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노사이드의 피해생존자 로힝야 변론
[기고] 제노사이드의 피해생존자 로힝야 변론
  • 김기남 사단법인 아디 변호사
  • 승인 2020.06.19 14:05
  • 수정 2020-06-19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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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4월 25일자에 실린 <[조용경의 미얀마 이야기] 아웅산 수치와 로힝야 사태> 칼럼과 관련해 김기남 사단법인 사단법인 아디 변호사가 반론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방글라데시 하킴파라에 위치한 로힝야 난민캠프 모습. ⓒ사단법인 아디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캠프 전경. ⓒ사단법인 아디

 

2017년 8월30일, 야스민 울라(가명·24)는 친정식구 전부를 잃었다. 군인들의 총칼에 부모형제가 죽었다. 파티마(가명·45)는 군인들에게 집단강간을 당하고 이들이 지른 불에 타 죽을 뻔 했다. 옆에 있던 딸이 자신을 깨우지 않았더라면 살아남지 못했다. 같은 마을의 대다수 여성들처럼.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는 목숨을 구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온 100만명의 야스민과 파티마가 있다. 지난 60년간 천천히 진행된 제노사이드의 생존자들이다. 2016~7년 군대의 토벌작전으로 절멸의 위기에서 간신히 생존한 이들이며,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무국적자들이다. 조상대대로 살아 온 삶의 터전으로부터 불법체류자 취급을 당하고 온갖 박해와 차별을 받아 오다가 이제는 군인의 총칼과 방화를 피해 그곳을 떠나야 했다.

사단법인 아디가 지난 4년간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서 800여명의 로힝야 피해생존자들을 대상으로 기록조사한 것에 따르면, 4월25일 여성신문에 실린 기고의 내용은 집단살해, 집단강간, 폭행, 방화, 약탈의 잔혹한 국가범죄의 피해자이자 생존 위기에 처한 로힝야족 전체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하며 몇가지 사실관계의 정정이 필요하다.

우선, 로힝야 사람들은 최근 분리독립을 요구한 사실이 없다. 무장단체로 알려진 소위 아라칸로힝야구원군(ARSA)은 로힝야의 박해를 종식시키기 위해 싸운다고 말했다. 이들은 새총, 단검 등으로 무장한 수준이며 구성원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지난 4년간 언론에 보도된 소위 ‘교전’은 5회 미만이다. 미얀마 정부는 이들을 테러리스트 집단으로서 국가안보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들을 색출하기 위해 로힝야 400여 마을들을 포위하여 무차별하게 총격을 가하고 집집마다 수색하여 민간인을 죽이고 여성을 강간했으며 집을 불태웠다. 일반적으로 언론에 묘사되고 우리 머리속에 그려지는 무장단체와 군대 사이의 무력충돌의 모습과는 다르다.

둘째, 로힝야족에 대한 박해는 최근 1~2년의 ‘사태’가 아니다. 지난 60년간 천천히 진행된 제노사이드이다. 1962년부터 군부는 미얀마 전역에서 버마화를 추진하며 소수민족에 대한 배타적 정책을 펼쳤고 미얀마의 주류인 버마족과 불교도가 아닌 로힝야는 역사적으로 가장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1978년 군부의 나가민 작전으로 25만명의 로힝야 민간인이 지금의 방글라데시로 목숨을 구하기 위해 난민이 되었다가 돌아왔고 1991년에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 2012년 사건 뒤에서 14만명의 로힝야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떠나 국내난민캠프로 내몰렸다. 미얀마 정부는 1982년 시민권법을 제정하며 로힝야족을 시민권 부여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로힝야 사람들은 법적으로 무국적자가 되었으며, 이들은 지금도 일상생활에서 이동의 자유, 종교의 자유, 결혼과 자녀계획 등의 사생활의 보호, 교육받을 권리,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적 권리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 유엔이 로힝야를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방글라데시 하킴파라에 위치한 로힝야 난민캠프 모습. ⓒ사단법인 아디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캠프 전경. ⓒ사단법인 아디 

 

셋째, 역사적 사건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심각한 인권침해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100년 전의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후손들을 절멸하려는 시도가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논할 가치도 없다. 미얀마는 버마족과 소수민족이 각자의 문화와 정체성을 바탕으로 독립왕국을 이뤄 살았고, 소수민족들에게 버마족 왕국은 영국과 같은 식민지배자와 다를 바 없었다. 버마족이 라카인주에서 벌인 지배자로서의 야만과 수탈에 대해 그들은 말하지 않는다. 로힝야의 삶의 터전인 라카인주의 경우, 지금의 방글라데시 치타공과 라카인주 씨트웨시까지 라카인족 불교도와 로힝야 무슬림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공존했던 오랜 역사가 있었다. 때문에 식민지 시대에 넘어 온 불법체류자라는 프레임은 맥락에 맞지 않으며 정부는 고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해왔다.

넷째,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로힝야 인권 문제에 침묵하고, 아웅산 수치와 민간정부를 전략적으로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동의할 수 없다. 미얀마 헌법은 군부에게 막강한 자치권을 이미 허용하고 있고, 11월 총선에서 군부세력이 승리한다면 미얀마 민주화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총선에서 승리하면 아웅산 수치 정부가 로힝야 인권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하다. 아웅산 수치는 로힝야를 미얀마 사람이 아닌 불법체류자라는 의미의 벵갈인으로 불러 왔다. 그는 집단강간 의혹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부인했다. 그는 더 이상 인권옹호의 상징이 아니다. 그동안 그가 이끄는 민간정부의 입장은 미얀마 군부와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군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소수자의 인권보호가 기본적 가치인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아웅산 수치와 민간정부가 로힝야 인권문제에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과연 민주화를 논할 자격이 있을까. 군대의 절멸 적전에서 살아남은,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서 간신히 생존하고 있는 100만 로힝야 피해생존자들은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침묵해야 하는가.

다섯째, 시민사회단체가 다른 나라의 문제에 대해 언급할 때 신중해야 하지만 그 이유가 한국기업의 이윤 활동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 미얀마에서의 상황은 더욱 그렇다. 외국기업이 미얀마에서 기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군부기업(MEHL)과 합작해야 한다. 미얀마 민주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고 로힝야 제노사이드를 자행한 군부와 협력 없이는 기업활동이 불가능하며 자칫 이러한 사업관계에서 발생한 이윤이 군부의 심각한 인권침해에 투여되거나 군부의 사회경제적 토대를 공고히 하는데 활용된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유엔은 2019년 보고서에서 포스코를 비롯한 몇몇 한국기업이 미얀마 군부기업과 합작으로 이윤활동을 하고 있다며 밝혔다. 기업의 이윤활동이라고 할지라도 이제는 최소한의 인권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시대이다.

로힝야들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이들의 존엄과 권리를 말하는 것이 금기시 되고 이들에 대한 제노사이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미덕이 되거나 민주주의 내지 권력유지의 전략이 된다면, 그리고 제노사이드를 저지른 군부와 협력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면, 이들은 척박하고 감옥보다 열악한 난민캠프에서 평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들의 존재와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의 민주주의와 인류애, 인권 감수성의 척도이기도 하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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