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울광장 분향소 철거 예고에
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
15일 규탄 기자회견 열어

“서울시, 유족과 제대로 소통 노력 안해...
분향소 설치 적법...사실 왜곡 중단·사과해야
위법한 공권력 행사 멈추고
추모·진상규명 적극 협조해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회원들이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시민분향소 철거를 요구한 서울시의 위법부당 행정대집행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회원들이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시민분향소 철거를 요구한 서울시의 위법부당 행정대집행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서울광장 분향소를 오늘(15일) 철거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이를 규탄하고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5일 오후 1시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분향소에 대한 위법한 행정대집행을 즉각 중단하고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기억과 추모를 위한 분향소의 운영에 적극 협조하라”고 외쳤다.

앞서 지난 4일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서울광장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자, 서울시는 ‘불법 구조물’이라며 자진철거를 요청했다. 또 15일 오후 1시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강행할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에 대해 “서울시의 주장과 달리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위법한 조치”라며 “분향소 설치는 헌법과 법률이 보호하는 관혼상제에 해당하며, 상당한 기간을 정하지 않고 독촉하듯 계고처분을 하는 것도 절차적 하자가 분명하다. 서울광장 분향소는 시민의 이동권을 방해하지 않도록 설치돼 있고, 행정대집행이야말로 오히려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반박했다. 지난 14일 녹사평역 분향소를 서울광장으로 통합 이전하기도 했다. 

하주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유족들은 절차적으로 합법적인 계고 통지를 받은 적 없다”며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추모하고 문제 해결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것인데, 그렇게 세워진 분향소를 서울시가 철거한다면 행정청이 가져야 할 기본적 의무와 인간에 대한 예의 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시도 참사에 책임이 있다. 참사 예방, 대응, 후속 조처, 유족을 위로할 의무 등이 있다. 추후 조사로써 밝혀야 할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5일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영정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15일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영정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유가족들은 분향소를 지키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될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추모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형제자매들도 공동 호소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향해 “왜 조례와 법률을 운운하며 우리 유가족을 강제철거에 응하지 않은 범법자로 낙인찍고 일반 국민들과 갈라치기 하려 하느냐”, “(오 시장은) 한 번도 유가족협의회와 소통을 하지 않았음에도 왜 자꾸 우리와 소통하고 대화했다고 하느냐”고 물었다. 또 “참사의 책임자들은 희생자를 애도하고 참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목소리를 묵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분향소 철거를 압박하는 공무원들을 향해서도 “여러분은 윗선의 업무 대리인이 아닌 국민을 위한, 국민에 대한 봉사자, 국민의 한 사람이다.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저 멀리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고 있는데 왜 아무런 죄도 없는 우리들끼리 대치하고 싸워야 하나”고 물었다.

또 “어떤 구속에도 우리 유가족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진상규명을 외치겠다”며 “그래야만 미래를 살아갈 모든 세대의 국민들이 어디서도 죽지 않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시민분향소 철거를 요구한 서울시의 위법부당 행정대집행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시민분향소 철거를 요구한 서울시의 위법부당 행정대집행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정치인들도 참석해 연대 발언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대책본부장 남인순 의원은 “정부는 참사 110일이 지나도록 유가족들에게 약속했던 추모·소통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참사 직후 영정도 위패도 없는 분향소를 직접 설치, 운영했던 서울시가 시민분향소를 철거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철거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유가족들이 원하는 곳에 제대로 된 추모공간을 조속히 설치하라. 그렇지 않다면 서울광장 분향소를 보존하고 많은 이들이 찾아와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등도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는 “서울시가 나서서 이곳 분향소를 지켜주겠다고 해도 부족한데 강제 철거 예고라니 분노스럽다”며 “윤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안정적인 애도와 추모, 기억의 공간을 당장 만들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빈 민주당 서울시의원도 “오 시장은 ‘약자와의 동행’을 말하지만 유족들을 위해 제대로 한 일이 없다. 기계적 행정이 아닌 따뜻한 행정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는 평상시보다 많은 경찰 병력이 배치됐고, 서울시 공무원들, 기자회견 참가자들, 취재진과 시민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자회견 발언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과 시민들이 “힘내세요” “함께 하겠습니다”를 연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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