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웅 콘서트 IM HERO TOUR 2023

가수 임영웅은 지난 11월 24~26일 대구 엑스코(EXCO) 동관에서 ‘2023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 - 아임 히어로(IM HERO)’를 펼쳤다. ⓒ물고기뮤직
가수 임영웅은 지난 11월 24~26일 대구 엑스코(EXCO) 동관에서 ‘2023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 - 아임 히어로(IM HERO)’를 펼쳤다. ⓒ물고기뮤직

“한국 가요사상 최고의 남자 가수 베스트 3을 꼽는다면 남인수·조용필·임영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마 통계적으로도 분명 그렇게 나올 것 같아요.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건 임영웅입니다.” (이반석 주현미 밴드마스터)

“현시점에서 이 장르 저 장르 넘나들며 모두 소화하는 유일한 가수는 임영웅이 아닌가 합니다. 조용필 선배님 이후로, 따라서 진정한 크로스오버를 해보고 있는 '혁명가'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권태은 음악감독)

대중음악을 오랜동안 해온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임영웅에 대한 찬사가 사실인지 궁금했다. 평소 트로트를 듣는 일이 없기에 임영웅의 노래도 TV 채널을 돌리다가 잠깐씩 스쳐 지나갈 뿐, 제대로 들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공연을 직접 관람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영웅의 콘서트장에 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임영웅 콘서트 IM HERO TOUR 2023>이 10월 27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대전, 광주를 거치며 내년 초까지 계속되지만 일찌감치 전일 전석 매진이다. 놀라운 티켓 파워다. 직접 관람할 기회를 잡지 못하다가 대구 엑스코 공연을 앞두고 천신만고 끝에 ‘취켓팅’(취소표 티켓팅)에 성공하여 11월 24일 기차를 타고 대구에 가서 마침내 임영웅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대단하고 좋은 가수였다. 다른 출연자 없이 혼자서 노래하고 댄스하고 사회까지 보면서 150분 간의 공연을 알차게 이어간다. 가수에게는 최대의 찬사가 되겠지만, 무엇보다 노래를 정말 잘 부른다. 특별히 힘들이지 않고 인상도 쓰지 않으면서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노래를 부른다. 다른 트로트 가수들처럼 과장된 바이브레이션이나 꺾기 창법 같은 기교 없이 자연스럽게 노래한다. 고음역대에 가서도 남들처럼 힘들이는 표정이 아니다. 목소리 자체도 좋은 데다가 발성도 제대로다. 그래서 듣기가 편하다. 노래의 전달력이 뛰어나니 가수로서 그만한 강점이 어디 있을까.  

가수 임영웅은 지난 11월 24~26일 대구 엑스코(EXCO) 동관에서 ‘2023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 - 아임 히어로(IM HERO)’를 펼쳤다. ⓒ물고기뮤직
가수 임영웅은 지난 11월 24~26일 대구 엑스코(EXCO) 동관에서 ‘2023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 - 아임 히어로(IM HERO)’를 펼쳤다. ⓒ물고기뮤직

이날 임영웅이 부른 트로트 곡은 전체 가운데 일부였다. 임영웅은 트로트 뿐만 아니라 발라드, 모던 록, 시티 팝 같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두 오어 다이’(Do or Die)를 부르며 EDM(Electronic Dance Music)에 도전하고 ‘런던 보이’ ‘폴라로이드’ 같은 모던 록 계열의 노래들을 ‘칼 군무’와 함께 부르는 임영웅을 보면 그가 ‘트로트 가수’였다는 사실을 잊게 된다. 실제로 임영웅은 ‘아이돌 차트’ 평점 랭킹에서 139주 연속 1위에 오르고 있어서 다른 아이돌 그룹들을 제치고 있다. 그런데 임영웅은 어떤 장르의 노래를 불러도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 그러니 ‘트로트 가수’가 아닌 ‘임영웅’을 청중들은 거부감 없이 다 수용한다. 군무와 함께 ‘런던 보이’를 부르는 임영웅을 향해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하는 60~70대 여성들의 모습에서 두 세대의 문화가 합해지는 광경을 발견한다. 이미 팬들에게는 트로트냐 발라드냐 모던 록이냐가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임영웅’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임영웅은 대중가수로서 많은 것들을 갖추고 있다. 노래 잘하지, 잘생겼지,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친근한 말솜씨에, 굳이 호불호가 나뉠 이유도 없고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가수다. 특히 어려웠던 환경을 딛고 성공했다는 휴먼의 서사도 선한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는 대중의 정서에 부합된다. 임영웅은 곤궁했던 시절을 거쳐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는 ‘흙수저’ 서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달 수입이 30만원이던 무명 시절 군고구마 장사도 하고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노래를 불렀던 사연, 그런 시간을 거쳐 ‘미스터트롯’에서 자기의 실력으로 1등을 차지한 스토리는 그를 향한 응원의 마음이 들게 한다.

임영웅은 지금 한국 트로트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트로트 하면 반짝 반짝하는 보라색 의상을 입고 '쌈마이'를 떠올리던 세간의 인식을 허물고 고급스럽게 현대화된 트로트의 시대를 열고 있다. OST곡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사랑은 늘 도망가’, ‘우리들의 블루스’ 같은 노래들은 참 애틋하고 아리면서도 울림이 큰 깊이를 느끼게 한다. 청승맞게 감정을 드러내던 예전의 트로트와는 전혀 다른 감성적 발라드들이다.

사랑이란 게 참 쓰린 거더라/ 잡으려 할수록 더 멀어지더라/ 이별이란 게 참 쉬운 거더라/
내 잊지 못할 사람아/ 사랑아 왜 도망가/ 수줍은 아이처럼/ 행여 놓아버릴까 봐/ 꼭 움켜쥐지만/
그리움이 쫓아 사랑은 늘 도망가 (‘사랑은 늘 도망가’)

가수 임영웅은 지난 11월 24~26일 대구 엑스코(EXCO) 동관에서 ‘2023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 - 아임 히어로(IM HERO)’를 펼쳤다. ⓒ물고기뮤직
가수 임영웅은 지난 11월 24~26일 대구 엑스코(EXCO) 동관에서 ‘2023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 - 아임 히어로(IM HERO)’를 펼쳤다. ⓒ물고기뮤직

하지만 우리 부모들에게는 그런 애틋한 사랑과 아린 이별의 추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간 힘들게 살아온 인내의 시간이 있었다. 그런 부모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이 임영웅은 노래한다.

아프다 말도 못 하는 사람 이제는 내가 지켜줄게/ 어린아이로 돌아가 버린 사랑하는 내 아버지/
사랑해요 내 아버지 (‘아버지’)
이제 하얀 머리와 주름만 남은 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노래는 부모 세대의 가슴을 울린다. 그리고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가슴에 묻어두었던 얘기를 임영웅이 먼저 꺼낸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30대 초반의 가수에게서 이문세나 김광석 같은 선배 가수들이 불렀던 것보다 더 깊은 울림이 전해지는 것은 희한한 일이다. 자신들의 마음을 이렇게 헤아려주니 부모들에게 이런 효자가 어디 있겠는가. 특히 장년 세대들이 임영웅의 노래를 들으면서 가슴이 찡해지는 것은 고단했던 삶에 대한 위로와 힘을 주기 때문이다. “거친 세상이지만 나를 믿고 가오”(‘HERO’), “언제든 내 곁에 쉬어가요”(‘모래 알갱이’)라는 그의 노래는 결코 쉽지 않은 세월을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 

가수 임영웅은 지난 11월 24~26일 대구 엑스코(EXCO) 동관에서 ‘2023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 - 아임 히어로(IM HERO)’를 펼쳤다. ⓒ물고기뮤직
가수 임영웅은 지난 11월 24~26일 대구 엑스코(EXCO) 동관에서 ‘2023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 - 아임 히어로(IM HERO)’를 펼쳤다. ⓒ물고기뮤직

공연 도중에 임영웅은 무대에서 내려와 객석을 한 바퀴 돌면서 노래를 부르며 청중들에게 인사를 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임영웅에게 열광하며 그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했다. 그날 임영웅은 ‘어머니들의 대통령’이었다. 공연장을 찾았던 어머니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노라면 자식들도 해주지 못했던 위로와 행복감을 임영웅이 주고 있다 해도 과장된 말은 아니었다.

이제는 문화적 현상이 된 ‘임영웅 현상’이 단명하지는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본인의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다. 공연장마다 친절하게 안내하며 자원봉사를 하는 ‘영웅시대’의 막강한 팬덤들이 있다. 그리고 그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받는 장년 세대들이 있다. 폭넓고 다양한 음악들에 도전하려는 본인의 노력은 계속될 것 같다. 임영웅이 콘서트 마지막에 했던 말이 있다. “안주하지 않겠습니다. 더 발전하고 성장하는 임영웅이 되겠습니다.” 그는 자신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와 요구가 무엇인지를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대중의 변함없는 호응을 받았던 가수로는 조용필을 꼽을 수 있다. 이제는 트로트 가수로만 가둬 둘 수 없는 임영웅의 음악적 재능을 보면서 그가 조용필을 넘어서는 우리 대중음악사의 거목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가수 임영웅은 지난 11월 24~26일 대구 엑스코(EXCO) 동관에서 ‘2023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 - 아임 히어로(IM HERO)’를 펼쳤다. ⓒ물고기뮤직
가수 임영웅은 지난 11월 24~26일 대구 엑스코(EXCO) 동관에서 ‘2023 임영웅 전국투어 콘서트 - 아임 히어로(IM HERO)’를 펼쳤다. ⓒ물고기뮤직

임영웅의 이번 콘서트는 우리 엔터 산업의 성장을 접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 넓고 넓은 공연장 전면에는 무대 양쪽으로 초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관객들이 임영웅의 표정 하나 하나까지 볼 수 있었다. 객석 한복판을 통과하는 T자형 돌출무대는 어느 자리에서든 임영웅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골고루 제공했다. 공연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동선과 움직임도 일사불란하고 차질없이 정확해 보였다. 게다가 우리가 속한 ‘우주’를 컨셉으로 삼았던 기획과 연출은 더 이상 ‘쌈마이’를 떠올릴 수 없는 고급스러움 자체였다.

임영웅은 곧 더 큰 규모의 공연에 나선다고 한다. 이번 겨울의 전국 투어가 끝나면 임영웅은 내년 5월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새로운 콘서트를 갖는다. 그 곳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 가수는 이제까지 싸이가 유일했는데, 임영웅이 그 뒤를 잇는 것이다.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한 자식들의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 대전이 다시 한번 벌어질 판이다. 굳이 효도용이 아니더라도 내 자신이 즐기며 행복감을 느끼기 위한 공연으로도 충분하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사진=홍수형 기자
유창선 작가 사진=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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