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
유독가스 누출·화재 등 가능성 낮아
‘일반화학물질’ 분류...막상 불 붙으면 진화 어려워
산업부·소방청, 리튬배터리 산업 현장 집중 안전점검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 참사가 일어난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은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이다. 리튬을 다루는 별도의 안전기준이 없어서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고, 참사를 면치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도 뒤늦게 안전 점검에 착수했다.

리튬은 현행법상 ‘일반화학물질’으로 분류된다. 그 자체로 독성 가스를 내뿜거나, 유해물질을 공기·물·토양으로 배출하지 않는다. 또 고온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에 닿거나, 고의로 분해하지 않는다면 불이 붙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이유다. 

이차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와 달리 이번 참사의 원인인 일차전지는 별도의 대응 매뉴얼이나 안전기준도 없다. 화재 위험성이 낮다고 여겨져서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 3동엔 리튬 배터리 완제품 약 3만5천개가 쌓여 있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리튬이 극소량만 들어 있는 배터리인데도 일단 불이 붙자 빠르게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공장 내에 불을 끌 장비가 없어 초기 진화가 어려웠고, 최악의 참사로 이어졌다.

뒤늦게 정부가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소방청과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과 함께 리튬 일차전지 제조 현장을 찾아 사업장과 안전점검 시스템 운영 현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강경성 산업부 제1차관을 단장으로, 산업부 본부, 국가기술표준원, 소방청, 배터리산업협회, 전기안전공사 등이 참여하는 ‘배터리 산업 현장 안전점검 TF(태스크포스)’를 구축 운영할 예정이다. TF는 리튬 일차전지 제조시설뿐 아니라 리튬 이차전지 제조시설, 리튬 배터리 ESS 제조시설, 사용후 배터리 보관시설 등 리튬 배터리 관련 국내 핵심 사업장의 안전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 여름철 풍수해 등에 대비해 전기, 가스, 산업단지 등 산업 인프라 전반에 대한 종합 안전점검도 즉시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아직 불화수소 등 화재로 인한 유해화학물질 유출은 없다고 한다. 환경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25일 오전까지 원점 및 주변 지역 5개소 오염 농도를 28회 측정 결과 톨루엔, 메틸에틸케톤 등 해당 사업장이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이 외부에서 검출되고 있지 않거나 기준치 미만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불화수소도 실제 현장 측정결과 불검출 또는 배경농도 수준 미만으로 검출되고 있”으며, “인근 하천인 구름천 합류 지점 전에 방제선을 구축하는 등 유출방지 조치를 시행했으며, 유입부의 수소이온농도(pH)를 검사한 결과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4일 경기도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24일 경기도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리튬 전지 공장에서 불이 나 리튬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 작업 등을 하던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대다수는 중국 출신 여성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공장 직원은 중국 현지 매체 신경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장 직원 약 100명 중 대부분이 중국 북동지역 출신 30∼40세 조선족 여성이라고 말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전국이주인권단체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철저한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리튬전지 산업을 비롯한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산업의 노동자 안전대책이 철저하게 강구돼야 한다”며 “위험의 하청화, 외주화, 이주화는 계속적인 피해를 낳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가장 열악한 위치에 처해 있는 이주노동자 산업안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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