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젠더법의 현황

[편집자주] 법에 따라 국가와 사회조직이 운영되고 인간관계가 규율되는 법치국가에서 법령과 그에 따른 판례의 형성과 변화는 성별에 따른 사회적 지위와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여성신문은 법을 여성과 젠더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성평등의 실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젠더법 강좌]를 연재한다. 1부는 법과 젠더 및 성평등의 관계, 2부는 한국젠더법제사, 3부는 젠더법의 현황, 4부는 젠더판례를 주제로 한다.

민방위 대원들이 방독면 착용을 연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방위 대원들이 방독면 착용을 연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방위기본법’의 남녀차등

이 법은 제18조(조직)에서 “민방위대는 20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 40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의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으로 조직함”(제1항)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과 “여성은 지원하여 민방위대의 대원이 될 수 있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여군도 전역 후 민방위대에 자동 편성되지 않고 지원해야 민방위 대원이 될 수 있다. 현재 민방위 대원 362만명 중 여성은 약 5100명(0.14%)이다. 이 법의 남녀차등은 1975년 제정될 때부터 규정됐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성차별은 아닌지?

남녀차등의 성차별 여부를 심사하는 기준

성차별이란 합리적 이유 없이 불이익을 주는 행위이므로 ‘합리적 이유’ 없이 남녀를 다르게 대우하면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가 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고용이나 혼인과 관련한 사안에 관해서는 보다 더 엄격한 심사를 한다. ‘헌법’이 고용에 관해 여자근로에 대한 부당한 차별 금지와 특별보호(제32조제4항), 혼인과 가정생활에 관해 양성평등(제36조제1항)을 명시하고 있음을 근거로 한다. 그리해 군인이 제대 후 취업시험에 응시하면 가산점을 주던 제도와 호주제는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받았다. 엄격한 심사란 남녀차등에 대해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공익성의 정도를 모두 검토해 평등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병역법’의 남성징병제는 합리적 심사기준을 적용받았다. ‘민방위기본법’의 남녀차등도 합리적 심사기준의 대상이 된다. 민방위대의 임무와 성격에 비춰 남성 위주의 편성이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경우에 해당되거나 제반사정에 비춰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고 인정돼야 성차별이 되지 않는다.

‘병역법’의 남녀차등과의 비교

현행 ‘병역법’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대한민국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제3조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남성위주의 군대 편성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10년과 2014년에 이어 2023년에도 합헌결정을 해 성차별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임신·출산 등의 모성기능을 가지고 남성은 체격과 근력이 우월해 무기를 다루거나 전투 수행에 남성이 여성보다 더 적절하다고 봐 국가가 남성위주로 군대 편성을 하는 것을 자의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군대는 전투만 하는 곳이 아니며 행정, 사회복지 등 다양한 업무가 수행되며, 직업훈련과 취업 장소가 될 수 있어 남성 위주의 군편성은 여성에게 차별이 될 수 있다는 등의 비판이 있다.

민방위대의 임무와 편성의 성차별성

‘민방위기본법’에서 ‘민방위’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나 재난사태으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정부의 지도하에 주민이 수행하여야 할 방공, 응급적인 방재(防災)·구조·복구 및 군사 작전상 필요한 노력을 지원하는 등의 모든 자위적 활동을 말한다(제3조제1호). 

민방위 대원은 군인이나 예비군이 아니라 민간인이다. 평상시에는 교육·훈련을 받고 재난이나 전시가 발생한 경우에는 주민과 교통의 통제, 인명구조 및 피해 시설물의 응급복구 등의 임무를 한다. 교육·훈련은 연간 10일, 50시간 한도로 한다. 실제로는 1~2년 차는 매년 4시간 1회 현장 교육(집합교육)을 받고 이후 4년 차까지는 매년 2시간 1회 자택, 나머지 40세까지는 매년 1시간 1회 자택에서 온라인 교육으로 이뤄지고 있다. 교육훈련의 내용은 주로 심폐 소생술, 재난대비와 안보, 때로는 성매매 예방 등 성평등 교육도 이뤄진다. 소관부처도 국방부가 아니라 행정안전부다. 

이러한 상황인데 민방위대를 남성위주로 편성하는 것에 과연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20~40세 여성은 임신, 출산, 육아, 가족돌봄을 담당한다는 여성관(젠더)에 기초해 여성을 민방위 의무에서 제외한 것으로 추정된다. ‘병역법’과 함께 ‘민방위기본법’의 남녀차등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명예교수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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