 1명은 각하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 후 2011년 6월 재판관 중 7명이 합헌, 1명은 위헌, 1명은 각하의 의견이었다. 2014년 2월과 2023년 9월의 합헌 결정은 재판관 전원이 일치된 의견이었다.

헌재의 평등권 침해 여부의 심사기준과 논리는 거의 유사하다. 다만 2023년의 결정문은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의 변화에 따른 병역자원 수급 등 사정을 고려하여 양성징병제의 도입 또는 모병제로의 전환에 관한 입법논의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이라는 문구를 처음으로 명시하였다.

[헌법재판소의 평등권 침해 여부의 심사기준] 

성차별이란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성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헌재는 제대군인가산점 제도의 심판에서 ‘헌법’이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제32조 제4항),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제36조 제1항)는 조항들을 두어 특별히 양성평등을 요구한 경우와 남녀차등대우가 관련 기본권에 중대한 제약을 초래하는 경우에는 그 위헌 여부에 관해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엄격한 심사란 남녀를 다르게 대우함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유무를 심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목적의 정당성, 피해의 최소성, 수단의 적합성, 공익과 사익의 균형성을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 헌재는 가산점제도는 목적은 정당하지만,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장애인에게 공무원이 될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는 큰 피해를 주어 수단이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하였다. 

반면 헌재는 ‘병역법’의 성별차등대우에 관해서는 ‘헌법’이 특별히 양성평등을 요구한 고용과 혼인 관련 문제가 아니며, 관련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는 경우로 보기 어렵고, 징집대상자의 범위 결정에 관하여는 입법자의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완화된 심사기준 즉 합리성 유무를 심사하면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명예교수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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