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
‘여성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 정책토론회
여성경력단절 예방이 중요
해결책은 남성의 육아참여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의 한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아기 기도막힘 응급처치술을 배우고 있다. 2024.4.25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의 한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아기 기도막힘 응급처치술을 배우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2022년부터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경력단절을 예방하고자 ‘여성경제활동법’을 시행해 온 가운데, 지난 19일 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가족부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여성경제활동법 정책마련 연구 결과 발표 정책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에서 여성의 경력단절이 제도보다는 인식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남성의 경우 육아휴직제도가 갖춰져 있어도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을 것이란 인식에 사용을 꺼린다는 것으로,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성공사례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9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여성경제활동법의 구체적인 정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연구책임자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청년여성 의 취업역량 강화 △중고령 여성 등 다양한 여성 취업지원 △경력단절 예방 및 일·생활 균형 지원 강화 등에 대해 순차적으로 설명했다.

먼저 김 연구위원은 청년여성의 취업역량 강화에 대해 산업기술분야에 여성이 여전히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여성 산업기술인력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전체 산업기술인력 중 여성 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14.1%에 불과하다”며 “여성 산업기술인력은 남성 보다 고학력 비중이 높지만 30대 이하 연령에 절반 이상이 분포해, 산업기술인력 분야 여성의 신규 진출과 진입 여성의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창업을 희망하는 여성 청년을 지원할 것도 논의됐다. 김 연구위원은 “2023년 기준 남학생은 CEO·경영자가 3위인 반면 여학생은 20위 내에 없었다”며 ‘창업지망 청년 여성밀어주기’를 통해 여성들이 경영자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아이디에디션 멘토링, 창업자금·공간지원 등을 제안했다.

중고령 여성의 경우 “앞으로 노년부양비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노인 돌봄을 중심으로 인력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해 좋은 돌봄인력 양성 및 유지를 통해 중고령 여성 일자리를 개선하고 역량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 차원에서는 ‘늘봄학교’ 정책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한 2024년 2학기 늘봄학교 운영 258학교의 온라인 조사에서 학부모 85.7%가 만족해했으며, 86.1%의 학부모가 이를 통해 자녀 양육과 돌봄 부담이 경감됐다고 응답했다.

이외에도 △직장어린이집 확산 △초등돌봄의 양적 확대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 강화 △자영업자 출산·육아공백 지원 강화 △영아기 자녀를 둔 남성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 및 자녀돌봄 활성화 등이 ‘경력단절 예방 및 일·생활균형 지원 강화 방안’의 세부 내용으로 제안됐다.

토론자로 참여한 노세리 한국노동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여성의 경력단절에 대해 “기업에서 어떤 환경을 조성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남성 관리자 수가 여성 관리자 수보다 5.1배 높다”며 “여성의 교육 수준이 남성과 유사하게 올라갔지만 결국은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여성의 경력 단절이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10년가량 된다”며 “이들이 다시 기업 조직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매우 낫기 때문에 경력단절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여성의 경력단절의 주된 원인으로 육아를,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남성 근로자의 육아 참여”를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이 사회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이 제도 확산에 힘써야 한다”며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비중 상승은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 확인되는 정도이며 이외 사업장이 80~90%기 때문에 이러한 사각지대 해소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복직 후 페널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인식”이라며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근로자들은 여전히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것이란 인식이 있어 육아휴직을 사용하길 주저한다”고 말했다.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성공 사례 육성’을 강조했다. “조직 내 육아와 경력을 모두 갖춘 성공한 여성 관리자, 남성육아 휴직 성공 사례를 확산해 부정적인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가족친화인증제도’를 높이 평가했다.

청년 여성들의 선택에 대해 토론한 심지현 숙명여자대학교 인적자원개발학과 교수는 “결혼과 경력과 출산을 하나의 패키지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과거와 비교해 여성들의 양성평등 인식과 자아실현 욕구가 굉장히 올라갔는데 그에 비해 사회·문화적인 한계가 아직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청년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정책이나 법, 제도는 너무 잘 돼 있지만 현장에서 젊은 여성들이 생각하는 바대로 이것이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수준과 현장 사이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결혼과 경력을 함께 가지고 갈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기 여성의 진로교육에 대해 토론한 안유정 경기대학교 직업학과 교수는 “아동기부터 여학생들의 진로 포부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하며 “노동시장 진입 이후에 개입하는 것은 너무 늦으며 여성의 진로 발달에 대해,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여성들이 진로를 타협하는 것에 대해 더 많이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학에서 여학생 대상의 진로 과목을 고수하고 있는데 학교가 매년 ‘내년에도 하실 거냐’는 확인을 한다”며 “남학생들이 끊임없이 역차별 논리를 가지고 학교에 문제를 제기해 과목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진로 발달이나 진로 교육에서, 몰성적인 진로 교육을 할 때는 여학생들이 전혀 진로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젠더를 고려한 것들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공계 전공 학생들에게 젠더를 고려한 성인지적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공계를 전공하고 학과 내에 왔을 때 여전히 여학생보다 남학생을 선호하고 집중 인력을 키워내는 교수들 대부분이 남자이기 때문에 여학생들이 비전을 갖고 연구 분야에서 박사까지 할 생각을 거의 못 하다 보니 전공을 살리지 않아야겠다고 판단한다”며 “이공계 성향의 여학생들도 흥미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육아휴직과 관련해서 안 교수는 “기업에서 남성이 육아휴직 사용하려고 하면 ‘아내가 일을 하냐’고 묻고, 아내가 일을 한다고 하면 ‘아내가 쓰면 되지 않나’고 답하고, 아내가 직장을 안 다닌다고 하면 ‘아내가 직장 안 다니는 데 꼭 육아휴직을 해야 하냐’고 묻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돌봄일자리에 대해 토론한 전용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26년부터는 돌봄인력 필요가 급격하게 증가한다”며 “지방에 가면 요양보호사가 없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공백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보호사의 호봉 없고 불안정한 고용 형태에 대한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며 “돌봄인력이 젠더화된 영역인데, 서울시는 정책지원은 해보지도 않으면서 돌봄인력 문제를 비용의 문제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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