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새로운 '박사' 또 있다… ‘디지털 집단 성폭력’ 도입 필요해
'N번방' 새로운 '박사' 또 있다… ‘디지털 집단 성폭력’ 도입 필요해
  • 김서현 기자
  • 승인 2020.03.19 00:00
  • 수정 2020-03-26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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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 영상방 운영자 ‘박사’ 검거
26만명 ‘관전자’ 모두 가해자
“‘디지털 집단 성폭력’ 개념 필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성착취 동영상을 무차별적으로 유포한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가운데 ‘박사방’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 A씨 등 4명을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여성신문
단체 채팅방에서 이루어지는 성착취는 수요자와 생산자를 구분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여성신문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통한 대표인물 중 하나인 ‘박사’로 추정되는 남성이 17일 경찰에 검거됐다. ‘박사’는 1부터 9까지 이르는 숫자를 붙여 일명 ‘N번방’이라는 단체 채팅방들을 만들고 직접 제작한 성착취 영상을 유포한 인물의 닉네임이다. ‘박사’가 ‘N번방’들을 포함한 10여개 이상의 단체 채팅방을 운영하며 성착취 한 여성은 수십명이었다. 또 각 채팅방은 적게는 300명, 많게는 700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각 채팅방의 초대 링크를 알리는 채팅방에는 5천여 명이 참여했다.

‘박사’로 추정되는 남성이 검거된 후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집단 성폭력’ 개념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N번방’을 만든 가해자 ‘박사’도 이전에 존재했던 다른 성착취물 제작 유포방의 이용자였던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박사’와 간부급 운영자들이 검거됐어도 해당 채팅방에서 성착취물을 감상하고 성폭력을 부추긴 이용자들이 언제든 새로운  ‘박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11일 ‘국회청원 1호 법안’으로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던 ‘N번방’ 청원이 입법됐지만 정작 청원 내용 대부분이 빠진 채 졸속 처리돼 논란이 일었다. ‘N번방’ 청원은 지난 1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와 25일만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1호 청원이 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러나 5일 본회의에 올라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에 ‘N번방’ 관련 내용은 없었다.

비슷한 시기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성 착취 사건인 ‘N번방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 수사 청원” 또한 22만여 명의 동의를 얻어 관계부처인 민갑룡 경찰청장이 답변했다. 민 청장은 “2월10일부터 상반기 동안 텔레그램을 포함한 SNS, 다크웹, 음란사이트, 웹하드 등 사이버성폭력 주요 유통망에 대해 집중 단속을 전개 중”이라며 “모니터링, 기술 개발, 불법영상물 삭제 및 유포 차단, 가해자 처벌, 피해자 지원 등을 위해 경찰청, 여성가족부, 과학기술부,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및 민간단체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월9일 기준 성착취 영상 제작·유포 채팅방의 이용자는 단순 취합만으로 26만여 명에 이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N번방’ 사건의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단체 채팅방에서 일어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는 단체 채팅방에서 감상만 하거나 대화를 통해 부추기는 등의 행위를 한 이용자들은 가해자가 아닌 것으로 간주돼 처벌할 방법이 없다. 직접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한 경우에만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제안되는 것이 ‘디지털 집단 성폭력’ 개념의 도입이다. 

앞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던 ‘N번방’ 국회청원이 졸속 처리된 직후 여성단체연합 등은 “졸속적인 대응”이라며 △성적 촬영물 유포를 빌미로 협박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성적 이미지를 텔레그램방 등 온라인에 전시하거나 공유하는 경우 ‘집단 성폭력’ 등의 개념 도입 후 가중처벌 △불법촬영물 소지 처벌 △불법 촬영물 삭제 불응 시 처벌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의무 명시 및 처벌 △강간죄 구성요건의 개정 △온라인 그루밍 개념 규정 및 형법상 처벌법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이하영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활동가는 “‘N번방’ 등 텔레그램 내에서 일어나는 성착취는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운영자 외에도 채팅방 참가자들이 합세해 집단적으로 성폭력을 부추기고 새로운 유포로 이어져 피해가 극심하다”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N번방’ 등 사건에서는 수요자와 생산자 간의 관계가 모호하다. 채팅방이 옮겨질 때마다 따라가고 포획한 성착취물을 내놓는 등의 행동에서 수요자와 생산자를 분리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어 “디지털 성폭력 그룹은 경계지지 않고, 성범죄 메커니즘의 복합성은 경계 허물기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성매매 알선 사이트 분석 결과에서 온라인 안의 괴롭힘(사이버 불링), 불법촬영, 동의 촬영물 불법 유포, 성매매 등이 모두 뒤섞여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 시점에서 성폭력과 성착취를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하나의 사건에 개별 대응하기 위한 법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연결된 사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다. 법과 사람들의 인식이 기술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 하는 상황인데, 기술변화가 기득권 남성들의 욕망과 수익을 목적으로 추동되고 있다. 오프라인에 적용되는 성폭력과 그동안의 음란물의 기준 등이 모두 무의미한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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