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 논란 ‘헬퍼2 :킬베로스’
작가 사과하고 연재 중단 선언
네이버 웹툰 "작가와 더 소통하겠다"고만

창작 윤리 두고 의견 갈려
웹툰업계 위축 가져올 것 vs.
최소한의 윤리 담보해야

네이버 웹툰 ‘헬퍼2: 킬베로스’ 
여성혐오 등 표현 논란 이후 연재 중단을 선언한 네이버 웹툰 ‘헬퍼2: 킬베로스’.

 

네이버 웹툰이 한 달 만에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16일 네이버 웹툰 ‘헬퍼2 : 켈베로스’의 작가 삭(신중석)이 연재 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연재 중단을 알렸다. 지난 8일 유료 독자를 대상으로 공개된 247화가 애독자들을 중심으로 ‘더는 헬퍼2의 여성혐오와 폭력을 좌시할 수 없다’는 공분을 일으켜 대대적 논란이 된 후 일주일 만이다. 그러나 ‘헬퍼2’의 연재 중단에도 수년째 이어지는 네이버 웹툰 측의 안일한 대응과 웹툰이 보장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와 창작 윤리에 대한 논란이 꺼지지 않고 있다.

 

왜 네이버 웹툰은 같은 문제가 반복되도록 방치할까?

네이버 웹툰은 앞서 지난 8월 기안84(35·김희민)의 ‘복학왕’ 논란 후 “서비스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관점과 시각, 변화하는 흐름 등에 대해 교육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헬퍼2’ 논란에도 네이버 웹툰은 ‘복학왕’ 때와 유사한 태도를 견지했다.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논란이 인 직후 “현재 해당 작품은 18세 이용가로 액션 연출 등 수위에서 타 작품 대비 높은 편”이라며 “그렇다해도 심각한 수준의 선정성/폭력성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편집부 검토 후 수정하고 있다. 독자들의 반응과 의견은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으며 이를 작가에게도 전달 중”이라고만 말했다.

지난 7월 유료 컨텐츠 하루 거래액 30억원을 기록한 네이버 웹툰은 서비스 중인 웹툰이 혐오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침묵에 가까운 답변만 내놓았다. 웹툰이 여느 창작물과는 다르게 어떠한 심의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웹툰 심의가 이어지자 여기에 반발한 독자들과 웹툰 작가들은 대대적으로 ‘노컷(No cut) 캠페인’을 벌였다. 같은 해 헌법재판소가 웹툰 규제에 대한 합헌 판정을 내렸으나 결국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자율심의 규제 방식으로 결론이 났다. 방심위는 웹툰 관련 민원을 받으면 한국만화가협회가 만든 심의기구인 웹툰자율규제위원회로 보내고 위원회는 심의 후 문제된 웹툰의 플랫폼으로 결론을 보낸다. 대체로 수정 사항 등만 보내고 작가가 이를 받아들이면 그만이기 때문에 사실상 패널티가 없는 셈이다.

기안84 ‘복학왕’ 141화 ‘전설의 디자이너’(4월11일자). 해당장면이 논란이 되자 작가는 별도의 사과문 없이 대사를 수정했다. ⓒ네이버웹툰 캡처
기안84 작가의 ‘복학왕’ 141화 ‘전설의 디자이너’ 편. 지난 2017년 해당 장면이 논란이 되자 작가는 별도의 사과문 없이 대사를 수정했다. ⓒ네이버웹툰 캡처
헬퍼2 : 킬베로스에 나오는 한 장면. 사진=캡처
헬퍼2 : 킬베로스에 나오는 한 장면. ⓒ네이버웹툰 캡처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지난 11일 <여성신문> 보도 이후 수면 위로 올라온 ‘헬퍼2:켈베로스’의 논란은 크게 네 가지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대상화 △거의 모든 여성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폭력 △강간 희화화 △성폭행 당한 여대생을 ‘더러운 년’으로 부르는 등의 여성혐오적 대사 등이다. 삭 작가는 사과문에서 “만화보다 더 잔인하고 악랄한 현실 세계의 악인과 악마들의 민낯을 보여주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상처 입은 모든 약자들을 대신해 더 아프게 응징해주는 것이 연출의 가장 큰 의도였다”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도 불편한 장면들도 그려져야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를 본 팬들은 “성인용 웹툰인 만큼 폭력적인 장면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왜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고 성적으로 학대 받고 구원자가 될 수 없었나?”라고 묻는다.

표현의 자유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며 헬퍼2 사태 자체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살인 장면이나 성관계, 성폭행 장면을 영상으로 내보내는 영화들도 많은데 웹툰에 한해서만 문제를 삼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 등에 비교한 반대의견에 대해 영화 등 다른 매체의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현재 유통되는 미디어들은 웹툰을 제외하고 모두 심의를 받고 있다. 이용연령가에 따라 엄격하게 나누는 기준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있으며 심의위원회가 있어도 창작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는 않았다는 주장이다.  

웹툰 속 표현의 자유 문제는 만화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규제외 심의, 검열이 곧 웹툰업계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와 대중을 대상으로 한 예술인 만큼 최소한의 가이드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만화에 대한 검열과 규제는 일본과 미국에서 이미 선행했고 이 과정에서 만화업계의 위축이 온 사례가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2차 대전 이후 ‘슈퍼맨’ 등 이른바 ‘슈퍼히어로 코믹스’가 큰 인기를 얻었고 수많은 슈퍼히어로 만화의 경쟁 속에서 폭력성과 선정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결국 1954년 미국 출판계가 설립한 CCA(Comics Code Authority)가 자행한 ‘피를 만화에 그려서는 안 된다’ 등 강력한 검열이 검열 속에서도 새로운 작품을 내보일 수 있는 대자본 출판사를 제외한 숱한 만화출판사를 무너뜨렸다.

이재민 만화평론가는 ‘복학왕’과 ‘헬퍼2’ 사태에서 살펴야 할 것은 해당 작품들을 상품으로써 서비스하면서도 대중 시선과 괴리된 네이버 플랫폼의 안일함이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특수 장르를 서비스하는 플랫폼들과 달리 초등생부터 노인까지 접근 가능한 네이버는 플랫폼으로써 판매하고 서비스하는 상품으로써 웹툰에 대해 더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작가로서의 창작 윤리과 일정한 수준의 자체 가이드의 필요성을 말하는 쪽도 있다. 

만화계성폭력대책위는 지난 11일 "'웹툰에서 모든 범죄를 묘사하지 말라는 거냐'는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지만 만화는 '연출'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한다"며 "연출은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으며 여성을 성폭행하고 폭행하는 장면이 '포르노적'으로 묘사되는 건 범죄 자체를 희석시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선정성의 세분화는 있으나 내용의 폭력성에 대한 가이드는 매우 희미하다"며 "여성들이 요구하는 건 '전부 아동용 만화를 그려라'가 아니다. 왜 여성 캐릭터는 항상 성폭행 대상이 되어야 하며, 현실에서 듣는 성희롱들이 만화 속에서 자연스러운 행위가 되어야 하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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