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연극 '그의 어머니'
강간범 어머니 '브렌다 카포위츠' 역
죄책감과 모성애 사이 복잡한 내면연기 호평
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 제공

배우 김선영이 연극 '그의 어머니'를 통해 7년 만에 무대와 다시 호흡했다.

1995년 연극 '연극이 끝난 후에'로 데뷔한 김선영은 오랜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섬세하고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어머니'는 영국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의 희곡으로, 하룻밤 사이 세 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아들의 형량을 줄이려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선영은 극 중 가해자인 아들 '매튜 카포위츠'(최호재)의 어머니 '브렌다 카포위츠' 역을 맡아, 무게감 있는 감정 연기로 관객을 압도했다.

브렌다는 세간의 비난과 언론의 시선 속에서도 일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둘째 아들 '제이슨'(최자운)을 학교에 보내는 등 어머니로서의 삶을 이어간다. 특히, 변호사이자 친구인 '로버트'(홍선우)와 아들의 재판을 두고 나누는 대화는 인물의 내면 갈등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무대 후반, 아들과 마주한 브렌다는 억눌러온 감정을 폭발시키며 절규하고, 그 순간 무대는 그녀의 감정에 휩싸인다. 모성과 죄책감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김선영의 연기에 관객들은 숨을 죽였고, "김선영이 아니면 안 되는 캐릭터"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김선영은 특유의 힘 있는 발성과 몰입감을 배가시키는 감정 연기를 통해 극의 중심을 탄탄히 지탱했다. 단순한 감정 소화에 그치지 않고,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사회적 시선 속에서 복잡하게 뒤엉킨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 점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편 김선영은 배우 활동 외에도 극단 '나베'를 이끄는 연기 디렉터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오는  5월 7일 제46회 서울연극제 개막식 사회자로 무대에 오를 예정으로,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이어가는 그의 활약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한편 '그의 어머니'는 지난 2일 개막해 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