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아파트 시장에 나온 엽총과 네이버 웹툰에 나온 여성혐오
[기자의 눈] 아파트 시장에 나온 엽총과 네이버 웹툰에 나온 여성혐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9.22 18:23
  • 수정 2020-09-22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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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연재작 둘러싼 여성혐오·폭력 논란
웹툰 작가 주호민. ⓒ뉴시스.여성신문
웹툰 작가 주호민. ⓒ뉴시스.여성신문

 

스타 웹툰 작가 주호민이 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민 독재’는 내가 조절하지 못 해서 나온 실언이었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주호민 작가는 지난 18일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던 중 “(만화를)옛날에는 국가가 검열을 했는데, 지금은 독자가 한다.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앞서 네이버 웹툰에서 일어난 ‘복학왕’과 ‘헬퍼2:킬베로스’ 사태를 두고 한 말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두 작품은 모두 여성혐오와 선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웹툰과 만화는 현재 자율규제 영역에 있다. 삭과 기안84가 어떤 내용과 그림을 그려도 처벌할 방법도, 연재물을 삭제할 방법도 없다. 독자들의 날선 비판에도 기안84가 묵묵하고 삭이 사과문과 연재중단만으로 모든 것을 일단락 지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그런데 왜 유독 네이버 웹툰에 대해서만 비판이 쏟아질까? 유난히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작가들의 도덕성이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네이버가 갖는 공공성 때문이다. 네이버는 구태여 이야기 하자면 대단지 아파트 한가운데 열린 깜짝 시장쯤 될 것이다. 유치원생의 손을 잡은 부부와 혼자 사는 20대, 은퇴 후 삶을 누리는 노인까지 전연령이 모두 오가는 길에 열린 그런 시장. 

네이버의 코스피 시가총액은 50조원대로 이보다 높은 기업은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SK하이닉스 단 4개사 뿐이다. 네이버 웹툰은 하루 30억원이 넘는 수입을 벌어들이고 매년 매출액이 두 배씩 뛰는 거대 시장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네이버 웹툰의 국내 이용자 수는 569만명이다. 다음 웹툰 131만 명의 3배에 달한다. 포털 자체로는 3016만명이 네이버를 이용 중이다.

이재민 만화평론가는 헬퍼2 사태 당시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특수 장르를 서비스하는 플랫폼들과 달리 초등생부터 노인까지 접근 가능한 네이버는 플랫폼으로써 판매하고 서비스하는 상품인 웹툰에 대해 더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성혐오와 청소년 성착취가 난무하는 웹툰을 하루 수천만이 오가는 거대 시장에 무방비하게 내놓는 것은 아파트 단지서 열린 깜짝 시장에 총포류와 리얼돌을 파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우리나라 법률은 총기를 소지하기 위해 필요한 면허증을 갖추고 있다면 개인의 소지를 허용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개인이 소지한 총기의 수는 13만 정이 넘는다. 성인용 자위기구 역시 마찬가지다. 법원은 여러 가지 자위기구에 대해 ‘성기구’라 보고 이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심지어 ‘리얼돌’의 수입도 허용한다.

총을 개인이 소지할 수 있고, 자위기구를 판매하고 가질 수 있다고 해서 아파트 단지 안에서 열린 시장에 이를 내놓는 사람은 없다. 그곳에 총기 소지 허가증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10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만화책 ‘노다메 칸타빌레’의 원작자 니노미야 토모코는 후지TV에서 드라마판 ‘노다메 칸타빌레’의 재방송이 결정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니노미야는 “이를 계기로 원작을 보는 분들, 이 작품에는 많은 폭력과 성희롱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주의하라”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천계영 작가가 다음 웹툰을 통해 과거작 ‘하이힐을 신은 소녀’를 재연재하며 연재 페이지에 글을 덧붙였다. 천 작가는 재연재를 하며 수정을 고민했다고 밝히고 “여자 주인공을 통해 남자 주인공이 각성한다는 스토리는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에게 너무 쉽게 면죄부를 주는 잘못 된 서사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됐다”며 “감상할 때 참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이 과거작에 대해 독자에 주의를 준 것은 작품이 다시 대대적으로 고개됐을 때 폭력 서사를 보게 될 이들이 아동·청소년이거나 실제 피해 당사자거나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게 아닐까.

엄마 손을 잡은 7살 어린이가 있고 14살 중학생이 오가는 아파트 단지에 열린 깜짝 시장에 엽총을 가지고 나온 상인들을 두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며 내버려 두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좀 더 보수적인 사람은 과거 주류 회사에서 만들던 선정적인 이미지의 달력을 ‘빈티지’로 들고나온 상인에게도 한마디 할 것이다.

주호민 작가가 만약 삭과 기안84의 웹툰 사태를 두고 ‘시민독재’라는 말을 그대로 가져오면, 아파트 깜짝 시장에서 한소리 하는 사람들도 ‘주민 독재’가 되는 것이다. 엄연히 법률상 문제가 없는데 굳이 판매하는 것을 막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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