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위한 레시피] 압력솥은 만능 요리 기구
[아내를 위한 레시피] 압력솥은 만능 요리 기구
  • 조영학 번역가, 『상차리는 남자! 상남자!』 저자
  • 승인 2023.01.19 08:56
  • 수정 2023-01-19 2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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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밥솥은 고장 염려도 없고 시간도 단축되며 하이라이트나 인덕션을 이용하면 타이머 기능도 함께 쓸 수 있다. ⓒPixabay
압력밥솥은 고장 염려도 없고 시간도 단축되며 하이라이트나 인덕션을 이용하면 타이머 기능도 함께 쓸 수 있다. ⓒPixabay

요리가 서툴고 시간이 부족하던 시절, 내 요리 기구는 주로 전기밥솥이었다. 전기밥솥에 다른 요리를 하면 냄새가 배고 쉬 망가질 우려도 있다지만 그런 걸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지금이야 안 하는 요리는 있어도 못하는 요리는 없다며 뻔뻔하게 큰소리까지 치지만 당시만 해도 금손하고는 거리가 한참 먼지라 뭔가 만들어보겠다고 냄비나 후라이팬을 잡으면 한두 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말았다. 마감은 늘 코앞이고 시간은 쏜살같던 시절이다.

부엌은 내가 책임질게요. 오래전 아내한테 선언한 말이 그랬다. 말이야 그럴싸하지만 아니, 책임은 아무나 지나? 요리해봤어? 살림해봤어? 책임은 능력 있는 자들의 특권 아닌가? 육수가 뭔지도 몰라 국이 매일 맹숭맹숭하던 실력으로 부엌을 어떻게 책임지게? 주말에 떡볶이 말고 특별히 해본 요리도 없잖아? 게다가 부엌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번역은 언제 하려고?

그래서 생각해낸 요령이 전기밥솥이었다. 요리책을 펴놓고 재료를 준비해 몽땅 밥솥에 집어넣은 뒤, 타이머 맞춰 스위치만 누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럼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느긋하게 번역작업을 할 수 있었다. 감자탕, 족발, 김치찜, 부대찌개 등, 집에서 하기 어렵다는 메뉴들부터 익숙해진 까닭도 그래서다. 그런 메뉴들은 냄비에서 하나 전기밥솥으로 하나 맛 차이가 크지 앟다. 가족들도 일상이 특별요리라며 좋아했다. 요컨대, 실력은 없고 잔머리만 발달한 셈이다.

지금은 전기밥솥에서 압력솥으로 바뀌었지만 압력을 활용해 맛과 효율을 높인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아니, 효율은 압력솥이 훨씬 낫다. 고장 염려도 없고 시간도 단축되며(압력솥으로 밥을 하면 10분 정도면 된다. 전기밥솥은 35분이다.) 하이라이트나 인덕션을 이용하면 타이머 기능도 함께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압력밥솥으로 감자탕을 만들어보자.

1. 돼지등뼈 1킬로그램을 찬물을 갈아가며 서너 시간 핏물을 뺀다.

2. 우거지, 얼갈이, 배추잎 따위를 두어 줌 준비한다.

3. 양념장을 만든다(고춧가루 4T, 마늘 2T, 간장 3T, 들깨가루 3T, 들기름 2T, 생강 약간, 후춧가루 약간)

자, 준비는 끝났다. 이제 압력밥솥에 등뼈와 채소, 양념을 차례로 넣고 등뼈가 살짝 잠길 만큼 물을 추가한 뒤 하이라이트 타이머를 30분에 맞추면 일이 끝난다. 예열로 뜸을 들이고 증기를 뺀 다음 상에 놓으면 그만이다. 가스레인지라면 2시간여를 부엌을 떠나지 못한 채 지켜봐야 하지만 압력솥과 하이라이트라면 요리하는 동안 얼마든지 딴짓을 할 수도 있다. 조금 더 정성을 들인다면, 궁중 팬에 내용물을 붓고 조금 더 끓이며 대파, 깻잎, 청양고추 두어 개를 첨가하면 더욱 맛이 좋다.

압력솥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얼마든지 있다. 김치찜, 족발, 갈비찜, 코다리찜, 닭도리탕, 심지어 팥죽까지…동영상을 찾아보면 온갖 요리법이 쉽고 자세하게 나와 있다. 요리 얘기만 나오면 남자들은 대부분 “난 요리를 못해요,” “요리에 취미가 없어요.”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어디 여성들이라고 처음부터 요리를 잘해서, 요리가 좋아서 부엌으로 내몰렸겠는가. 요리는 잘해서가 아니라 하면서 배우는 예술이다. 취미나 실력이 아니라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주말에라도 가족에게 명품 요리를 선사하고 싶은 남성들에게 적극 권하는 바이다. 

조영학/ 번역가, 『상차리는 남자! 상남자!』 저자
조영학/ 번역가, 『상차리는 남자! 상남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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