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착취물 유포해도 조회수 낮으면 법원이 봐준다고?
아동 성착취물 유포해도 조회수 낮으면 법원이 봐준다고?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10.20 17:48
  • 수정 2020-10-21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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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20일 토론회
디지털 성착취물, 사실상 완전한 삭제 불가능
아동·청소년 대상일 때 특수성 있음에도
전혀 감안 안 된 양형기준 문제
‘나라에 상처준 박사방’ 25일 오전 종로경찰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물 제작,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서울중앙지방검찰정으로 이송됐다. 기본소득당 당원들은 이날 종로경찰서 앞에 모여 '공범자도 처벌하라', '당신도 피해자만큼 고통을 겪어야지' 등의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부 참가자는 구호를 외치며 울먹이기도 했다.  ⓒ홍수형 기자
지난 3월 25일 종로경찰서 앞에서 시민들이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을 강력 처벌하라고 촉구하는 모습. ⓒ홍수형 기자

 

N번방이 세상에 공분을 일으키자 뒤늦게서야 지난 5월 20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 범죄에 대한 전반적인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진지한 반성‘ ’부양가족 여부‘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단순소지‘ ’자신이 소지한 것 외 타인이 업로드한 것들이 대다수‘ 등의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이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의 영속성과 성인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저지르는 범죄가 갖는 특성을 반영한 양형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가 20일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디지털 성폭력, ‘양형부당’을 말하다 : 피해자 관점에서 본 양형기준‘ 토론회를 열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9월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 관련 양형 기준안을 확정했다. 양형위는 11월 공청회를 개최한 후 12월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가 20일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디지털 성폭력, ‘양형부당’을 말하다 : 피해자 관점에서 본 양형기준‘ 토론회를 열었다.  ⓒ온라인 생중계 영상 캡처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가 20일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디지털 성폭력, ‘양형부당’을 말하다 : 피해자 관점에서 본 양형기준‘ 토론회를 열었다. ⓒ온라인 생중계 영상 캡처

 

△아동 성착취물, ‘소지만 해서’ ‘(초등생이라도)피해자가 동의해서’ ‘애니메이션이어서’ 감경

백소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2018년 1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아청법이 적용된 200건의 판결을 살펴본 결과 피고인 중심의 양형 기준이 여전히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의 구성요건과 양형인자를 혼동해 소지 자체가 불법임에도 유포의 목적이 없었다며 소지만 했음을 이유로 들어 감경하거나 성착취물의 내용 및 유형에 대한 고려는 없는 경우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소지·유포 규모가 적어 감경이 되기도 하면서도 정작 1만 건 이상 소지한 경우에도 제작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감경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은 A씨의 판결에서 A씨가 제작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SNS에 게재한 음란물의 “규모가 방대하지 않아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유리한 사정으로 인정했다. 같은 시기 서울지방법원에서 있었던 ‘웰컴투비디오’ 손정우 사건 판결에서 재판부는 손정우의 하드디스크에서 1만7천개의 아동 성착취물이 나왔음에도 “회원들이 업로드한 것도 상당수 포함된 점”을 들어 또 감경해줬다. 이처럼 기준 없는 감경남발이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디지털 성범죄의 솜방망이 처분으로 이어진단 지적이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의 다수가 그루밍 성폭력 양상을 띠는 데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동의’나 자발적 전송 등이 주요한 감경인자가 되기도 했다.

‘진지한 반성’과 같이 모호한 감경요소가 반성문 대필 업체를 성행하게 하고 ‘결혼’ ‘부양가족 존재’ ‘사회적 유대관계’ 등 피고인의 제반 사정까지 살피다 보니 결국에는 디지털 성범죄 전반의 솜방망이 처분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백 변호사는 “디지털 범죄 피해의 지속성과 확산성에 기여하는 여러 가지 시도들은 가중요소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손정우와 조두순이 나타났다면? 손정우는 출소 불가·조두순은 평생 보호관찰 신세였을 수도  

박예안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할 경우 초범이라 해도 최소 형량은 15년이며 최대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재범은 25년부터 최대 50년, 누범은 35년부터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전송, 배포, 배포목적의 복사, 광고, 판매, 판매 목적의 소지 등은 5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각각의 죄를 모두 병과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성착취 범죄의 경우 해당 범죄가 사실상 성착취물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높게 가중한다.

또 프로텍트 액트(PROTECT Act)가 2003년 통과된 이후부터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미성년 피해자에 대한 연방 성범죄로 유죄판 결을 받은 피고인이 누범을 저지르게 되면 의무적으로 종신형을 선고한다. 또 미국의 양형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는 초범에 121~151개월의 징역형, 심각한 상습범에 대해서는 262개월(22년)의 징역형을 내리도록 권고한다. 여기에 더해 구체적 가해 행위, 피해시점 아동의 나이, 이미지 배포 여부, 가해자-피해자 간 관계 등까지 다져 가중한다.

출소 이후에도 자유롭지 않다. 연방 차원에서 보호관찰제도는 성범죄 및 미성년자 관련 범죄에서 보호관찰 기간을 최대 종신형까지 내릴 수 있으며 성범죄는 가능한 최장기간을 권장한다. 아울러 컴퓨터 사용 내역에 대한 모니터링, 전자기기의 불시검문, 허가 없는 인터넷 접속 금지, 개인 재정에 대한 보고서 월별 제출, 계좌 개설 제한, 정신과 치료, 미성년자에 대한 접촉 제한, 주거 이전 제한, 생계활동 의무 등 세세한 조건을 제시한다.

박 변호사는 미국의 보호관찰처분에서 “18세 미만 아동과의 접촉 자체가 검열 관계가 되는데 이는 전과자의 생활 전반을 세밀하게 관리해서 재범을 아예 방지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성범죄가 갖는 특수성 고려해야 하지만 아직 멀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범원이 갖는 낮은 수준의 인식을 지적했다.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불법촬영 유포에 대한 기본 형량이 1년에서 2년 6개월로 제시되는데 감경 요소를 가정하면 최소 형량은 4개월”이라며 “일반 양형인자로 진지한 반성, 사회적 유대관계와 부양가족 등이 들어가며 쉽게 감경 받는 상황에서 과연 디지털 성범죄의 근절이 가능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서 일부 요소가 감경 요소가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유형력을 행사하지 않은 것‘과 ’처벌불원‘을 감경요소로 보는 것은 아동과 성인 가해자 간에 있는 위계를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해자가 성폭력을 위해 아동에게 수차례 동의를 구하는 모습이 일견 대등한 관계처럼 보일 수 있어도 이는 조종과 통제의 형태라는 것이다. 아울러 ’진지한 반성‘을 감경요소로 했을 때 이를 이용하기 위해 무리한 방식으로 피해자에 접근해 용서를 구하는 등 2차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도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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