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20년을 기다려야 차례가 되는 아파트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20년을 기다려야 차례가 되는 아파트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1.03.13 08:05
  • 수정 2021-03-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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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임대주택 모습. ⓒSvenska bostäder
스웨덴 임대주택 모습. ⓒSvenska bostäder

스톡홀름에서도 서울처럼 사대문 안이라는 표현이 있다. 왕궁이 위치한 감라스탄을 중심으로 반경 3km 내외에 속한 지역으로 외부에서 유입되어 들어오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던 세관 건물이 사방에 설치되어 있던 곳을 경계로 하고 있다. 이를 스웨덴에서는 세관 안쪽동네(Inom tullarna)라는 표현을 쓴다. 동쪽으로부터 남쪽, 서쪽, 그리고 북쪽까지 촘촘하게 연결하며 설치되었던 세관건물들 안쪽에 위치한 이 지역은 지금도 스톡홀름에서 가장 인기있는 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시주택과 통계에 따르면 스톡홀름 임대아파트를 관리하는 소개소(Stockholm bostdsförmedlingen)는 매년 평균 1만5000건의 임대아파트를 소개하고 있고 코로나 여파로 이동이 적었던 2020년에도 거래가 늘어 1만6000 명이 새 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고 한다. 

스톡홀름시가 (주)스웨덴 임대주택(Svenska bostäder)을 설립한 것이 1947년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경제적 붐이 일어나고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이 팽창하기 시작하면서 주택문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부각됐다. 설령 일자리를 얻어도 지낼 곳이 없어 이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했고, 신혼부부들도 스톡홀름에서 아파트를 얻어 살 수 있는 곳이 없어 부모 집이나 아주 좁은 아파트에서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등 심각한 상황에서 스톡홀름시가 자체적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시에서 소유하고 있는 땅이나 개인 및 법인 등이 소유하고 땅을 구입해 임대주택을 짓고, 임대하고 관리하는 모든 기능을 맡아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2020년 현재 스톡홀름시는 2만6000개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4000개의 시설물을 관리하고 있다. 2만6000개의 아파트 평균 가족 3-4인을 기준으로 할 때 7만8000~10만4000명이 스톡홀름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고 시 전체 인구가 97만5000(2020년 12월 31일 기준)에 이르니 최대 10% 이상이 스톡홀름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임대주택 시장은 개인사업자들도 참여하고 있어 이들까지 계산하면 스톡홀름시의 단독주택을 제외한 다세대주택의 비율로 비교했을 때 개인소유아파트는 56%를 차지하고 44% 차지하고 있는 임대주택 시장비율이 매우 높다. 스웨덴 제2, 3도시인 예테보리와 말뫼가 각각  64%, 52%가 차지하고 있어 스웨덴에서 임대주택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스웨덴이 임대주택 아파트가 다세대주택 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갖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1960년대 주택정책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스톡홀름시가 주도적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던 것이 아니었다.  2차대전 이후 전국적인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타게 에를란데르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정부는 열악한 구식주택의 현대화, 그리고 경제성장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대도시 인구집중현상에 따른 심각한 주택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치시주도로 다세대주택을 건설해 임대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주택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었다. 이것이 시발점이었다. 국가는 자치시들이 조성하는 주택건설기금의 저리지원을 통해 택지확보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었고, 이렇게 시작된 사업은 1965년부터 10년 동안 전국적으로 100만 6000호가 건설되었다. 새롭게 건설된 아파트는 1970년대 스웨덴을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자리매김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즉 보건, 의료, 무상교육, 사회보장을 통한 복지국가 건설은 임대주택을 통한 주택문제까지 해결함으로서 실질적 삶의 질 향상에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복지국가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자치시가 아파트 건설, 임대, 관리를 책임지게 해 재정자립도를 끌어 올리는 중요한 재원으로 사용되었고 탄력적인 주택정책을 유지해 대도시가 팽창할 때 수요와 공급의 논리를 중심으로 빠르게 적용해 주택가격의 상승을 억제해 주는 역할로 빈부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여주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100만호 건설은 당시 스웨덴인구가 800만이었으므로 평균 4인 가족 기준으로 스웨덴 국민의 50%가 임대주택에서 살게 된 셈이었다.

스톡홀름 뿐 아니라 제2, 3도시인 예테보리와 말뫼에서 시내중심가에 있는 임대아파트의 인기는 시들 줄 모른다. 중심가의 상징성 뿐 아니라 현대적 편의성, 쇼핑과 식당, 카페 등이 밀집된 지역의 매력이 자녀가 있는 젊은 부부부터 은퇴의 시간을 보내는 퇴직자까지 폭넓게 이 지역의 임대아파트를 얻기 위해 20년이라는 시간을 기꺼이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 임대주택의 건설을 위한 세제지원 및 기금조성, 자치시의 재정자립도를 올려 주면서 탄력적 임대주택 건설, 임대, 운용의 전권을 부여해 주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높은 임대료걱정 안하고 모든 시민이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좋은 임대아파트의 대량공급과 지속적 관리와 운영책임이 부여된 자치시의 역할은 1970년대 스웨덴 주택정책 성공모델의 핵심적 요소였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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