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토론회 시작으로 활동 전개

 

ⓒ백래시 대응 범페미 네트워크
ⓒ백래시 대응 범페미 네트워크

‘집게손가락’ 논란부터 최근 숏컷 논란까지, 페미니스트 색출과 검증, 낙인찍기가 계속되고 이는 여성할당제 폐지,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정치적 입장과 공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반동, 즉 백래시(backlash·성평등한 사회 변화를 거부하는 반발 심리)로 규정하고 대응하기 위해 여성시민단체 중심으로 ‘백래시대응범페미네트워크(이하 백범넷)’가 출범했다.

연대체 구성을 제안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이대남 덕분에 야당이 승리했다는 논리가 GS손가락 사태와 만나면서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에 정당성을 부여했고, 지금까지 손가락을 빌미로 한 페미니스트 색출하기가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 숏컷 논란 등으로 확장돼갔다”며 “백래시를 넘어서서 페미니스트들의 강력한 연대와 조직화된 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제안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출범에 앞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6월 16일 130여명의 여성단체 활동가들과 ‘백래시 대응을 위한 연대체 준비 토론회’를 진행했다.

백범넷은 오는 26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공동주최로 ‘백래시 한국사회, 혐오가 아닌 성평등을 이끄는 정치로’라는 제목의 국회토론회를 진행한다. 토론회를 시작으로 페미니스트들과 연대할 수 있는 온라인 캠페인과 활동 등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백범넷은 여자대학교페미니스트네트워크 W.F.N,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5개 단체가 집행을 맡으며, 연대단체를 모집한다.

백범넷은 발족 선언문을 통해 “여성 혐오(Misogyny)의 실태를 살피고 변화를 약속해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반페미니즘’을 내세우며 이를 이용해 표몰이를 했다. 대선 주자들은 단지 주목받기 위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면서 “명백한 백래시”라고 규정했다.

이어 “근래의 백래시는 더욱 공공연하고 뻔뻔해졌다”며 “혐오자들은 이제 여성들을 비하하고 욕하는 행위를 대놓고 하면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다양한 매체와 방식을 통해 ‘못된 페미’들은 그런 대접을 당해도 마땅하다고 말한다. 이런 현상들을 언론은 아무런 고찰 없이 조회 수를 부르는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성별 간의 갈등’이라고만 보도한다”고 짚었다.

이들은 “분노와 답답함을 느끼는 이가 당신 혼자가 아님을 알리기 위해, 그렇게 다시 한번 우리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모순의 시대일지언정 모두가 함께 용기와 저항으로 통과하기 위해 발을 내딛고자 한다”면서 “우리가 모인 이유는 숨죽이지 않고 분란을 일으키며 성평등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백래시 대응 범페미 네트워크' 발족 선언문 전문. 

처음에는 저러다 말겠지 했다. 너무나 유치하고 말도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성들의 그 투정을 사회가 진지하게 받아주면서 모순이 시작되었다. 살면서 누구나 수만 번은 할 손 모양이 남성 혐오라며 온갖 곳에 시비를 걸자 대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등이 줄줄이 사과하고 멀쩡한 창작물을 수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관계자를 징계까지 했다. 여성 혐오(Misogyny)의 실태를 섬세하게 살피고 변화를 약속해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반페미니즘’을 내세우며 이를 이용해 표몰이를 했다. 대선 주자들은 단지 주목받기 위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 폐지의 이유 역시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국가의 새로운 역할 고민보다는 다분히 정치적이거나 혐오 논리로 점철되어있다.

명백한 백래시(backlash)이다. 마치 온 사회가 더이상 참지 않고 싸우기를 선택한 여성들의 입을 막고 납작하게 누르려 혈안이 되어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백래시가 오늘만의 일인가. 여성들이 가부장제를 ‘불편하게’ 만들 때마다 의도를 꼬집고 비트는 행위, 거짓뿐인 반박은 언제나 따라붙었다. 근래의 백래시에 남다른 점이 있다면 더욱 공공연하고 뻔뻔해졌다는 점이다. 혐오자들은 이제 여성들을 비하하고 욕하는 행위를 대놓고 하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다양한 매체와 방식을 통해 ‘못된 페미’들은 그런 대접을 당해도 마땅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들을 언론은 아무런 고찰 없이 조회 수를 부르는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성별 간의 갈등’이라고만 보도한다.

애초에 왜 여성과 남성의 대결 구도처럼 그려지는가. 그 이유는 남성들이 침묵하기 때문이다. 여성 대상의 높은 범죄율에, 성별 간 임금 격차에, 어떤 여성도 피해갈 수 없는 성적 대상화에, 거대한 성매수 산업에, 그리고 일상에 만연한 성희롱과 여성 혐오에 여성들은 분노하고 반박하지만, 남성들은 침묵하고 방관한다. 페미니스트들이 ‘예민하고 까칠하고 화내는’ 이유는 아무리 사회가 발전해도, 4차 산업혁명이 와도 성차별과 성폭력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여성 혐오자들만 모르고 있다. 무지할 수 있는 권력을 구조적 차별로 보장받으며 쉽게 ‘그런건 없다’고 떠든다. 그리고 이제 이 정치 권력의 시스템은 그 아둔함을 이용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는 법을 고안해냈다. 이것이 현재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부조리의 시대를 무기력한 냉담으로 통과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서로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서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며, 손을 잡고 한목소리로 반격해나갈 것이다. 우리는 가정폭력을 사회 문제로 만들었고, 성폭력처벌법을 제정시키고 최근의 n번방 방지법까지 꾸준히 발전시켜왔으며, 호주제와 낙태죄를 폐지시켰다. 수많은 여성 혐오와 여성폭력 그리고 그 생존자들의 말하기가 또다시 ‘해프닝’으로 묻히지 않도록 다 함께 거리로 나와 ‘생각하고 설치고 떠들었다’. 유례없는 백래시, 여성주의에 대한 혐오가 쉽게 무너뜨리기에는, 우리는 이미 많은 것들을 이루어왔다.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우리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직진할 것이다.

분노와 답답함을 느끼는 이가 당신 혼자가 아님을 알리기 위해, 그렇게 다시 한번 우리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모순의 시대일지언정 모두가 함께 용기와 저항으로 통과하기 위해 발을 내딛고자 한다. 그 단순한 사실이 우리가 모인 이유이다. 지친 서로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가다 보면 수많은 파도가 쉼 없이 몰아칠지라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혼자서는 아프기만 했던 순간들을 함께 웃어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버티고 싸우다 흠뻑 젖은 모습이 숨겨야 할 불리함이 아니라 당당한 저항의 이력이 될 수 있는 그 날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우리가 모인 이유는 숨죽이지 않고 분란을 일으키며 성평등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2021. 8. 13.
백래시 대응 범페미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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