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특별기획-돌봄딜레마: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라②]
한국·일본 요양보호사 좌담회下
한국 초고령화 사회 코 앞
저임금에 한일 요양보호사 일터 떠나

돌봄 대란은 다가올 미래다. 지난 7월 한국은 처음으로 65세 노인 인구가 천 만명을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파른 고령화로 2028년에는 요양보호사 부족인원이 11만 6천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2040년부터 69만명 가까이 요양보호사 수급부족이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모두 요양보호사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일터를 떠나고 있다.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기관에서 방문요양 급여를 받는 요양보호사는 월평균 72.7시간을 일했고 평균 87만원을 받았다. 보통 임금 노동자의 노동 시간인 16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환산해 계산해도 190여만원에 불과하다.
2022년 일본 개호노동안정센터 조사에 따르면 일본 개호노동자의 월 급여는 평균 20만2401엔으로 일반 노동자(31만2000엔)보다 10만엔 가까이 낮다. 2022년에는 개호 분야에서 이직자가 신규 취업자를 6만3000명 웃도는 '이직 초과'가 처음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일본 개호보험법에 따르면, 개호(介護)는 ‘보행, 배설, 식사, 입용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일’을 뜻한다.
지난 8일 여성신문은 요양보호사들에게 직접 요양보호사에게 어떤 환경이라면 노동을 하고 싶은지 묻고, 구체적인 돌봄의 공공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와 ‘한일요양보호사 좌담회’를 공동 기획했다. 좌담회는 서울 종로 여성신문 사옥에서 화상회의(ZOOM)를 통해 진행됐다.

이날 좌담회에는 일본 재가요양보호사 국가배상청구 소송의 원고인 이토 미도리씨, 후지와라 루카씨, 사토 쇼코씨와 한국 서울시사회서비스원에서 방문 요양보호사로 일했던 성혜숙(57세)씨, 서문희(55세)씨, 김영구(53세)씨가 참석했다. 이혜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이 통역을, 여성신문 신다인 기자가 좌장을 맡았다.
대담에서 한일 요양보호사들은 "그동안 돌봄노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회 인식 속에서 저평가됐다. 그 결과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이 됐다. 수가 체계가 아니라 호봉제 같이 기본급이 보장된 임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대담 전문. (*개호보험법상의 용어가 아닌 개호는 ‘돌봄’으로 옮겼다.)
신다인 기자(이하 신)=돌봄노동의 가치가 저평가되는 현실 속에서 계속 돌봄노동자로 일하고 싶은가.
한국 측(이하 한)=“사회서비스원 같이 공공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면 일할 의향이 없다. 민간 요양시설은 임금이 턱없이 적다. 서사원은 기존 호출형 시급제가 아닌 월급제로 요양보호사였고, 서울시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측정되어 있어 안정적인 급여가 보장됐다. 또, 민간 요양시설에서는 연차를 쓸 수 없었으나, 서사원에서는 쓸 수 있었다.”
일본 측(이하 일)=“일본에서 개호보험 이전에 돌봄노동은 공무원이 담당했었다. 저는 개호보험이 도입되기 전부터 공무원으로서 돌봄노동을 했다. 2000년도 개호보험이 시작될 때 사회적으로 굉장히 떠들썩했다. 돌봄의 사회화를 통해서 여성에게 지어졌던 가족 간병, 돌봄 등에서 여성이 해방될 것이라는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개호보험이 도입되고 요양보호시설이 민간 시장에 개방되며, 돌봄노동은 더 이상 공무원의 일이 아니었다. 그때 공무원을 하고 싶으면 다른 직무에 가고, 개호 현장에 나가고 싶으면 공무원을 그만둬야 했다. 당시 돌봄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계속 이야기하고 싶었기에 저는 개호 현장을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 이용자와 노동자의 환경 모두 악화됐다. 이런 개호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의 문제, 돌봄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에 계속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

신=일본과 한국 방문 요양보호사는 대부분 서비스 이용시간과 서비스 이용 상황에 따른 시급으로 정해진다. 수가 시스템이 충분히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한다고 생각하는가. 임금 기준은 어떻게 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수가 체계가 아니라, 월급제나 호봉제여야 한다. 지금 민간에서 재가요양보호사 시급은 1시간에 12000원에서 14000원 사이로 측정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수가기 때문에 실제 받는 금액은 다르다. 또, 일본처럼 이동시간이나 서류작성 시간 등은 노동시간에 들어가지 않는다. 또 이용자의 요양등급에 따라 일할 수 있는 시간도 달라진다. 그래서 월급제나 호봉제로 해야 한다.
서사원의 경우는 하루 8시간 근무였다. 서사원에서 마지막으로 일했을 때 세금 공제 전 월급으로 230만원 정도 받았다. 실수령액은 205만원이었다. 예전에 사회복지사들이 공무원에 맞춰서 월급을 올려달라고 요구했었다. 이후 사회복지사들 급여는 그렇게 변했다. 지금 사회복지사 1호봉이 월 214만원 정도 받는다. 9급 공무원 1년차는 월 220만원 정도 받고 있다. 그 정도에 맞춰야 사람들이 일하지 않을까 싶다.“
일=“2020년도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을 때 연봉이 100만엔 이하(약 1천만원)라고 응답한 비율이 47%에 달한다. 310만엔(약 3100만원) 이상은 전체의 8%밖에 되지 않는다. 연봉이 300만엔은 돼야 생활을 할 수 있는데, 많은 수의 돌봄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으로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문 요양보호사는 이용자의 집에 들어가서 일한 시간만 노동시간으로 계산된다. 아무리 이동시간이 길어도, 갑자기 서비스가 취소돼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지방의 소규모 방문 개호 시설에서는 편도 40km를 넘는 방문처를 다녀야 하기도 한다. 후쿠시마현 같은 경우 하루 왕복 100km 이상을 이동하는 요양보호사들도 있다. 고정급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한=한국은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을 준비할 생각하지 못했는데, 소송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소송을 통해서 달성하고 싶은 목적이 무엇인가.
오랜 기간 재가 요양보호사로 일했지만, 돌봄노동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돌봄노동은 누구나 가능한 일로 평가받았다. 그런 식으로 돌봄노동에 대한 저평가가 사회적으로 팽배했다. 너무 분했다. 돌봄노동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대기나, 서비스 취소가 발생했을 때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 등이 우리 일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정과 평가를 다시 한다면 지금 임금보다 1.5배는 더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들을 사회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소송을 시작했다. 최근 항소심은 기각됐지만 방문 요양보호사, 돌봄노동자들의 노동 상황과 돌봄노동의 가치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에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한=이동 거리를 듣고 놀랐다. 한국 같으면 그렇게 멀리 떨어진 이용자는 민간 시설에서 받지 않는다.
“일본은 10인 미만의 작은 사업장들이 많다. 이런 사업장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두기보다는 지역 밀착형으로, 당시 지역에서 요양보호에 대한 니즈가 있었고 힘을 모아 같이 돌봄을 해보자는 지역 운동의 흐름에서 탄생했다. NPO(비영리 활동 법인)에서 요양 보호 사업장을 많이 만들었다. 그런데 점점 나라에서 정해주는 이용 수가로 사업장을 운영하기에는 굉장히 힘들어졌고, 다들 적자가 쌓이고 폐업하는 추세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올해 개호 사업자의 도산은 144건으로, 개호보험제도가 시작된 지 이례 가장 많이 도산했다. 이중 방문 개호 사업장이 71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원을 강화하지 않으면 지역에서 개호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지역이 늘어날 것이다.“

일=일본 개호보험제도는 청소, 세탁, 요리 등을 지원하는 생활지원을 45분 안으로 해야 한다고 측정하고 있다. 정부가 돌봄노동을 쉬운 노동이라고 취급하고 있는 것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부끄럽다. 하지만 한국 서비스 시간에는 정서적 케어라는 것이 있다고 듣고 부러웠다. 이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한국에서는 돌봄을 일본처럼 쉬운 노동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떻게 45분 안에 청소와 요리, 세탁을 다 하나. 한국에서는 이를 일상지원 서비스라고 하는데, 90분으로 측정되어 있다. 말한 것처럼 말벗하고 격려, 위로를 나누는 정서 지원 서비스가 측정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20분 정도로 진행된다. 그것도 책상에 앉아서 대화를 나눈다기보다는 보통 음식을 하거나, 빨래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식이다.
한국에서도 돌봄을 쉬운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돌봄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보는 것 같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돌봄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돌봄 분야에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자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는 "저생산성 부문에 내국인 노동력이 몰리는 것은 경제 전체의 자원 배분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돌봄노동을 '저생산 노동'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일=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요양보호사의 보수가 올라가면 이용자의 부담금도 늘어나는 요양보호사와 이용자의 대립 구조로 되어 있나.
“이용자와 요양보호사가 대립 구조에 있기 보다는 시설과 요양보호사가 대립 구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본인부담금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요양보호사 보수와 직결됐다고 사회에서 여겨지진 않는 것 같다. 이용자 당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측정한다. 개인당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시간이 정해져있다. 만약 그 이상의 서비스 시간을 이용할 때는 자부담으로 해야 한다.
한국은 민간 시설이 90%를 넘는다. 요양보호사 인건비는 시설마다 다르다. 또, 민간 시설에서 요양보호사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수가와 실제 서비스 제공 시간에 좌우된다. 문제는 수가가 오른다고 요양보호사의 임금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기관이 요양보호사뿐만 아니라 중간관리자 모두에게 지급하는 임금의 총액만 있을 뿐, 개별 요양보호사의 시간당 임금 비중은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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