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젠더법의 현황

대한민국 국민 중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한 ‘병역법’의 규정(제3조 제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네 차례(2010년, 2011년, 2014년, 2023년) “합리적 심사기준”으로 심리하여 성별차등대우에 합리성이 있어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며 합헌결정을 했다. 이 결정과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자는 국민 청원에 관해 찬반론의 대립이 있는 상황에서 지난 6월 입대를 앞둔 20대 남성이 위헌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또한 지난 8월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성 현역병 복무”를 골자로 한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행 병역의무 규정과 헌재의 결정에 관한 귀추가 주목된다. 병역 관련 성별차등대우법을 심층 검토하기 위해 헌재의 합헌결정과 이에 관한 찬반론을 살펴본다.
[헌재의 합헌결정 요지]
<주요 이유 : 남녀의 신체적·생리적 차이> 일반적으로 집단으로서의 남성은 여성들보다 근력이 뛰어나 무기 운반과 작동 등 전투 수행에 적합한 신체적 능력이 있다. 반면, 여성들은 생리, 임신, 출산 등의 생리적 특성이 있어 훈련과 전투 수행, 병영생활에 남성들보다 장애가 많다. 이러한 성별 차이에 기초하여, 입법자가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성만을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을 현저히 자의적이라 볼 수 없다. 그래서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국가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
<그 외의 이유 : 여성 병역의무가 초래할 경제적·성적인 문제> 남녀의 동등한 군복무를 전제로 한 시설과 관리체제를 갖추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비교법적으로 전례가 없어 추산하기 어려운 경제적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남성 중심으로 짜여 있는 군조직과 병영의 시설체계에서 여성에 대해 전면적인 병역의무를 부과할 경우, 군대 내부에서의 상명하복의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희롱 등의 범죄나 남녀 간의 성적 긴장관계에서 발생하는 기강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헌재 재판관의 위헌 의견]
헌재의 2010년 결정에서는 재판관 9명 중 2명, 2011년 결정에서는 1명은 다음과 같은 위헌의견을 제시하였다. “헌법상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지는 바, 남녀의 신체적 조건 등에 따르는 차별취급은 용인되어야 할 것이나, 병역법은 국방의 의무 가운데 그 복무 내용이 신체적 조건이나 능력과 직접 관계되지 않는 의무까지도 남자에게만 부과함으로써 남자와 여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취급하고 있고, 현재 그러한 차별의 불합리성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방의 의무의 자의적 배분으로서 남성의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헌재의 합헌결정에 관한 비판론]
헌재의 합헌결정에 관한 비판론은 헌재가 다음과 같은 점을 간과하여 심리했다고 지적한다.
1. 남성보다 신체능력이 뛰어나고 군복무를 원하는 여성이 있는 점과 여군이 증가하고 있는 점
2. 모든 여성이 생리로 인해 업무수행에 지장을 받는 것은 아니며 임신·출산을 하지 않는 점
3. 군대에 전투부대만 있지 않고 행정과 복지 등 다양한 업무가 수행되며 최신 무기의 개발로 전투와 군대 관련 업무에 신체적 능력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점
4. 병역의무 수행으로 인한 남성들의 기본권과 자유의 제한이 큰 점
5. 양성평등과 병력부족 문제의 해소를 위해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고 북한도 여성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점
6. 학기 중 교내 교육과 방학 중 입영훈련을 통해 군사 지식과 리더십을 배우고, 졸업 후 장교로 임관하게 되는 ROTC를 설치하고 있는 여자대학들이 있는 점
이러한 비판론 중에서 헌재의 여성병역의무로 인한 경제적 문제에 관한 판단에 대해 병영시설의 개선에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지만, 정확한 추산도 없이 남성병역의무규정을 유지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견해가 있다. 또한 성적 문제에 관해서는 성희롱 등 젠더폭력 문제는 성별 권력의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 군인과 지휘관의 증가와 양성평등 교육의 실질화로 가부장적 군대 문화와 성범죄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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