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철도재단, 공공장소에 대한 신뢰로 ‘양지로 끌어올린’ 자살 예방

'1:1 공감 대화'를 진행 중인 '마음봄 사람봄' 고영숙 치유활동가.  ⓒ희망철도재단
'1:1 공감 대화'를 진행 중인 '마음봄 사람봄' 고영숙 치유활동가.  ⓒ희망철도재단

희망철도재단(이하 재단)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 3층에서 진행한 자살 예방의 날 캠페인 ‘희망철도, 마음을 잇다’에 630여명이 참석했다고 9일 밝혔다.

재단 측은 “지난 토요일 ‘1:1공감대화’, ‘걱정 인형’ 만들기, ‘프리 리스닝’ 등 10개 치유프로그램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며 “사회적 심리지원 혹은 치유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사업을 총괄한 재단의 정재하 팀장은 “기차역이라는 공공장소가 시민들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줬다”며 “2016년부터 사회공헌사업으로 관련 단체들과 마음치유사업을 꾸준히 해온 성과”라고 진단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개인, 가족, 연인, 이웃, 친구, 부모, 외국인, 산책 나온 지역주민, 기차를 기다리던 승객 등 다양했다.

'마음봄 사람봄' 서윤숙 대표는 “자녀를 둔 부모를 비롯해 7년 이상 가정폭력을 참아 온 주부, 암 투병 중인 남편 간병을 위해 매주 포항에서 상경하는 아내, 행사 당일 서울역사 쇼핑센터 단기 알바로 왔다가 해고당한 20대, 콜센터에서 10년째 근무 중인 노동자, 20년 이어 온 직장과 육아·가사로 소진된 주부까지 참여자들이 다양했다"며 "그야말로 ‘위기’가 일상 곳곳, 모든 연령대에 도사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3대가 함께 아로마 테라피와 원예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젊은 부부는 “어머니, 딸과 함께 울산으로 가려던 중 기차를 놓쳐 무척이나 속상했는데, 뜻밖에도 선물같은 시간을 보낸 후 마음이 풀렸다”고 전했다.

전라도와 경기도를 오가며 장거리 연애를 하는 젊은 연인은 ‘1:1 공감 대화’에 참석한 후 “열린 공간에서 우리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고맙다”며 “상담은 마음 약한 사람들이나 받는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서울역 같은 공공장소에서 캠페인으로 진행하니 쉽게 참석할 수 있어 좋다”고 반겼다.

희망철도재단이 마음치유 단체들과 함께 지난 7일 서울역 대합실 3층에서 '자살예방의 날 캠페인'을 진행했다.  ⓒ희망철도재단
희망철도재단이 마음치유 단체들과 함께 지난 7일 서울역 대합실 3층에서 '자살예방의 날 캠페인'을 진행했다.  ⓒ희망철도재단

‘1:1 공감 대화’를 진행한 고영숙 치유활동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행사장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요즘 마음 어떠세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답답하죠”라거나 “힘들죠”라며 자연스럽게 속마음을 털어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열린 공간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상적 치유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나만의 감정카드 만들기’를 진행한 이윤구 치유활동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한 참가자가 ‘내 마음을 나도 몰랐다’고 하셔서 ‘나에게 편지쓰기’를 권했더니 자신에게 편지를 쓰며 펑펑 우셨다”고 전했다.

한 공간에서 9개의 치유프로그램을 서로 연결해 진행하므로 짧은 시간 치유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후속 과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재단에서 단체들과 진행하는 ‘마음치유 프로그램’에 연결했다.

참여자들은 “서울역에서 이런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이 놀랍고 고맙다”, “정성스레 들어주시고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답답한 하루에 한 줄기 빛을 찾았습니다”, “내 걱정 모두 떠나라”, “동심으로 돌아가 행복했습니다” 등의 소감문을 남겼다.

한편, 재단은 2016년 설립 이후 사회공헌활동의 한 분야로 전문 상담사·시민치유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마음봄 사람봄', '최보결의 춤의학교', 'ecce', '다시봄 심리치유센터', '사회활동가와 노동자심리치유네트워크 통통톡' 등 단체들과 함께 마음 치유사업을 진행해 왔다. 서울역 역사에서 자살 예방 캠페인을 진행한 것은 작년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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