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청원 1호 ‘N번방’ 법안 졸속 처리 논란… “본 사람은?”
국회청원 1호 ‘N번방’ 법안 졸속 처리 논란… “본 사람은?”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3.11 18:26
  • 수정 2020-03-26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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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 집단 성착취 범죄 처벌 기대했으나
‘딥페이크’ 음란물 관련 내용만 입법

여성단체 “감상·소지도 처벌 필요
집단 성폭력 개념 도입 시급”
신상정보 등을 해킹해 여성들을 성착취한 텔레그램 ‘N번방’의 실제 성착취 영상 공유 영상. 현재 해당 채팅방의 운영자  ‘박사’는 잠적한 상태다. ⓒ독자제보
신상정보 등을 해킹해 여성들을 성착취한 텔레그램 ‘N번방’의 실제 성착취 영상 공유 영상. 현재 해당 채팅방의 운영자 ‘박사’는 잠적한 상태다. ⓒ독자제보

 

‘국회청원 1호 법안’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던 일명 ‘N번방’ 청원이 입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청원 내용 대부분이 빠진 채 졸속 처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N번방 청원’을 올린 최모씨는 “(성착취)텔레그램 채널은 딥페이크 포르노 제작/판매방, 불법촬영물방 등으로 나뉘어져 (중략) 여성착취가 단순히 ‘N번방’에 국한되지 않으며, 피해자가 결코 소수가 아님을 시사한다“며 △경찰의 국제공조수사 △수사기관의 디지털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2차가해 방지 대응메뉴얼 제작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설정 등을 요구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게재 30일내 10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온라인 청원을 소관 상임위에 자동 회부하는 제도다. 해당 청원은 25일만에 10만명을 채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N번방’은  해외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 등 에서 금전을 목적으로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단체 채팅방을 뜻한다. ‘N번방’ 참가자들은 이미 인터넷에서 유포되는 성착취물만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여성들을 협박해 각종 성폭력을 저지르고 성착취물을 만들어내고 신상정보까지 유포해 충격을 줬다. 특히 이들이 주무대로 활동하는 텔레그램은 독일 Telegram Messenge LLP사가 개발, 운영 중인 인터넷 모바일 메신저로 아주 강력한 암호화 기능과 보안을 갖추어서 역추적이 어렵다. 또 해외에 제작사가 있어 국내에서는 가해자의 계정을 특정해도 본사로부터 정보를 받기 쉽지 않았다.

5일, 국회는 본회의를 통해 성폭력 범죄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N번방 청원’에 관한 법안은 본회의에 부의되지 않았다. 소관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가 기존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내용을 통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대상의 신상정보를 식별 가능한 내에서 음란물을 타인의 의사에 반해 제작·유통·유포 등을 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청원이 요구했던 텔레그램 등 메신저 내에서 일어나는 성착취에 관한 처벌 등에 관한 내용은 아예 없다.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청원 내용이 논의되지 않은 것을 “기존의 개정안에 청원의 취지가 반영돼있으므로 청원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화면. 지난 2월 10일  ‘텔레그램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동의하는 사람이 사상 처음으로 청원 접수 요건인 10만명을 돌파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화면. 지난 2월 10일 ‘텔레그램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동의하는 사람이 사상 처음으로 청원 접수 요건인 10만명을 돌파했다.

 

여성단체들은 ‘졸속 처리’라며 입장문과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성단체연합은 11일 “졸속적인 대응”이라며 △성적 촬영물 유포를 빌미로 협박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성적 이미지를 텔레그램방 등 온라인에 전시하거나 공유하는 경우 ‘집단 성폭력’ 등의 개념 도입 후 가중처벌 △불법촬영물 소지 처벌 △불법 촬영물 삭제 불응 시 처벌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의무 명시 및 처벌 △강간죄 구성요건의 개정 △온라인 그루밍 개념 규정 및 형법상 처벌법 도입 등을 제안했다. 같은 날. 그동안 ‘N번방’ 등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계정을 쫓은 ‘DSE 처벌 x ReSET’은 “청원 졸속 처리는 국민의 생존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회의 직무 유기”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수사관은 “국제형사사법공조법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N번방’ 사건의 국제공조수사와 처벌은 이전에도 가능했다. 개정안은 최근 새로 등장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한 수사 근거를 마련했을 뿐”이라며 “텔레그램 등에서 일어나는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청은 사이버수사대와 여성·청소년계 등이 함께하며 실제로 성착취를 한 운영자 등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10일부터 6월30일까지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이기 위해 ‘텔레그램 추적 기술적 수사지원 TF’를 설치했다. 경찰은 텔레그램을 포함한 SNS와 다크웹, 음란사이트, 웹하드를 중점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그동안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는 텔레그램 추적 대상자의 정보를 합법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왔고 다크웹에 대한 수사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텔레그램 내에서 존재하던 유사 ‘N번방’ 100여개 이상이 사라졌다. 

이하영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는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성착취는 해외에서도 논의가 한창인 새로운 형태의 범죄다. 그 중 텔레그램 등 SNS 단체채팅방에서 다수가 공모해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한국만의 특수한 착취문화”라고 밝혔다. 기존 불법 음란사이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서 발견시 홈페이지 자체에 접근을 막고 운영자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차단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텔레그램 등 채팅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성착취 범죄는 그러한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이 활동가는 “‘N번방’ 등 텔레그램 내 성착취는 직접적인 가해자인 운영자 외에도 채팅방 참가자들이 합세해 집단적으로 성폭력을 공유하고 유포해 피해가 극심하다. 소지와 감상 모두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며 “특정되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들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 하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에 책임을 부담시킬 피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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