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 데뷔 40년 만에 정식 무용수 데뷔
이영애, 32년 만의 연극 복귀
송선미, 사별 딛고 ‘분홍 립스틱’으로 무대 복귀

(왼쪽부터) 배우 채시라, 이영애, 송선미. ⓒ연합뉴스, SNS
(왼쪽부터) 배우 채시라, 이영애, 송선미. ⓒ연합뉴스, SNS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인기를 끌었던 여성 스타들이 새로운 무대를 찾아 나섰다. 연극, 무용 등 각기 새로운 도전으로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어느덧 데뷔 40년 차가 된 배우 채시라는 국립정동극장의 30주년 기념 전통연희극 ‘단심’을 통해 정식 무용수로 데뷔했다. ‘단심’은 고전 설화 ‘심청’을 모티브로, 한국무용과 전통연희에 현대적 감각을 더해 심청의 내면을 재해석했다. 채시라는 ‘용궁 여왕’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였다.

채시라는 1985년 데뷔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춤을 선보여왔다. 1995년 전설적 무용수 최승희의 삶을 다룬 MBC 2부작 드라마 ‘최승희’, MBC 드라마 ‘아들의 여자(1994)’, ‘여명의 눈동자(1991)’에서 무용 장면을 연기했다. 작년 제45회 서울무용제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짧은 무용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 2019년 MBC 드라마 ‘더 뱅커’ 이후 연기 활동을 잠시 멈췄다가 이번 ‘단심’을 통해 무용수로 공식 데뷔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단심’ 프레스콜에서 그는 짤막한 소감을 밝혔다. 

“꿈에 그리던 ‘무용수’라는 단어가 제 앞에 붙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배우 이전에 무용수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몇몇 작품에서 춤을 잠깐씩 췄었지만 꽤 오래전 일이었어요. 15분 가까이 퇴장하지 않고 춤과 연기를 아우르게 됐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훈련에 투자해야 했어요. 앞으로도 무용수라는 단어가 제 이름 앞에 붙을 기회가 있을지 기대해 보게 되고, 이 작품을 통해 무용수로 인사드리게 돼서 기뻐요.”

‘단심’은 오는 6월 28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펼쳐진다.

이영애 ‘헤다 가블러’ 공연 장면. ⓒLG아트센터
이영애 ‘헤다 가블러’ 공연 장면. ⓒLG아트센터

배우 이영애는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했다. 7일 마곡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개막한 LG아트센터 25주년 기념 제작 연극 ‘헤다 가블러’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섰다. 이영애가 연극 무대에 서는 건 1993년 ‘짜장면’ 이후 32년 만이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얼굴을 비춰온 그가 이번 연극에서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이영애는 8일 오후 서울 마곡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헤다 가블러' 제작발표회에서  “결혼하고 출산과 육아를 겪으며 여성으로서 다양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됐을 때 만난 작품”이라며 “20대나 30대 때 만났더라면 이렇게 공감하면서 (연기)할 수 있을까 싶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 원작의 ‘헤다 가블러'는 학문밖에 모르는 남편 조지 테스만과 결혼한 후 권태를 느끼던 헤다가 과거 연인이자 재기에 성공한 작가 에일레트, 동문이자 에일레트의 공동연구자 테아, 헤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오는 판사 브라크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19세기 만연했던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내면 갈등과 심리를 다룬 작품으로 유명하다. ‘여성 햄릿’으로 일컬어질 만큼 중요한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이영애가 연기하는 주인공 ‘헤다’는 외면은 우아하지만 내면에는 숨겨진 불안과 욕망, 파괴적인 본성을 가진 입체적 인물.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장군의 귀한 딸로 당당하게 자기 삶을 살던 헤다가 결혼 후 느끼는 권태감과 갈등, 내면의 혼돈을 다룬다. 연극 무대 복귀 소식만으로도 개막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동안 드라마, 영화 등 좋은 작품을 많이 했지만 배우로서 항상 목마름이 있었어요. 50대가 된 지금 여자로서, 배우로서 다양한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캐릭터가 ‘헤다’가 아닌가 싶어요. 영화와 드라마에서 봤던 ‘이영애'와 연극은 확실히 다를 거예요.”

공연은 6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이어진다. 

송선미 ‘분홍 립스틱’ 공연 장면. ⓒ문컴퍼니
송선미 ‘분홍 립스틱’ 공연 장면. ⓒ문컴퍼니

배우 송선미도 연극 ‘분홍 립스틱’으로 오랜만에 무대에 올랐다. 지난 4월 4일부터 지난 11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 무대에 섰다. 지난 2017년 남편과 사별한 후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간간이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추다 작년 11월 새 소속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활발히 활동을 예고했다.

이후 지난 3월 18일 방송된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해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3년 동안 남편을 찾아다니는 꿈을 꿨다”고 털어놓았다.

송선미는 2006년 미술감독 출신 설치미술가 남편과 결혼해 2014년 딸을 출산했다. 그러나 2017년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후 딸을 키우면서 버텨왔다고 밝힌 송선미는 딸 덕분에 힘든 시간을 견디고 슬픔을 극복해 다시 무대에 설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송선미가 선택한 복귀작 ‘분홍 립스틱'은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그린 작품이다. 어머니로 살기 전 한 여성으로서 시어머니의 모습과 그의 아픔, 그리고 며느리가 그것을 이해하게 되는 가슴 따뜻한 여정을 담아낸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증가하는 치매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공감과 이해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송선미는 극중 배우 공정환과 부부로 호흡을 맞추며 현실적인 부부 생활의 애환을 그렸다. 개막을 앞둔 지난 3월 ‘아침마당’에 출연한 당시 연기와 연극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있어요. 이 인물을 정말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연기는 어떤 답이 없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것이 매력적이에요. 반복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돼요. 어제 연기할 때는 이 의미를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 연기할 때는 ‘이 의미가 이런 의미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달라져요. 하나씩 하나씩 할수록 얻어지는 것이 연극의 매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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