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파격적인 시작과 전형적인 결말의 부조화, 드라마 ‘한다다’
[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파격적인 시작과 전형적인 결말의 부조화, 드라마 ‘한다다’
  •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20.09.12 12:10
  • 수정 2020-09-14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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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네 자녀의 이혼과 파혼으로 시작
혈연·결혼으로 맺어진 가족 넘어
다양한 가족 가능성도 제시

파격적 시작과 달리 종영 앞두고
‘정상가족’의 틀로 복귀
세 자매, 커리어 우먼의 모습보다
엄마·아내·며느리로서 ‘행복’ 찾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보여줘
KBS 2TV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사진=KBS
KBS 2TV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사진=KBS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음을 보여주는 주말 드라마는 자녀와 부모를 중심으로 한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담아낸다. 일반적으로 극의 갈등을 촉발하는 원인은 자녀의 결혼이며, 사랑하는 남녀의 결혼을 둘러싸고 가치관, 생활 방식, 계층 등이 서로 상이한 두 집안이 대립하면서 진정한 가족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때 주인공 가족은 대개 대가족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주말드라마는 사랑하는 남녀 주인공의 결혼을 위한 과정이 가족들의 이야기와 버무려진 전형성을 지닌다. 이런 점에서 ‘한 번 다녀왔습니다’(이하 ‘한다다’)는 초반부터 자녀들의 이혼과 파혼이 등장하고, 이혼을 유쾌하게 그리면서 기존 주말드라마의 전형성을 벗어나는 전개를 보여주었다.

‘한다다’는 전통시장에서 통닭집을 운영하는 송영달과 옥분 부부의 네 자녀가 차례로 이혼과 파혼을 겪으면서 시작한다. 부모와 자녀들은 이혼과 파혼의 아픔과 위기를 헤쳐 나가며 각자의 행복을 찾는다. 그동안 드라마들이 이혼과 파혼을 어둡고 부정적으로 묘사했던 것과 달리, 이혼 과정과 이혼 이후의 상황을 자연스럽고 따듯하게 심지어 코믹하게 풀어낸다. 기존 드라마가 이혼을 그리던 방식에서 벗어난 접근은 이혼이 흔한 풍경이 된 시대적 변화를 적절히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한다다’는 이전 주말드라마에 비해 다양한 가족 형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흔하지 않지만 전 세대를 아우르는 에피소드 생성을 위해 주말드라마의 필수적인 가족 형태는 대가족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부모와 자녀, 미혼인 이모와 고모뿐만 아니라, 첫 째가 운영하는 스턴트맨 회사의 동생들까지 함께 살면서 확장된 형태의 가족을 제시한다. 혈연과 결혼으로 맺어지지 않았지만 함께 거주하고 친밀한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다양한 가족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대부분의 주말드라마가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을 설정하는 것과는 차별화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녀의 이혼이라는 파격적인 시작과 차별화된 가족 설정은 기존 가족드라마의 전형적인 모습에서는 벗어난 것이지만, 드라마가 진행되고 마지막 회를 앞둔 시점에서 ‘한다다’는 다시 장르적 관습으로 회귀한다. 이혼한 첫째는 전 부인과의 재결합을, 둘째는 연하의 남자와의 연애를, 셋째는 이혼했던 전 남편과의 재결합과 임신을, 넷째는 곧 결혼을 할 예정이다. 이혼과 파혼으로 첫 회를 시작한 파격성은 사라지고 결혼과 임신이라는 기존의 주말드라마가 지향하는 엔딩 공식의 길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혼과 파혼을 겪은 이들은 결핍의 존재이며, 결혼과 임신/출산을 통해 완전해 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혼과 파혼은 눈길을 끄는 소재일 뿐이었으며, 흔히 접했던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보통가족=이상적 가족’ 이라는 주말드라마가 관행처럼 여겨지는 정상가족의 틀로 복귀한 것이다.

‘한다다’ 속 딸들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이혼과 파혼의 아픔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등 성장하는 인물들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둘째는 자신의 패션 센스를 살려 쇼핑몰 대표로, 의사지만 사회성이 없던 셋째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의사로, 별다른 꿈이 없던 넷째는 대학 편입을 통해 개인의 성취와 내적 성숙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종방으로 갈수록 이들은 커리어 우먼의 모습보다는 자녀, 엄마, 아내, 며느리라는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의 역할과 기대에 맞춰져 그려진다. 이들은 연애와 사랑/결혼의 대상이며, 결혼한 여성이 임신/출산을 통해 엄마가 되는 것은 당연하게, 아픈 시어머니에게는 ‘딸 같은 며느리’가 되고 싶은 존재로 그려진다. 아무리 능력 있는 여성이라도 개인의 성취보다는 결혼과 출산을 통해 가족 내 역할과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일 때 참다운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종영을 앞두고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면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한다다’는 또 하나의 성공한 주말드라마로 평가받을 것이다. 하지만 주말 드라마의 전형성을 벗어난 설정과 기존 드라마의 이야기 결말을 답습한 부조화된 드라마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가부장제로 대변되는 과거의 가치와 변화를 겪는 현실의 부조화한 공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긴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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