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 문화제부터 세월호 피케팅까지
명동·구미·광화문 오가며 쓴 7월 데모기
참사 유가족들에 고개 숙인 대통령
진실규명·처벌·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추모할 권리 완전히 보장돼야

7월10일 저녁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에서 고공투쟁 승리문화제가 열렸다. 고진수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이 당시 148일째 고공농성 중인 현장 앞에서 진행됐다.  ⓒ정보라 작가 제공
7월10일 저녁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에서 고공투쟁 승리문화제가 열렸다. 고진수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이 당시 148일째 고공농성 중인 현장 앞에서 진행됐다. ⓒ정보라 작가 제공

7월10일 처음으로 고공투쟁 승리문화제에 갔다. 고공농성 3개 사업장 승리투쟁 문화제는 오래된 순서대로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박정혜 수석부지회장(2024년 1월 8일 농성 시작), 세종호텔 고진수 지부장(2025년 2월 13일 농성 시작),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2025년 3월 15일-6월 19일)의 고공농성에 연대하기 위해 4월부터 시작된 문화제이다. 김 지회장이 협상 타결을 쟁취해 고공농성을 종료한 뒤로 고 지부장과 박 수석부지회장이 남아 고공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제는 10일 명동 세종호텔 앞, 고 지부장이 당시 148일째 고공농성 중인 현장 앞에서 진행됐다. 세종호텔은 정규직 고용을 축소하고 비정규직, 하청고용을 확대하는 한편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조합원들을 부당해고했다. 고 지부장은 노조할 권리, 비정규직 철폐, 부당해고 철회를 위해 싸우고 있다.

집회 장소인 세종호텔 앞에 갔을 때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깃발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거통고 연대동지들은 김 지회장이 승리해서 내려온 뒤로 왠지 다들 반짝반짝 빛나고 키가 더 커진 것 같다. 부럽다. 그 멋진 기운을 받아 고 동지와 박 동지도 하루빨리 내려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마와 폭염이 번갈아 공격하는 명동 한복판에서 고 지부장은 터널 진입 차단 구조물 위에 가느다란 합판을 깔고 생활하고 있다. 낮에는 너무 더워서 움직일 수도 없고 두통에 시달린다고 했다. 전형적인 온열질환 증상인데 굉장히 걱정된다.

7월10일 저녁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에서 고공투쟁 승리문화제가 열렸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으로 구미에서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을 대신해서 최현환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보라 작가 제공
7월10일 저녁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에서 고공투쟁 승리문화제가 열렸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으로 구미에서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을 대신해서 최현환 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보라 작가 제공

박정혜 동지도 당시 구미에서 550일째 고공농성 중이었다. 박 동지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들은 일본 기업 니토덴코의 횡포와 외투자본의 먹튀 행태를 규탄하며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최현환 지회장이 명동에 와서 박 동지 대신 발언을 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모회사가 일본 니토덴코이기 때문에 노동부와 외교부 양쪽의 장관 인사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다는 상황 보고였다. 고 동지와 박 동지는 고공에서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있다. 인사청문회 하는 장관 후보들을 전부 고공에 올려놓고 두 동지들은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벌써 두 번째 여름을 맞이한 박 동지는 언제나 차분하고 당당하지만 건강 상태는 사실 많이 위태롭다. 같이 투쟁하던 소현숙 동지가 건강이 안 좋아져 농성을 중단했으니 박 동지가 아직 혼자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박 동지는 혼자서 매일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이라는 슬픈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빨리 고공농성 승리해서 내려와야 한다. 목숨이 걸린 문제다.

고공투쟁 승리문화제는 원래 목요일에 했는데 이제 화요일마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한다. 그리고 7월31일 저녁 6시 드디어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고공투쟁 승리문화제가 열린다. 서울에서는 이날 오후 1시에 세종호텔 앞에서 버스가 출발한다. 혹시 개인적으로 KTX 타고 오시는 분들은 동대구역에서 내려서 일반열차 혹은 광역철도 대경선을 타고 구미역에 오시면 내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까지 차량 운행할 예정이다. 정보라가 운전하는 차는 아무도 안 타고 싶으실 테니 오후 1시 명동 세종호텔 앞 버스 타고 최대한 많이 오셔서 박정혜 동지를 응원해 주시면 좋겠다.

지혜복 교사 부당해임 철회와 A학교 성폭력사안 온전한 해결을 위한 13차 집중집회가 지난 7월 9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정보라 작가 제공
지혜복 교사 부당해임 철회와 A학교 성폭력사안 온전한 해결을 위한 13차 집중집회가 지난 7월 9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정보라 작가 제공

7월9일에는 정말 오랜만에 세월호 피케팅을 하러 갔다. 광화문 지하철역을 나와서 길을 건너려는데 “지혜복을 학교로!” 구호가 들려왔다. 지혜복 선생님은 학교 성폭력 사건을 제보했는데 학교가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선생님을 다른 학교로 전보 발령했다. 여기에 항의해서 싸우던 중 올해 2월 선생님과 연대동지까지 23명이나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폭력적으로 연행됐다. 지 선생님과 연대동지들은 학교성폭력 근절, 젠더평등 성교육 시행, 공익제보자 지위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나도 지혜복 선생님과 동지들을 따라 광화문 광장 남단에서 북쪽까지 잠깐 행진했다. 그리고 얼른 나와서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으로 갔다. 부모님들, 연대하는 시민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와 한 시간 정도 피케팅을 했다. 광화문 광장 남단에는 분수가 솟아오르고 여러 나라 아이들이 여러 나라 말로 웃고 떠들며 물놀이하고 있었다. 2014년 7월의 불타는 더위, 단식하다가 한 분씩 쓰러져 실려 가던 유가족 아버님들, 유민 아버님 단식 천막 뒤에서 분수가 솟고 아이들이 놀던 광경들이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지하차도참사, 제주항공 참사 등 사회적 참사 유가족을 영빈관으로 초청해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정부를 대표해 공식 사과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11년 만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장이 시민의 안전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거기서 끝날 수는 없다.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까지 모두 이뤄지고 추모할 권리가 완전히 보장돼야 한다.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기억공간 지키기 광화문광장 집중 피켓팅이 지난 7월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정보라 작가 제공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기억공간 지키기 광화문광장 집중 피켓팅이 지난 7월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정보라 작가 제공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기억공간 지키기 광화문광장 집중 피켓팅이 지난 7월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정보라 작가 제공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기억공간 지키기 광화문광장 집중 피켓팅이 지난 7월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정보라 작가 제공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6반 임경빈 학생의 어머님이 경빈이 구조 지연에 대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당시 해경과 해수부에 대한 형사재판이 흐지부지 무죄판결이나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고 이미 10년 이상 지났기 때문에 민사재판을 통해서라도 정부가 참사 상황에서 시민을 구조하지 않은 책임에 대한 판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안산 4·16세월호생명안전공원 건립과 함께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 이태원참사 유가족분들이 운영하는 종로 ‘별들의 집’이 하루빨리 영구적으로 안정된 자리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사 피해자와 생존자, 유가족, 그리고 연대하는 시민들이 명확한 의제를 중심에 두고 모일 물리적인 공간은 추모할 권리라는 관점에서는 물론이고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의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나는 지난 15일 스페인 출국을 앞두고 12일 구미에 잠깐 들러서 박정혜 동지에게 인사를 했다. 두 번째 여름을 버텨내고 있는 박 동지가 몹시 걱정된다. 다시 한 번, 아무도 고공에 오를 필요가 없는 세상을 원한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용승계, 세종호텔 부당해고 철회, 노조 할 권리, 노동자 생존권과 모두의 존엄을 위해 투쟁하는 동지들을 응원하며 함께 투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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