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 2차 피해 방지 심포지엄’
피해자 보호 위해 검경 협조 규정 마련해야
가해자 가석방 심사여부도 피해자에 통지해야

민고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진서)가 11일 개최된 ‘신당역 사건 피해자 2주기 추모,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스토킹처벌법의 제정과 개정, 피해자 보호를 위한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세원 기자
민고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진서)가 11일 개최된 ‘신당역 사건 피해자 2주기 추모,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스토킹처벌법의 제정과 개정, 피해자 보호를 위한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세원 기자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2주기를 앞두고 열린 토론회에서 피해자의 아버지는 “사건 이후 법이 개정되고 피해자 보호조치도 강화됐지만 여전히 유사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예방적인 조치들이 빈틈없이 마련되고 위험한 상황에서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잘 작동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22년 9월 14일 벌어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유족 대리인인 민고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진서)는 사건의 2주기를 앞둔 11일 변호사회관에서 ‘신당역 사건 피해자 2주기 추모,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심포지엄’를 열었다. 이 사건은 불법촬영과 스토킹 혐의로 재판받던 가해자가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피해자를 보복 살해한 사건이다.

피해자 아버지는 "멈춘 것 같은 시간은 흘러 아이를 보낸지 모레면 2년이 된다. 아내는 매일 아이를 위해 기도하고,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아이의 사진을 보며 '잘 지내고 있냐'고 인사한다. 그리고 아이가 있는 산소로 가 시간을 보내곤 한다. 산소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있으면 평소 환하게 미소 짓던 딸의 얼굴이 생각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이가 하늘나라에서 평안하고, 행복하게 잘 지낼 것이라고 믿는다"면서도 "하지만 아이가 생각날 때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한 것인지, 사회의 구조가 잘못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민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경찰과 검찰의 업무 협조를 담보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토킹처벌법의 제정과 개정, 피해자 보호를 위한 방향’에 대해 발표한 민고은 변호사는 지난해 스토킹처벌법이 개정되면서 피해자 보호 조치가 이전보다 강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보호 조치의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 변호사는 “경찰 수사 종료 후 사건이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가 법원이 가해자의 유치장 유치 결정을 내렸다고 가정하면 언제까지 가해자가 유치되는지, 언제 석방되는지 등의 정보를 경찰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피해자가 다시 위험이 발생해 경찰에 신고를 해야만 경찰이 인지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 이후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하거나 재판이 진행될 때 검사가 담당 경찰관에게 피해자 보호 조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업무 협조를 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인 2023년 9월 14일 저녁 서울 신당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연합뉴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인 2023년 9월 14일 저녁 서울 신당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연합뉴스

두 번째로 민 변호사는 사건의 정확한 위험성 판단을 위해 경찰이 현장에서 활용하는 체크리스트를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현재 경찰청이 연구용역을 통해 개발한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를 활용하고 있다.

민 변호사는 “피해자 보호 조치가 아무리 잘 돼 있어도 이 사건이 위험한 사건인지, 위험하지 않은 사건인지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면 사건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며 “문항 중 몇 개 이상이 체크됐을 때 재범이 일어난다, 몇 개 이하일 때 재범 가능성이 낮다 등의 검증 과정을 통해 체크리스트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의 위험성 판단을 위한 척도 개발은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법원도 해야 한다”며 “법원에서도 사건의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들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내부적으로 일관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민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가석방 심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가석방 심사여부와 관련된 정보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가해자의 가석방이 결정돼 출소가 확정되면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출소 시기가 통지되는 데, 이 경우 가석방 심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이와 관련된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 변호사는 “가해자의 가석방 여부가 피해자와 전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가석방 심사 여부를 (피해자에게) 통지하고, 피해자가 가석방 심사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진술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또 진술권을 보장하되 진술 여부, 진술 내용은 비공개하는 방식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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