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코로나가 만든 새로운 일상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코로나가 만든 새로운 일상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0.05.22 07:00
  • 수정 2020-05-21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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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코로나 경제’ 활기
식물 키울 땅 찾는 사람 늘고
제빵재료는 날개 돋힌 듯 판매
불가능하던 음식배달업도 도입

 

 

5월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중심부의 한 쇼핑센터에서 손님들이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위해 일정 거리를 두고 승강기를 이용하고 있다. ©스톡홀름=AP/뉴시스
5월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중심부의 한 쇼핑센터에서 손님들이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위해 일정 거리를 두고 승강기를 이용하고 있다. ©스톡홀름=AP/뉴시스

 

올해는 봄이 유난히 춥다. 오늘 아침 된서리가 내려 나뭇가지와 새싹들이 하얀 눈꽃으로 변했다. 5월 평균기온이 1867년 이후 처음으로 추운 봄이라고 한다. 그 해 5월까지 눈보라가 치고 서리가 내려 모종을 6월에 하는 바람에 곡식들이 자라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8월에 눈이 오는 이상 한파로 농작물이 얼어 죽어 대흉작과 기근으로 영양실조와 아사자가 속출했다. 어린아이와 노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자였다. 통계에 따르면 최대 1만명 정도의 동사자와 아사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웃나라 핀란드에서는 15만명이 아사했다고 기록되고 있다. 더 이상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기 시작한 이민행렬은 1910년대까지 계속되었고, 스웨덴 인구의 3/1인 150만명이 새로운 기회의 땅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스웨덴 유명작가 빌헬름 모베리(Vilhelm Moberg)의 작품 ’이민자’는 그 당시 스웨덴의 가난과 아픔의 애환을 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로 사회적 분위기가 가라 앉은 올해 4월은 1867년 이후 또 다른 슬픈 신기록을 만들어 냈다. 4월 한 달 동안 코로나로 사망한 환자수가 1만458명이라고 스웨덴 통계청이 발표했다. 90%가 70세 이상의 노약자였다. 노인층의 사망비율이 높은 원인은 각 기초자치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노인시설과 재택서비스 종사자들의 철저한 초기방역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발병 초기부터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손세척을 수칙으로 했을 뿐 적극적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이 노인시설의 수퍼전파자가 되었다.

출퇴근을 하는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의 방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전파속도는 빨랐다. 또 다른 패착으로 방역장비가 동이나자 빠른 수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뚫린 구멍은 더 커졌다. 환자를 돌봐야 할 서비스 종사자들이 바이러스 빠른 속도로 전파한 셈이다. 노인환자를 접촉하는 의료 및 서비스 종사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전화를 걸어도 2주간 격리와 증상이 상당히 진행되지 않았을 경우 병원 방문을 거부하고 있어 더 큰 문제다.

잔인한 4월은 가족을 갈라 놓았다. 노인시설을 완전히 차단했기 때문에 부모님들을 모신 자녀들은 먼 발치 창문 밖에서 눈으로 안부를 전하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재택서비스를 받는 연로한 부모님들도 자녀를 만나지 말라고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족방문도 발길이 끊겼다. 그러다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격리상태에서 자식도 만나지 못하고 삶의 마지막 순간을 투병을 하다가 임종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눈을 감으며 자식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마음이 얼마나 서글프고 한탄스러우셨을까?

오랜만에 오랜 지기인 스웨덴 부부와 통화를 하면서 갑작스럽게 야외산책 겸 피크닉을 약속했다. 간단히 커피와 샌드위치만 싸서 아티펠락 조각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해안가에 지어진 조각공원겸 문화시설인 이곳에는 전시와 카페 등이 유명해 붐비는 인기시설 중 하나다. 평소 같으면 산책로에서 마주치는 방문자들로 북적이던 곳이 유령마을처럼 변해 있었다. 입구에는 코로나로 주말에 제한적으로 카페시설과 전시실을 운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나카와 베름데 바다를 끼고 조성된 산책로에는 몇 명 정도만 눈에 띄었다. 예전 같으면 지나가면서 미소를 띠며 눈인사를 주고 받았을 텐데, 코로나 이후 서로 눈을 마주치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대신 의심의 눈초리로 서로를 경계할 뿐이다. 이곳에서는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2~3m 간격으로 떨어져 걸어도 지나치는 사람이 있을 때 잠시 숨을 멈추고 있다가 지나간 후 심호흡을 할 정도다.

다행히 코로나는 슬픔과 아픔만 가져다 주지 않았다. 직장인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더 활기를 띠는 곳도 생겼다. 전국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 임대시설이 대인기다. 집에서 있기 답답하니 밖에서 식물을 키우며 소일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여름별장을 구입하는 새로운 풍조도 생겼다. 아파트에만 있기 답답하니 숲과 호수가 있는 대자연속 여름별장은 아스팔트에 둘러싸인 사람들의 꿈이 되었다. 건축자재 쇼핑몰도 표정관리하는 중이다. 집수리, 증축, 개조를 위해 자재를 구입하기 위한 행렬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온실을 만들고, 차고를 짓고, 텃밭 가꾸기와 과실나무를 새로 심고 섬 주위에 사는 사람들은 요트를 띄우기 위해 페인트를 새로 칠하고 항해장비를 점검하느라 분주하다.

아파트에서 재택근무하는 직장인이 많아 지면서 집에서 빵을 구워 먹는 사람이 늘어 제빵재료가 날개 돋친 듯 판매된다. 짧은 여름할인으로 콧대가 높은 스웨덴 최고쇼핑몰인 엔코백화점은 5월 중순부터 특별할인행사를 진행한다고 광고를 시작했다.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스웨덴에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음식배달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음식을 집에서 만들어 먹기만 할 수 없어 외식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식당과 위버와 손잡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제는 식자재 뿐 아니라 따듯한 음식도 배달이 되니 코로나 경제는 이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셈이다.

세계는 이제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이별과 슬픔, 그리고 좌절도 가져다 주었지만 한 가지 코로나가 가져다 준 긍정적 변화는 지금 누리는 평범한 삶이 곧 행복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 준 점이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일상처럼 해야할까 보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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