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

6‧3 조기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유일한 후보가 있다. 진보당 김재연 대선후보다. 지난달 19일 진보당 후보로 선출된 그는 “소득, 젠더, 주권, 지역 등 모든 불평등을 깨트려가는 대통령, 대한민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발언은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 김 후보는 미아역 여성살해 사건 현장을 직접 찾아 “여성혐오 범죄가 이 땅에 더는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싸우겠다”고 밝혔고, 앞서 동덕여대 재학생연합 주최로 열린 집회에 몇 차례 참여하며 학생들과 연대한 바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본관 내 진보당 사무실에서 김 후보를 만났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성평등 의제가 사라졌다. 정치권의 침묵은 비겁한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번 대선은 시민들이 123일간 광장에서 만들어낸 결과다. 특히 여의도와 남태령, 한남동에서 응원봉을 들고 밤을 지샌 청년 여성들이 주역이었다. 이들이 외친 핵심 요구는 ‘성평등’이었다. 탄핵 국면에서는 청년 여성들을 추켜세웠지만, 정작 대선 국면에 들어서자 성평등 의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은 진보 정치의 직무 유기다.”
김 후보는 여성 정책으로 “생존과 경제적 평등”을 두 축으로 제시했다. 여성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성평등 정책의 중심에 둔다는 구상이다. 다음은 김 후보와의 일문일답.

― 20대 대선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지난 대선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이번 대선은 평범한 5년 주기의 선거가 아니다.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시민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조기 대선이다. 그만큼 정치적 특수성이 크고, 시민들의 참여와 의식도 깊어졌다. 특히 광장에서 탄핵을 외친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사회’였다. 3년 전보다 진보 정치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더욱 무겁다고 느낀다.”
―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번 탄핵 광장에 수많은 청년 여성들이 나왔다. 그 이유는 여성들이 아주 오랫동안 사회적 구조 안에서 불평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사회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이에 123일간 여성들은 광장에 나와 목소리를 냈다. 청년여성들은 여의도를 꽉 채우고, 남태령, 엄동설한의 한남동에서 밤을 세며 응원봉을 들고 성평등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그 요구에 정치적으로 응답하고 싶어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게 됐다.
청년 여성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대선국면에서 이 여성들의 목소리, 광장의 목소리를 정치적 목소리로 바꿔보겠다. 이들의 요구가 국회 밖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 보겠다."
― 발표한 성평등 공약 가운데 가장 주력하는 과제는?
“여성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최우선이다. 최근 미아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여성혐오살인 사건이라고 본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사회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 여성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
또 하나는 성별임금격차 해소다. 한국은 지난 28년째 OECD 국가 중 성별임금격차 1위를 하고 있다. 여성에게 저임금과 불안전 노동이 당연시되는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여성의 안전과 노동에서의 평등이 구상하고 있는 성평등 정책의 두 핵심 축이다.“

― 동덕여대 사태 대응에 유일하게 연대한 원내 정당 정치인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였나?
“학생운동을 했던 입장에서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문제의 시작은 지속된 사학비리와 학교의 비민주적인 절차에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부당함에 맞서 싸우자, 오히려 이들을 향한 비난 여론이 형성됐다. 비상식적이었다. 학생과 학교의 싸움은 구조적 권력 차가 너무 큰 싸움이다. 그래서 연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나서게 됐다.”
― 민주당과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이번 조기 대선은 내란 때문에 일어난 특수적인 대선이다. 내란 종식과 사회 대개혁이라는 목표를 위해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당시 ‘촛불 정부’를 자임했지만, 그 안에 촛불 시민들이 끼어들 틈은 없었다. 시민의 성과를 정치가 독식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광장을 만든 시민들의 의지가 정치에 반영돼야 한다.”
― 진보를 말하는 다른 대선 후보도 있다. 왜 김재연이어야 하나?
“진보 정치의 ‘실행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제는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 필요하다. 광장의 힘을 대선 이후까지 계속 이어나가고 키워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본다. 진보당은 광장의 목소리를 제도로 실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진보당의 대표이자 대선 후보로써 그 역할의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 ‘진보 정치의 새로운 전성기’를 언급했는데, 김재연이 말하는 진보란?
“진보란 구호가 아니라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정치다. 경쟁과 약육강식의 구조를 넘어, 공존과 평등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여성,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스로 주체가 되는 정치, 그것이 내가 말하는 진보다.”
― 1호 공약이 내란 세력 청산이다.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인적 청산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 공직자 재산 공개를 강화하고, 검찰과 언론 권력을 개혁하겠다. 동시에 시민들이 정치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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