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민주당 권력형 성범죄 토론회 열려
권력 가진 가해자 편이면 살아남는 민주당
지자체선 단체장 권력 견제할 장치 없어
당내 성범죄 처리는 온전히 대표의 몫…재발 방지 지켜지지 않아

이상민 의원과 넥스트민주당이 공동주최한 ‘민주당 권력형 성범죄 토론회’가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박상혁 기자
이상민 의원과 넥스트민주당이 공동주최한 ‘민주당 권력형 성범죄 토론회’가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박상혁 기자

정치권 내 권력형 성폭력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 권력형 성폭력을 증언했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재발 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대한 방안을 촉구했다.

이상민 의원과 넥스트민주당이 공동주최한 ‘민주당 권력형 성범죄 토론회’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박완주 국회의원 성폭력 사건’을 처리했던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 당시 법정에서 증언한 신용우 전 수행비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에서 직장 동료로서 피해자를 도왔던 이대호 전 서울시장 미디어비서관 등이 발제를 맡았다.

이들은 각자가 경험한 권력형 성범죄 사건과 사건 이후 피해자가 겪은 2차 피해를 증언하며 ‘지방자치단체와 정당에서 발생하는 권력형 성범죄가 정치적 권력에 대항할 수 없는 환경과 피해자 보호 대책의 부족으로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현 “당내 권력형 성범죄 처리 시스템 없어…재발 방지 지켜지지 않아”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박상혁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박상혁 기자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임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박주완 당시 민주당 의원의 성폭력 사건을 처리한 경험을 설명하며 “당내에 권력형 성범죄를 처리하는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박주완 의원의 성폭력 사건을 보고받았을 당시 혼자서 결정해야 했다. 대표가 누구든 피해자 보호를 제1원칙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안정적인 제도가 갖춰져야 하는데, 당내 안전 제도는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박완주 사건을 처리하고 난 후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당내 성범죄 사건들이 연이어 보고됐다. 조직 내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권한이 있는 자가 사건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또 다른 피해를 밝히고 새로운 피해를 방지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이어 “세 차례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이어지는 동안 민주당은 납작 엎드리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여전히 권력을 가지고 있고 피해자들은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해자에 대한 온정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피해자를 낙인찍는 지금의 정치는 권력형 성범죄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용우 “정치권에서 피해자 편은 쫓겨나고, 가해자 편은 승승장구”

신용우 전 충남지사 수행비서 ⓒ박상혁 기자
신용우 전 충남지사 수행비서 ⓒ박상혁 기자

신용우 전 충남지사 수행비서는 충남도청 비서실에서 안희정 당시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로 일하며 안희정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직전 수행비서로 업무인수인계를 맡았다. 그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 재판의 1심과 2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자의 입장에서 증언했다.

신 전 수행비서는 “학창 시절 운동부에 있으면서 폐쇄적인 구조로 수년간 수십 명의 성폭력 피해자가 발생했는데도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을 목격했다”며 “운동부 성폭력 사건과 안희정 사건의 성폭력이 구조적으로 닮아 가해자의 위력이 어떤 것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증인들이 정치권에서 모두 쫓겨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희정 측 증인은 재판 과정 중 인턴에 준하는 입법보조원에서 한 번에 5급 선임비서관으로 승진했으며, 다른 증인은 피해자를 모욕한 댓글을 작성해 처벌받았음에도 민주당 단체장이 있는 송파구청에 6급으로 채용되기도 했다”며 “그동안 실력을 인정받았던 피해자 측 증인은 증언 이후 유력 정치인의 곁에서 쫓겨났고, 저 역시 도청에서 나온 직후 공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희정 측은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여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권력 집단이었다”며 “안희정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편에 섰던 극소수 사람들은 증언 이후 정치권에서 모두 쫓겨났고, 피해자를 공격한 사람들은 정당과 권력 아래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권력에 조아리고 줄 서야 달콤한 인생을 하사받을 수 있는 현실이 과연 정의로운 사회일지 의문이 든다”며 정치적 권력이 강한 성폭력 가해자의 편을 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권 환경을 질타했다.

신 전 수행비서는 “민주당이 권력에 대항하더라도 진실을 이야기한 자는 상을 받고 권력에 빌붙어 누군가를 망가트린 자는 벌을 받는다는 것을 강단 있게 보여달라”며 “성폭력 사건에서 친소관계, 온정주의로 내 동료는 봐준다는 인식을 완전히 배제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호 “단체장의 폭력 견제할 장치 없어…비서 도구 취급하는 조직 문화 바뀌어야”

이대호 전 서울시장 미디어비서관 ⓒ박상혁 기자
이대호 전 서울시장 미디어비서관 ⓒ박상혁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와 함께 일했던 이대호 전 서울시장 미디어비서관은 반복되는 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비서관은 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로 단체장 권력을 감시, 견제할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자치단체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들은 인사 부서가 관리하고 징계하도록 돼있지만, 조직 최상단에 위치한 단체장과 그를 조력하는 비서실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인사부가 감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단체장의 업무를 보조하는 과정에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기 어려운 점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서실 직원들은 단체장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데에 익숙하다. 그 과정에서 안희정·박원순 성폭력 피해자들은 처방전을 받아 약을 대신 받아온다든지, 과일을 깎아준다든지, 주말에도 심부름을 하는 등 조직의 과업과 무관한 일도 수행하게 됐다”며 “직원들은 직장 업무로 생각하고 일을 하지만, 상급자는 이러한 친절을 사적인 배려나 호감의 표시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토론회를 마치고 더불어민주당의 권력형 성폭력 예방을 위한 혁신안을 공개했다. 혁신안은 △젠더폭력신고센터의 기능과 위상 격상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 일상회복 지원 제도 마련 △성폭력 관련 법률, 당규 및 윤리규범 개정 △사각지대 없는 성평등 교육 의무화 △성평등 의전 가이드라인 제정 및 보급 총 5개 핵심안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이날 공개된 혁신안은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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