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해 4월, 두 명의 20대 여성이 여성신문 편집국으로 찾아왔다. 이들은 20대 남성 6명이 단톡방을 만들어 주변 여성과 유명인 등 80여명의 사진을 올리고 온갖 비속어로 성희롱했다고 제보했다. 여성신문은 1년 2개월여 동안 당사자들과 소통하며 추이를 지켜보다 최근 검찰이 단톡방 가담자들에게 벌금 30만원의 구약식 처분을 내리고 가해자 사망으로 피해자 중 1인이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후 보도를 결정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모든 기사에는 가명을 사용했다.

(1) 여성 80여명 2년간 성희롱한 ‘밀덕 단톡방’, 검찰은 ‘벌금 30만원’ 처분

(2) 한 ‘단톡방 성희롱’ 가해자의 자살…죽음이라는 2차 가해

(3) 단톡방 성희롱은 디지털성범죄...예방과 2차 피해 방지 위해 법 개정 필요

2022년 9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보당 당원들이 '제2 n번방' 사건과 관련 경찰의 신속한 대응과 성착취물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강화, 성착취물 소지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정당연설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9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보당 당원들이 '제2 n번방' 사건과 관련 경찰의 신속한 대응과 성착취물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강화, 성착취물 소지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정당연설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신저를 이용한 성희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성신문이 단독취재한 ‘밀덕(밀리터리 덕후)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비롯해 KBS가 보도한 울산 고교생 단톡방 성희롱 등 국내 언론사가 2015년부터 올해 5월 29일까지 기사건수만 해도 1481건(사건 중복 포함)에 달한다. 뉴스빅데이터 분석업체 ‘빅카인즈’ 검색 결과다.

그러나 현행법으로는 메신저에서 일어나는 성적 괴롭힘을 처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날로 발전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맞춰 새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성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디지털 성폭력은 크게 세 가지다. 불법촬영, 딥페이크, 영상 유포다.

성폭력처벌법에 의해 불법촬영을 한 자,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적 영상을 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반포한 자, 복제물을 반포·판매 등을 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성적 이미지를 이용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직접 도달되지 않으면 성범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따르면 성적 혐오감을 일으킬 말, 사진, 영상 등은 상대방에게 도달돼야 성폭력으로 인정된다.

‘밀덕 단톡방 성희롱 사건’의 경우, 가해자 6명이 애인 혹은 지인의 사진을 공유하면서 “사람 몸에 구멍이 11개 있으니까 유정(가명)이 한 명이면 11명이서 (성관계) 가능하다” 등등의 높은 수위의 성희롱 발언을 주고받았는데도 검찰은 모욕 혐의를 적용해 벌금 30만원의 구약식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법률사무소 명전의 송명진 변호사는 △피해 당사자가 해당 단톡방에 포함되지 않았고 △피의자들이 올린 사진이 소셜미디어 등에 공개된 것이라 불법촬영물이나 성적 모욕감을 주는 ‘음란물’로 보기 어려워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찰이 구약식 처분을 내렸다고 전했다.

모욕죄의 형량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통신매체이용음란죄 형량의 절반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단톡방 성희롱을 ‘온라인 성적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송 변호사는 “단톡방 성희롱은 성범죄로 다뤄지지 않아 처벌 수위도 낮을 뿐더러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낮은 상황”이라며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성희롱이라면 피해자가 없는 단톡방에서 이뤄졌더라도 성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새로운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는) 음란성 때문에 처벌하는 것이지, 성적인 침해로써 분류된 것은 아니다”라며 “성적인 침해가 일어났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는 ‘성적 괴롭힘죄’ 같은 새로운 범죄 분류 신설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통신망법 혹은 명예훼손으로 해당되면 성폭력으로 분류가 안 된다”며 “피해자도 성폭력 피해자로서 지위를 획득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단톡방 성희롱 사건도) 성폭력 범죄로 분류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성적 괴롭힘의 피해 규모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2022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상담통계에서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성적 괴롭힘’(20%)이었다.

법이 신설되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연구위원은 “처벌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범죄가 줄기도 하지만, 범죄로써 법이 규정되면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고 덧붙였다.

2021년 10월 스토킹처벌법(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2022년 스토킹 관련 신고는 전년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이는 실제로 스토킹이 늘었다기 보다는 법이 시행된 후 스토킹 행위를 인식하고 신고하는 시민들이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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