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여성신문 10대 뉴스]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2021 여성신문 10대 뉴스]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1.12.26 09:11
  • 수정 2021-12-26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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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현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8년 8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현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박사방’ 관련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주범들은 이례적으로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아동·청소년 등의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해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박사)은 징역 42년형이 확정됐다. ‘n번방’을 운영하며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문형욱(갓갓)은 징역 34년형, ‘박사방’의 2인자 강훈(부따)은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사법부가 이들 일당을 ‘범죄집단’으로 규정한 결과다. 디지털 성범죄를 개인의 일탈로 여기지 않고, 조직적 범죄로 판단해 무관용 엄벌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강훈은 조주빈과 함께 여성 피해자들을 협박해 나체사진을 전송받은 혐의 등으로 추가 재판을 받고 있어서 형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이나 감시가 소홀한 다른 사건들까지 제대로 수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디지털 성범죄를 엄벌하기 위한 성폭력처벌법 개정 효과도 미미하다. 징역형은 줄고 집행유예가 늘었고, 1년 이하 징역이 70%다. 감형은 너무 쉽다. 죄질이 나빠도 여성단체 기부, 초범, 전과 없음 등을 이유로 형량을 깎아 주는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성착취물을 내려받아 소지했지만 삭제했다는 이유로, 영상 속 ‘피해자 신원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감형한 사례도 있다.

디지털 성범죄물 유포를 막고자 마련된 전기통신사업법및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시행되자마자 황당한 ‘사적 검열’ 논란에 휩싸였다. 공개 SNS 채팅방 등에 올라간 영상물 중 불법촬영 영상물이 있는지 그 특징값만을 비교·확인할 뿐인데, 모든 영상을 검열한다는 ‘가짜뉴스’가 퍼졌다. 기술적으로 완벽하진 않아도, 불법촬영물 재유포를 방지하고 2차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몇몇 법안 개정만으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뽑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언제든 유사 신종 범죄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근본적인 해법은 성인지감수성 향상이다. 타인을 성적 만족이나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디지털 성범죄는 심각한 범죄이며 반드시 엄벌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 전체에 뿌리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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