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끝)

5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제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5월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제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5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강의를 한 과목이 있다. 정치학 방법론이다. 방법론의 두 축 중 하나인 양적 방법을 시작하는 첫 수업은 조사방법론을 다룬다. 실제적으로 어떻게 조사하는지를 체험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한 설문지를 나누어 주고 답한 내용을 직접 통계분석 소프트웨어에서 작업해 얻은 결과물로 분석하는 일까지 함께 하는 과정이다.

설문지에는 두 개의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대학 졸업 후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낙관적이십니까, 아니면 비관적이십니까?” 이 질문 다음으로 바로 “학교생활 전반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십니까?” 얼마 전 이 두 질문 항목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확인해 본 적이 있다. 놀라운 사실이 발견된다.

학생 89% “졸업 후 미래 낙관적”

최근 15년 동안 나와 정치학을 공부한 학생들의 89%가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라는 답을 내 놓았다. 리먼브라더스로 인해 초래된 세계적 재정위기가 닥쳤던 2008년 조사 때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이 진행되는 기간에도 스웨덴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크게 차이가 나질 않았다. 왜 그럴까?

이어진 두 번째 질문에 답이 나와 있다. 거의 비슷한 87%가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선택한 전공이 미래의 꿈과 직업을 찾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인식, 그리고 학자금융자 제도인 CSN 지원을 받아 대학생활을 하면서 느낀 삶의 질에 대한 만족감, 학우관계의 만족도, 그리고 학교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 등이 고루 포함된 포괄적 질문에 미래의 낙관적 시각이 함께 담겨져 있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이 많을 경우 미래에 대해 낙관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 스웨덴 학생들은 미래에 대해 왜 그렇게 낙관적일까? 현재 삶이 만족된다고 미래까지 만족하거나 기대감이 높을 수는 없기 때문에 또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학생들의 언어수준을 보자. 10명 중 7명이 영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한다. 2~3명은 완벽하지는 못해도 소통하거나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토론하고 발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 중 불어를 구사하는 학생은 10명 중 4명, 독일어를 구사하는 학생은 3명, 스페인어는 4명이 구사한다. 그리고 페르시아어는 10명 중 4명, 아랍어는 3명, 터키어는 3명 등으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10명 중 4명이 유럽국제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를 통해 다른 유럽대학 캠퍼스에서 최소 6개월 이상 공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에서 중고등학교 교환프로그램, 대학 공부 기간 중 아르바이트, 언어학습, 여행, 교환 학생, 실습 등으로 거의 모든 청년들이 다녀 온 경험이 있다. 이 뿐 아니다.

대학 졸업논문을 쓰는 학생들을 위해 MFS(Minor Field Study) 장학금제도가 있어 1년에 개발도상국을 체험하는 전국 대학에서 매년 1000명 이상이 선발되고 있고, 졸업 전 실습으로 유럽연합, 국제연합, 국제무역기구, 유엔 산하 국제기구 등에 참혀 하는 학생이 수백명에 이르고, 국내 해외원조 단체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파견되는 학생들이 매년 1000여명에 이른다. 이를 종합해 보면 최근 10년간 해외를 단기 및 장기 체험을 하고 돌아온 스웨덴 청년들은 거의 80퍼센트 이상이다. 스웨덴 전체 국민 중 58퍼센트가 해외여행과 단기체류 등을 경험하고 있다고 SIFO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했을 정도다.

낙관적 자세의 원천은 자신감

스웨덴에도 15~24세 연령층의 실업율은 22.4%에 이른다. 그런데도 대학에서 공부한 학생들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이유는 바로 자신의 언어능력과 해외체험, 그리고 직업선택의 다양성에 있다고 나름 분석해 본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가 미래의 활동무대이기 때문에 잠시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다가 잘 안되면 바로 해외로 눈을 돌리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두려움이나 걱정이 되질 않는다.

또 다른 통계는 스웨덴의 미래에 대한 태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다. 2018년 유럽연합 비교 조사에 따르면 스웨덴 국민의 85%가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고, 손주 세대들의 미래에 대해 스웨덴 국민의 83%가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발표된 자료라 현 시점에서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낙관적인 기조와 마음 자세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느낌이다.

그들이 행복하고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것은 복지 때문만은 아니다. 복지는 기본적 삶을 보장하는 것이지만, 그 보다도 더 큰 요인은 바로 자신의 능력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이들을 더 낙관적으로 미래를 바라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나는 믿는다.

청년의 미래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에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가정, 학교, 지역, 국가는 청소년들이 젊은 시절 세계를 체험하게 하고, 모국어 이외에 2-3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게 하며, 4차산업과 연계된 기술과 과학에 눈뜨게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주는 것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국내의 한정적 일자리 시장에서 좌절하지 않고 헤쳐 나가게 할 수 있는 방안이라 본다. 세계와 우주는 아직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청년들에게 ”화이팅”을 외쳐 본다.

*이 글은 저의 마지막 연재글입니다. 그동안 여성신문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를 통해 독자님들과 만날 수 있어 큰 배움의 시간이었고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동안 보내 주신 독자님들의 관심과 격려 감사드립니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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