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여성신문 특별기획-돌봄딜레마: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라③]

정부가 돌봄 노동 분야에 대한 저평가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발간해 돌봄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돌봄업종의 최저임금을 낮게 책정해야 한다고 했다. 돌봄노동을 두고 '저생산 노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 다음 달 윤석열 대통령은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 가족들을 가사‧돌봄노동에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최저임금 제한을 받지 않는 유연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돌봄업종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의에 불을 붙였다.
비록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부결됐지만, 9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한국에 입국했다. 내년에는 유학생 또는 외국인 노동자의 배우자가 가사 사용인으로 일하게 될 예정이다. 가사 사용인은 사적 고용에 해당돼 최저임금 적용도 받지 못한다. 휘몰아치는 돌봄 저평가 속에 우리에게 남은 질문이 있다. 정말 돌봄 노동은 저생산 노동일까. 돌봄 노등의 경제적 가치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여성의 고용, 일 가정 양립 등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경제 문제를 연구해온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돌봄 노종자의) 임금이 낮으니까 돌봄 노동의 생산성이 낮게 측정되고, 생산성이 낮으니까 임금을 낮게 주는 도돌이표로 순환이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돌봄 노동은 교육과 같이 공공재로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달 27일 줌(ZOOM)으로 윤 교수에게 돌봄 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물었다.

- 정부는 내년 5천명 규모로 유학생 및 이주노동자의 배우자가 가사 사용인으로 일하는 정책도 내놨다. 이는 사적 고용에 해당돼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할 예정이다. 이렇게 외국인 노동자들에 최저시급 이하를 주면 시민들이 돌봄 비용에 대한 부담이 해소되고, 돌봄 노동자 부족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보는가.
“돌봄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다. 하지만 원인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비경제활동 인구까지 포함해서 잠재적인 노동 인력이 없어서 돌봄 인력이 부족한지, 아니면 돌봄 일자리의 노동의 질이 열악하기 때문에 아무도 돌봄 노동에서 일하려고 하지 않아서 사람을 못 구해서 돌봄 인력이 부족한지 따져봐야 한다.
두 가지 요인 모두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가 공공 돌봄을 하고 있다고 해도, 돌봄 노동자 입장에서 월 소득이 생계를 보장해주지 않고, 언제든 이 일자리가 단절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사람을 일대일로 돌보는 일이기에 힘들기도 하다. 그런데 휴가같이 보통의 노동자들이 누리는 근로기준법상의 권리를 못 누린다. 앞으로 돌봄 노동을 하려는 젊은 세대가 줄어들 것은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9월에 들어왔다. 한 달 충분한 소득을 얻으려면, 최소 하루 두 가구 이상에서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이동시간이 하루 3시간을 넘어가기도 한다. 외국인들이 초반에는 돌봄 노동 분야로 진입한다고 해도 이 사람들이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한다면, 계속 돌봄 노동을 할까. 벌써 2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이탈한 것은 이런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유는 충분한 소득을 얻기 위해서다. 충분한 소득이란 가능한 긴 노동을 해야 보장된다. 그런데 돌봄 일자리는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지 못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월급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안정된 근로시간과 소득을 보장하는 식으로 가야 외국인들이 들어와도 돌봄 인력이 충분히 공급될 것이다.”

- 윤 대통령은 돌봄 서비스 분야에 대한 시장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시장화가 갖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또 시장화가 되면 이용자들이 돌봄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나.
“장단점이 다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접근성은 좋아질 것이다. 돌봄의 영역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욕구가 있다. 예를 들어, 7개월만 돌봄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7일, 2시간만 돌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시장화 기조에서 이용자는 돈을 지불하기만 하면 돌봄 인력에 접근할 수 있다. 요새 요양보호사 앱도 많은데, 이런 앱을 통해서 이용자들은 간편하게 자신의 욕구에 맞는 돌봄 인력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점은 책임 소재다. 이용자와 돌봄노동자의 계약이 불분명하다. 돌봄 노동자는 이용자와 직접 계약한 것도 아니고, 중개업체를 통해서 계약을 맺은 것이다. 서로 근로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다. 때문에 내가 입원해서 5일간 돌봐줄 사람을 구했는데, 돌봄 노동자가 힘들다고 중간에 그만두고 나가버린다고 해도 구속할 수 없다. 중개업체에 항의할 수는 있겠지만, 그 돌봄 노동자에 대한 구속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돌봄 서비스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관리다. 믿을 수 있는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저소득층 돌봄에 대한 지원, 서비스 연계는 잘 돼 있다. 그런데 중산층은 구매력은 있지만, 믿을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 소득 기준별로 다른 비용을 내더라도, 좋은 돌봄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모든 국민에게 보장할 필요가 있다. 그런 것이 보편성이다.”

- 지난 4월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돌봄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돌봄업종의 최저임금을 낮게 책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돌봄노동을 두고 '저생산 노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돌봄노동이 실제로 저생산 노동인가.
“인력 한 명이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가를 생산성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 한 달에 200만원으로 한 명을 고용해서 그 사람이 1천만원 어치 핸드폰을 생산한다면, 800만원의 생산성이 있다고 계산할 수 있다.
이렇게 제조업은 그렇게 계산이 가능한 분야다. 하지만 돌봄 서비스는 그런 방식의 생산성을 측정할 수 없다. 핸드폰 100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 한 명을 돌본 것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돌봄 노동 분야는 임금이 곧 매출인 것이다. 결국 임금이 돌봄 노동자의 생산성인 상황이다. 그런데 임금을 낮게 주니까 생산성이 낮게 측정되고, 생산성이 낮으니까 임금을 낮게 주는 도돌이표로 순환이 되는 상황이다.
애초에 사람을 돌보는 일의 가치를 제조업처럼 생산성을 따지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돌봄도 교육과 같이 공공재로 봐야 한다. 교육을 받은 학생이 창출하는 가치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교육은 개인의 연소득, 생애 소득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대학에서 교육을 받아 선도적인 AI 엔지니어가 된다면, 그 사람이 발전시킨 기술은 한국 경제에 어마어마한 효과를 미칠 것이다. 정부는 그런 장기적인 효과까지 기대해서 교육이라는 공공재에 재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돌봄 노동도 그렇다. 1시간에 1~2만원 사이로 가치를 측정할 것이 아니라, 그 돌봄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성장해서 기여할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 돌봄 종사자의 대다수는 여성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제인 루이스는 “남자가 돌봄에 좀 더 종사하게 될 때까지 돌봄의 가치가 지금보다 높아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일자리의 위신은 임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성별 직종 분리에 관련된 이론이 있다. 남성들이 대다수인 고소득 고임금인 직종에 여성들이 진입해 여성 비율이 늘자 어느 순간 임금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식의 사회 전반의 편견은 직업의 위신과 임금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사회는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은 저숙련 노동자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돌봄 노동 분야는 안 그래도 여성이 대다수다. 그런 상태에서 이주 노동자가 들어온 것이다.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의 일자리라는 인식은 일자리의 위신을 더더욱 떨어뜨리고, 돌봄 노동 분야는 계속 저임금의 일자리로 머무르게 될 수도 있다“

- 현재 요양보호사들은 임금 체계가 없다. 제대로 된 임금 체계 없는 상황에서 민간 시설에 요양보호사들의 임금이 맡겨져 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 같은 월급제가 가능할까?
“지금 구조로는 어렵다. 수가 구조에서 재가 요양보호사의 임금은 이용자의 이용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따라 1급 노인을 돌보면 4시간을 일한다. 1급 노인 2명을 돌보면 하루 8시간을 일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급수에 따라 돌보는 노인에 따라 노동시간과 임금이 달라진다. 그러다보니 요양보호사들의 노동 시간도 매우 다르다. 충분한 근로 시간도 확보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서사원은 처음으로 재가 요양보호사들에게도 월급제를 도입했다. 보통 임금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은 160시간인데, 이만큼의 재가 요양보호사의 노동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추가적인 재원이 들어가야 했다. 수가 구조 하에서 서사원 같은 월급제는 지금 구조에서 지속가능하진 않다.
어떻게 서비스 시간을 확보하는가가 관건이다. 수가 구조 하에서 월급제가 되려면 충분한 서비스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 시스템상 관리가 필수이다. 어느 지역에 어떤 시스템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지, 바로바로 효율적으로 매칭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돌봄 노동자의 노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월급제까지는 아니어도 어떤 방식으로든 돌봄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근로시간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은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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