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시설 노후·유지비 증가로 이전 검토...
확정된다면 지역사회 맞게 잘 운영할 것”
센터 입주작가들 “공예창작지원 공간 유지한다면
우린 왜 이렇게 급히 철수해야 하나”

지난 1일 찾은 서울 노원구 서울여성공예센터 전경. ⓒ이세아 기자
지난 1일 찾은 서울 노원구 서울여성공예센터 전경. ⓒ이세아 기자

서울시가 안전 문제가 제기된 공예·디자인 창작지원시설 ‘신당창작아케이드’를 ‘서울여성공예센터’ 건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센터는 지난 연말 서울시의 예산 전액 삭감으로 폐쇄가 확정됐다.

여성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은 서울 중구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 작가들이 2025년 노원구 서울여성공예센터 건물로 옮기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울 시내 ‘공예 특화’ 창작지원공간은 서울여성공예센터와 신당창작아케이드 2곳뿐이다. 이전이 확정되면, 오는 10월께 2025년부터 서울여성공예센터 건물로 입주할 작가들을 모집하는 공고를 낼 계획이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2009년 문을 연 공예·디자인 특화 레지던시다. 서울중앙시장 내 신당지하상가 빈 점포들을 리모델링해 작가들이 작업·전시·교육·판매 등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그러나 시설이 낡아 사고·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됐다.

신당창작아케이드를 운영하는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여성신문에 “워낙 오래되고 낡은 시설인데다 지하라서 안전 문제는 물론 작가들이 작업하기에도 불편하고 유지보수비용도 많이 들어서 고민이었다. 성격이 비슷하고 훨씬 쾌적한 공간이 비었다길래 사용 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논의 단계”라면서도 “같은 공예 분야 작가들이 센터 건물을 사용하게 된다면 남아있는 공예 관련 시설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 내 신당지하상가 자리에 문을 연 신당창작아케이드.  ⓒ서울문화재단
2009년 서울 중구 서울중앙시장 내 신당지하상가 자리에 문을 연 신당창작아케이드. ⓒ서울문화재단

앞서 2023년 5월, 서울시는 서울여성공예센터가 포함된 공릉동 옛 북부법조단지 일대를 가족 여가·청년창업 거점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 활성화 측면에서 일반 시민이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활용할 계획”, “큰 틀에서 시민들을 위해 무엇이 나은지 고민해 왔다”고 했다.

그런데 이 일대 부지 재개발로 2026년부터 대규모 공사가 시작될 거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신당창작아케이드 작가들이 옮겨 간다 해도 1년 만에 나와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는 “그런 우려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재단에서 지역사회와 잘 어울리는 방향으로 공간을 잘 운영한다면 (2026년부터 재개발이 시작돼도) 창작지원공간 기능은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여성공예센터 입주 계약을 연장했다가 갑작스럽게 퇴거 요구를 받은 공예가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공간의 성격이 아예 바뀌는 게 아니라 계속 공예 창작 지원 공간으로 쓸 계획이라면 왜 심사를 통과해 입주 계약을 따낸 공예가들이 이렇게 급히 철수해야만 하나”, “애초 계약대로 연말까지만 머물게 해 주고 내년부터 신당창작아케이드 작가님들께 내어줘도 되지 않느냐. 굳이 멀쩡한 공간을 1년간 비워둬야만 하느냐”고 물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성신문에 “저희도 안타깝지만 센터 사업이 이미 종료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예술 쪽, 서울여성공예센터는 좀 더 상업 쪽이다. 같은 공예로 볼 수 있겠지만 지향점과 사업성이 다르다”라며 “(입주작가들이 예술 활동에 더 초점을 맞추면) 시민들과 더 어울려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또 “서울여성공예센터에서 활동하시던 분들도 계속해서 센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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