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성폭력 피해자 3인 편지
“정치권, 성폭력에 가장 취약해...
말뿐인 대책 아닌 실질적 대책 필요“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권력형 성범죄 : 안전한 민주당으로 가는 길’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넥스트민주당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권력형 성범죄 : 안전한 민주당으로 가는 길’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넥스트민주당

박원순·안희정 등 정치권에서 성폭력을 겪은 피해자들이 재판 과정과 가해자 측에 의해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피해자들은 “안전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다”며 “정치권에서 숱하게 일어나는 성폭력을 막을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신문TV’ 유튜브 채널은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권력형 성범죄: 안전한 민주당으로 가는 길’ 토론회 영상을 공개했다. 토론회에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대호 전 서울시청 비서관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보낸 권력형 성범죄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편지를 대독했다.

토론회 영상: https://youtu.be/K_5IrfqDAMU?si=yBw6zVOc3WJNFJqJ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김지은씨는 편지를 통해 “국회를 포함한 정치권은 성폭력에 가장 취약한 곳이다. 직원들은 자신의 생사 여탈권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에게 피해를 입어도 외부에 쉽게 말할 수 없다”라고 정치권의 구조적 문제를 꼬집었다.

이어 “피해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는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2차 가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경고,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허위 사실들의 삭제를 말한다”며 “구호와 말뿐인 대책이 아닌 실질적인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완주 무소속(과거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성폭력 피해자 A씨는 “더불어민주당이 왜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성범죄 당이란 오명을 갖게 됐는가. 사건 이후 당내 정치인들의 친목과 온정주의를 짚어 건강하고 안전한 정당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라고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당내 온정주의를 지적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김잔디씨는 “무자비한 공격들이 상처로 이어지고 있다. 일일이 대응하기도 힘든데 대응을 안 하면 (2차 가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현실이 멈췄으면 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온전히 치유에 집중하고 싶다”며 계속되는 2차 가해로 인해 온전히 회복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편지 대독 이후 정치권 내 권력형 성범죄가 발생하는 원인과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토론회를 주관한 ‘넥스트민주당’은 성범죄 재발방지 대책을 담은 제안서를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에 제출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페미니즘당·직장갑질119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첫 변론‘ 개봉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27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었다. ⓒ박상혁 기자
한국성폭력상담소·페미니즘당·직장갑질119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6월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첫 변론‘ 개봉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었다. ⓒ박상혁 기자

피해자들은 성범죄 발생 이후 지금까지도 가해자와 지지자에 의해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

안 전 지사 측은 지난 25일 김지은씨와의 민사소송 재판에서 "비록 형사 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났고 행위 자체를 부인하지 않지만 (성폭행 유죄는) 증거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라며 배상과 2차 가해에 대한 책임을 부정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박완주 의원은 A씨가 성폭력 피해를 민주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 신고하자 A씨를 면직시키기 위해 제3자를 동원해 위조된 사직서를 국회 사무처에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은 그의 성폭력을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박 전 시장의 일부 지지자들은 그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취지를 담은 다큐멘터리 ‘첫 변론’을 제작해 서울시와 김잔디씨 및 시민단체와의 상영금지가처분소송을 진행 중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