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
양성평등문화인상에 이지나 연출가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에 SBS ‘골때녀’
양성평등문화지원상 개인상에
안정민 창작집단 푸른수염 대표
문화예술특별상(을주상)에 극단 산울림
‘신진여성문화인상’ 총 7명 수상
김경민·문수진·유혜미·이소연·유아영·장서윤·조경숙

제16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이 1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에서 열렸다. 수상자들과 시상자로 나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효선 여성신문사 발행인 등 주요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혜련 사진작가
제16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이 1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에서 열렸다. 수상자들과 시상자로 나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효선 여성신문사 발행인 등 주요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혜련 사진작가

만화·문학·뮤지컬·방송·연극·판소리....다양한 분야에서 성평등 확산에 앞장선 문화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격려했다. 제16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이 1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에서 열렸다. 

(사)여성·문화네트워크(대표 박선이)가 주최하고 (주)여성신문사(사장 김효선)가 주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 이하 문체부)가 후원하는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은 문화를 매개로 양성평등 인식을 확산하는 데 기여한 문화인과 단체를 선정하고 격려하기 위해 2008년 제정한 상이다.

2023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 수상자 이지나 연출가. ⓒ이지나 연출가 제공
2023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 수상자 이지나 연출가. ⓒ이지나 연출가 제공

이지나 연출가가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을 받았다. 여성의 성 담론을 다룬 여성주의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2000년 국내에 소개하고 12년간 공연을 추진했다. 2015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헤롯왕역으로 배우 김영주를 캐스팅하며 국내 뮤지컬계 최초로 젠더 프리 캐스팅을 시도, 이후로도 ‘더 데빌’, ‘광화문 연가’,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 ‘아마데우스’ 등에서 꾸준히 성별을 넘나드는 캐스팅을 진행했다.

이 연출은 영상 수상 소감에서 “저는 성은 평등하다는 당연한 사실이 제 전문 분야에선 왜 편파적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를 많이 생각했다”며 “젠더프리 캐스팅은 아주 작은 시도일 뿐이다. 누구나 인간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고 (성별 이분법을 넘어) 더 적합한 배우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젠더프리 캐스팅을 시도하게 됐고 반응이 아주 좋았다. 이 시장이 더 평등하고 정의로워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공연 시장의 주제는 더욱 다양해졌고 여성 중심·성소수자 서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반가운 상황이다. 공연예술계에 종사하는 우리는 더 힘내고 노력해서 기울어진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에 서 있다. 더 노력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주신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제16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이 1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에서 열렸다. (가운데 왼쪽부터)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을 받은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출연진 대표로 참석한 코미디언 김혜선, 시상을 맡은 박보균 문체부 장관, 김화정 PD.  ⓒ성혜련 사진작가
제16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이 1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에서 열렸다. (가운데 왼쪽부터)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을 받은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김민진 작가, 코미디언 김혜선씨, 시상을 맡은 박보균 문체부 장관, 김화정 PD, 채주희 작가. ⓒ성혜련 사진작가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은 SBS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에 돌아갔다. 박성훈 기획, 김화정 외 공동 PD 8명이 연출한 ‘골때녀’는 다양한 분야의 여성 연예인들이 축구 리그전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제50회 한국방송대상’에서 예능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여성 스포츠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면서 평등의 가치에 기여하고, 한국 여성 생활체육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대중문화에 다각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화정 PD는 “축구를 진정성 있게 대하면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열정, 그녀들의 기개가 이 자리까지 서게 만든 것 같다”고 했다. 또 “축구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아졌듯이, 더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을 담아서,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에 더 관대해지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출연진 대표로 참석한 코미디언 김혜선은 “저희 제작진, 출연진 전부 프로그램에 열심히 임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여성들이 가정 밖으로, 저 세계로 뻗어나가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더 당당히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제16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이 1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에서 열렸다. ‘양성평등문화지원상’ 개인부문 수상자인 안정민 창작집단 푸른수염 대표. ⓒ성혜련 사진작가
제16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이 1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에서 열렸다. ‘양성평등문화지원상’ 개인부문 수상자인 안정민 창작집단 푸른수염 대표. ⓒ성혜련 사진작가

‘양성평등문화지원상’ 개인부문 수상자로는 각본가인 안정민 창작집단 푸른수염 대표가 선정됐다. 10여 년간 다양한 ‘여성서사’ 작품 활동을 하고, 그 과정을 제작 워크숍과 워크북 출판으로 남겨 성평등 창작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성’은 젠더 문제뿐 아니라 제가 누구고 이 세상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세상이 돼야 하고 우리 세상을 둘러싼 변방은 무엇이고 어떻게 부술 수 있는지에 대한 상상이고,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화두라고 생각한다. 그 변방을 열고 나가면 언제나 찬란하다. 상을 주신 만큼 이 찬란함에 충실하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제16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이 1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에서 열렸다. 임수진 산울림 극장장이 ‘문화예술특별상(을주상)’ 수상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혜련 사진작가
제16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이 1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에서 열렸다. 임수진 산울림 극장장이 ‘문화예술특별상(을주상)’ 수상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혜련 사진작가

‘문화예술특별상(을주상)’은 1970년 임영웅 연출가가 창립한 ‘극단 산울림’이 받았다. 산울림은 ‘고도를 기다리며’ 등 국내외 고전을 한국에 소개해 왔고, 여성 문제를 다룬 작품과 여성 배우·작가를 적극 발굴해 여성연극의 자리를 마련했다.

임수진 산울림 극장장은 “여성 연극들은 ‘산울림 감성’을 이루는 한 축이 됐다. 지금보다 여성 지위가 훨씬 열악했던 시기에 여성들에게 귀 기울이고 그들의 현실을 돌아보고자 했던 시도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상은) 그 시절 여성들에게 자신을 발견하고자 하는 거울이 됐던 산울림에 대한 격려로 알겠다”라며 “뜻을 함께하는 젊고 창의적인 예술가들과 함께 공연예술을 통해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제16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이 1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에서 열렸다. 신진여성문화인상 수상자인 김경민(미르) 작가·시민단체 활동가, 들개이빨 만화가, 유혜미 가구 디자이너·작가, 이소연 시인, 장서윤 작창가, 조경숙 테크페미 활동가·만화평론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혜련 사진작가
제16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이 1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에서 열렸다. 신진여성문화인상 수상자인 김경민(미르) 작가·시민단체 활동가, 들개이빨 만화가, 유혜미 가구 디자이너·작가, 이소연 시인, 장서윤 작창가, 조경숙 테크페미 활동가·만화평론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혜련 사진작가

문화·예술·체육계에서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는 여성에게 주어지는 ‘신진여성문화인상’은 △김경민(미르) 작가·시민단체 활동가 △들개이빨 만화가 △문수진 애니메이션 감독 △유혜미 가구 디자이너·작가 △이소연 시인 △장서윤 작창가 △조경숙 테크페미 활동가·만화평론가 등 총 7명이 선정됐다.

김경민 작가는 비정규직 공장 노동자로 일한 경험을 담은 책 『미르의 공장 일지』를 펴냈다. 글쓰기 팀 ‘싸우는 사람들을 기록하는 사람’에서 활동하며 노동운동을 기록하고 있다. “혐오가 넘실대는 사회에 살고 있는데, 서로 보듬어 안고 연대하며 살면 좋겠다. 공평, 평등, 형평이 사회의 중요한 가치로 떠오를 수 있도록 기록으로써 일조하겠다.”

들개이빨 작가는 ‘2014 오늘의 우리 만화’ 수상작 ‘먹는 존재’부터 ‘족하’, ‘홍녀’, 현재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 연재 중인 ‘부르다가 내가 죽을 여자뮤지션’ 등 다채로운 ‘여성서사’ 만화를 선보여 왔다. 기발한 재치가 빛나는 자신의 만화처럼, 예상치 못한 수상소감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제게 용기를 준 분은 아버지다. ‘너 그거(상) 받으면 시집갈 수 있냐’고 하시더라. 이 순간을 티셔츠로 만들어서 저희 아버지에게 입혀야겠다고 결심했다!”

유혜미씨는 ‘소목장세미’라는 스튜디오 겸 브랜드를 이끌면서 전통 소목장 기술을 접목한 가구 제작, 공간·전시 디자인 등을 해왔다. 여성 드랙퀸, DJ로도 활동한다. “제가 활동을 시작한 시기에 비해 여성 목공 종사자, 여성 DJ들의 파티가 늘어났다. 제가 열심히 했기에 많은 분들이 보고 따라와 주신 건 아닐까.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보겠다.”

이소연 시인은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어로 표현해 왔다.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거의 모든 기쁨을』, 생태에세이집 『고라니라니』 등을 펴냈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 시인이라 소개하는 제게 이 상은 남다른 기쁨이다. 살면서 진심으로 의지를 갖고 임한 부분에서 격려받는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상 이름에 걸맞은 삶을 열심히 살고 싶다.”

젊은 소리꾼이자 작창가인 장서윤씨는 20대 중반부터 전통음악에 기반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해 왔다. 앞서 조지 오웰 소설 ‘동물농장’, 생텍쥐페리 소설 ‘어린왕자’를 판소리로 창작했고, 옹고집의 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신의 행복을 찾는 주체적인 여성을 그린 창극 ‘옹처’로도 호평받았다. “제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를 소리로 담으며 이 길이 맞나 물음표를 그려 가던 때에 상을 주셔서 큰 응원을 받은 느낌이다.”

조경숙 평론가는 젠더 관점에서 기술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저술 및 기고 활동, 여성주의 디지털 캠페인 기획·개발, 성평등 관점에서 만화 연구·평론 등을 해왔다. “매일 방황하고 갈등하고 절망하는 제겐 뜻깊은 응원이다. 여자가 글을 쓰고 책상에 앉아 있기가 쉽지 않은데 매번 절 돕는 부모님, 남편, 아이에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열심히 글을 쓰겠다.”

이날 시상식엔 참석하지 못한 수상자 문수진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인 단편 ‘각질’로 세계 최대 규모 애니메이션 영화제 국제안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학생 경쟁 부문 대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작품상 등을 받았다. 2022 칸영화제 단편경쟁 부문에도 초청받았다. 

제16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이 1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에서 열렸다. 수상자들과 시상자로 나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효선 여성신문사 발행인 등 주요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혜련 사진작가
제16회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 시상식이 1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산울림에서 열렸다. 수상자들과 시상자로 나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효선 여성신문사 발행인 등 주요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혜련 사진작가

시상자로 나선 박보균 장관은 “(시상식 장소인) 산울림은 늘 저에게 흥분과 호기심을 준다. 작지만 도전, 미래, 열정이 집약된 공간이다. 양성평등문화상도 마찬가지다. 개척, 도전, 열정이 뭉쳐진 상이다. 시상을 맡아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수상자들은 기존 질서와 관습을 깸으로써 사회를 밝게 하고 아름다움을 새롭게 가꾸는 ‘게임 체인저’들”이라며 “그 상상력, 독창성, 도전,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박 장관은 이어 “문체부는 양성평등의 정책적 감수성을 갖고 거기에 맞는 정책을 디자인해 확실히 펼쳐 나가겠다”라며 “여러분과 함께 양성평등문화상이 더 멋지고 의미 있고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내는 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효선 여성신문사 발행인은 “역대 수상자들의 활약을 기쁘게 바라보고 있다”며 ”저희가 예술인들에게 작은 비빌 언덕이자 채널, 둥지이자 어깨동무라도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양성평등문화상 운영을) 해왔다”라고 밝혔다. 

박선이 (사)여성·문화네트워크 대표는 “수상자들은 치열하게 창조하고 경쟁하며 문화예술 분야 발전을 이끈 분들”이라며 “우리 사회를 바꾸는 것은 열 마디, 백 마디의 말보다 성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문화예술 작품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양성평등문화상의 마음이 오늘 함께한 여러분께, 우리 사회 전 분야에 전달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은 수상자들과 그 친지들, 시상자, 심사·자문위원 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사)여성·문화네트워크는 이날 임인옥 전 대표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연계 행사로 오는 7일까지 서울 마포구산울림 아트앤크래프트와 AP23에서 『젠더의 틈』 전시회가 열린다. ‘몸, 돌봄, 관계’를 주제로 총 9팀이 다채로운 작업을 선보인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