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한국젠더법제사

광복 후 현재까지 약 80년간 이뤄진 많은 젠더 입법 중 성평등의 걸림돌이 된 입법과 입법오류의 사례를 살펴본다.
가부장적 ‘가족법’의 제정
제1공화국 시대인 1958년 2월에 제정된 ‘가족법’(‘민법’의 제4편(친족)과 제5편(상속))은 호주제와 동성동본금혼제 등 남성 중심의 유교적 가부장제를 토대로 여성을 차별했다. 법안을 마련한 국회 법전편찬위원회는 남성의원들로만 구성됐다. 이 법의 가부장성은 가족관계 뿐 아니라 모든 사회 영역에서 성별에 관한 인식(젠더)과 법질서에 영향을 미쳤다. 50년 만인 2008년에 호주제가 폐지됐어도 그 잔재는 남아 있다.
‘제3공화국 헌법’의 “남녀동권” 조문 폐지
박정희 통치시대인 1962년 12월 개정된 ‘헌법’은 “혼인은 남녀동권을 기본으로 하며”라는 ‘제헌헌법’의 조문을 삭제했다. ‘가족법’에 대한 위헌론을 봉쇄하기 위해 단행된 조치다. 이 조항이 존치됐다면 가족관계법의 역사는 다르게 전개됐을 것이다.
‘남녀차별금지법’과 성차별·성희롱 전담구제제도의 폐지
성평등 실현을 위한 법제는 김대중 통치시대(1998.2.25.~2003.2.24.)에 가장 많이 발전됐다. 1999년 2월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을 제정해 공공기관과 사용자에게 고용, 교육, 재화·시설·용역의 제공과 이용, 법과 정책의 집행에서의 남녀차별을 금지하며, 성차별·성희롱 사건의 피해 구제 제도를 마련하고 2001년 1월에 강화한 것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입법 사례에 포함된다.
그런데 노무현 통치시대인 2005년 6월 이 법과 여성부 소속으로 성차별·성희롱 구제업무를 전담하던 ‘남녀차별개선위원회’는 공청회도 없이 폐지됐다. 이 조치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해소 업무를 일괄 담당하게 한다는 정책 결정으로 이뤄졌다. 이 법이 존치됐다면 남녀차별 해소 정책과 권리구제제도는 보다 발전됐을 것이다.
‘여성부’의 ‘차별개선국’과 여성정책 전담행정부처의 폐지
김대중 통치시대에 성평등 실현을 위한 입법이 역대 가장 많이 추진된 데는 1998년 2월에 설치된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와 중앙행정부처의 ‘여성정책담당관’, 2001년 1월에 설치된 ‘여성부’와 같은 여성정책 전담 행정조직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노무현 통치시대인 2004년 3월 ‘정부조직법’이 개정돼 보건복지부의 영유아 보육업무가 ‘여성부’로 이관됐다. 2005년 6월엔 “가정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고 가족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개편되면서 ‘차별개선국’이 폐지됐다. ‘여성가족부’는 이명박 통치시대인 2008년 2월엔 ‘여성부’로 축소됐다 2010년 1월에 ‘여성가족부’로 다시 개편돼 여성정책과 청소년정책 및 가족정책 관련 업무를 관장했다. 그리해 남녀차별개선 정책은 퇴보하고 성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여성정책 전담행정부처는 폐지됐다.
‘남녀고용평등법’의 제정 오류
전두환 통치시대인 1987년 12월에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은 남녀 모두에 대한 성차별을 금지하고 육아휴직을 제공하는 국제적 입법례와 달리 여성에 대한 차별금지와 육아휴직을 규정하고 근로조건의 가장 핵심인 임금에서의 차별금지는 누락했다. 이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전문적인 입법연구를 무시하고 일본에서 1985년에 제정된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을 무분별하게 참조해 졸속 입법을 함으로써 초래됐다.

‘성폭력특별법’의 제정 오류
김영삼 통치시대인 1994년 1월에 제정된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은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조항에서 친족을 “연장의 4촌 이내의 혈족”으로 규정해 의붓아버지 등의 인척과 연하 또는 동갑의 친족에 의한 성범죄에 적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초래했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등” 조항에서 장애인을 신체장애인으로 제한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사건에 적용하지 못하는 문제도 초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성희롱 개념조항의 오류
노무현 통치시대인 2005년 7월에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신설된 성희롱 개념조항은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란 문구를 포함했다. 그런데 이 법은 직장 내 성희롱만이 아니라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을 규율하므로 불이익을 고용상의 것으로 규정한 것은 타당치 않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 오류는 시정되지 않고 있다.
‘양성평등기본법’의 제정 오류
박근혜 통치시대인 2014년 5월에 “남녀평등의 촉진과 여성의 발전‘을 목적으로 한 ‘여성발전기본법’을 전부 개정하는 형식으로 ‘양성평등기본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양성평등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며 “양성평등”의 개념을 정의하고 “양성평등정책”에 관해 규정했다. 그런데 “성 주류화 조치”, “성별영향분석평가 “국가성평등지수” 조항들은 “성평등”’이란 용어를 사용해 그 이유와 의미에 관한 논란을 발생시켰다. 또한 “성 주류화 조치”, “성인지” 예산과 교육의 의미는 모호하고 불완전하게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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