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판벌려] 주수 제한 없는 인공임신중지 보장을 요구한다
[정치 판벌려] 주수 제한 없는 인공임신중지 보장을 요구한다
  • 신민주 기본소득당 서울상임위원장
  • 승인 2020.10.09 20:02
  • 수정 2020-10-10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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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화대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폐지공동행동은 '처벌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 '낙태죄' 완전 폐지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바닦에는 '낙태죄를 폐지하라'라고 쓰인 팻말 등이 놓여 있다. ⓒ홍수형 기자
8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폐지공동행동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교환학생을 갔던 친언니가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는 24세였다. 언니와 상대방은 결혼한 사이가 아니었다.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언니는 가족 카톡방에 장문의 카톡을 올렸다. 처음으로 그날 아빠가 아이처럼 엉엉 우는 것을 봤다. 엄마도 죽어버릴 거라며 울었다. 한 순간 어떠한 잘못을 저지른 바 없이 지옥 한복판에 떨어졌다. 엄마가 정말 죽을까봐 무서웠던 나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 울었다. 마침내 언니가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이미 인공임신중지를 한 상태였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들을 통해 임신과 출산, 육아가 몹시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배웠다. ‘낙태’라는 낙인을 매일 체감했기 때문이다. 인공임신중지가 여성의 성과 재생산에 대한 권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낙태죄’ 폐지를 위한 운동에 참여한 후에야 알았다. 차별과 낙인은 가까이 있는 감각이었고, 그것에 대한 해석은 멀었기 때문이다. 인공임신중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울었지만, ‘낙태죄’ 폐지를 외치는 여성들과의 만남은 눈물을 닦을 수 있는 치유의 시간으로 남았다.

정부는 7일, 인공임신중지에 대해 ‘주수 제한’을 두는 입법을 예고했다. 개정안 내용에 따르면 임신 14주 이내의 여성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인공임신중지가 가능하지만, 14주 이후에는 예외 사유 이외의 인공임신중지가 금지된다. 그마저도 24주 이후의 인공임신중지는 아예 불법이다. 인공임신중지에 대한 의사의 진료 거부권도 명시되었다.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공임신중지를 선택해야 하는 여성은 ‘숙의’의 시간을 보내야한다고도 명시되어 있었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화대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폐지공동행동은 '처벌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다. '낙태죄' 완전 폐지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홍수형 기자

 

개정안 속 27장 ‘낙태의 죄’ 항목은 삭제되지 않았다. 개정안이 통과되어도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인공임신중지는 ‘낙태’로 불릴 것이고, 불법으로 남을 것이다. 여성의 삶 속에서 낙인과 족쇄가 된 용어조차 시정할 생각이 없었던 법인만큼, 내용도 온통 ‘처벌’과 ‘허락’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여성의 입장이 아니라 정부의 규정에 따라 인공임신중지가 허용될 수도, 처벌될 수도 있다면 그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어떠한 의료적 행위에 대해서도 의사의 진료거부권이나 ‘숙의’의 시간을 명시하지 않았던 법은 인공임신중지에만 ‘신념’의 잣대를 들이밀었다. 제때 인공임신중지를 받지 못해 사망한 수많은 여성들의 존재는 그 속에 없었다. 법안에는 인공임신중지에 대한 유산휴가와 건강보험 도입도, 포괄적 성교육 실시도 없었다. 그래서 이 법은 정말로 ‘인공임신중지 주수 제한’만 남게 되었다.

법안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밀실 합의로 만들어졌다. 그들은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인공임신중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먼 타국에서 인공임신중지를 하기 위해 정보를 모았던 언니가 필요로 했던 시간의 양을 모른다. 그 시간동안 흘렸던 눈물의 총량도 모른다. 하루아침에 지옥에 떨어진 후 매일 매일 죄책감에 사로잡혔던 그 긴 시간도 모른다. 그것을 알았다면 이러한 무책임한 결정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이 인간이고 ‘생명’이라면 말이다.

그래서 이 법에 반대한다. 나는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주수 제한 없는 인공임신중지의 완전한 보장을 요구한다. 연말,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사회에 드라이브를 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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