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참 운이 좋은 스웨덴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참 운이 좋은 스웨덴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0.01.12 19:04
  • 수정 2020-01-12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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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운이 참 좋은 국가라 한다. 스웨덴은 200년 동안 전쟁을 치르지 않는 국가다. 나폴레옹 전쟁(1803~1815) 이후 한 번도 이웃국가로부터 침략을 받거나 공격을 해 전쟁을 치룬 적이 없다. 1864년 덴마크가 지금의 독일인 프로이센과 전쟁을 벌일 때 누구든 침략을 받으면 자동적 참전한다고 왕끼리 약속을 하고도 당시 정치인들이 극렬이 반대해 결국 왕도 참전을 포기해야 했다. 만약 참전했다면, 당시 독일의 국력으로 보아 스웨덴도 독일의 치하에 놓이거나, 덴마크처럼 항복을 해야 했을 것이다. 패전국가는 항상 그렇듯 큰 댓가를 치뤄야 한다. 일부 영토를 양도하거나, 외교적 주권을 마음대로 쓸 수 없도록 제재를 가한다. 이 전쟁에서 덴마크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지배해 왔던 쉴레즈빅과 홀쉬타인 일부 영토를 영구적으로 독일에 넘겨줘야 했다. 스웨덴이 덴마크-독일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역사가들은 신이 스웨덴을 도왔다고 기술하고 있는 이유다. 운이 없었다면 전쟁에 참여해서 패전국이 되었을 것이다.

스웨덴의 국운을 실험한 아슬아슬한 도전은 한 번 더 찾아왔다. 2차 세계대전 때였다. 1차대전은 유럽대륙에서 벌어진 전투였기 때문에 전쟁에 개입할 필요가 없었지만, 2차대전은 달랐다. 독일이 폴란드, 벨기에, 네덜란드를 점령하고 바로 덴마크와 노르웨이까지 손에 넣었다. 스웨덴 침략도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스웨덴은 2차대전 끝날 때까지 독일의 침략을 비켜갈 수 있었다. 이런 운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었을까?

일반적으로 스웨덴이 2차대전 기간 동안 중립정책을 고수해 비켜갈 수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이 안된다. 중립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그런 정책을 펼 수 있었던 강한 군대와 정부의 탁월한 외교능력이 있어 가능했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당시 한손(Per-Albin Hansson) 총리는 1939년 선거에서 53%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단독정권을 구성했지만,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자 바로 거국내각을 구성하자고 우파 정당들에게 제의했다. 국가를 약화시킬 국론분열을 막기 위함이었다. 3개 우파정당은 전쟁의 위기에 처한 국가를 위해 주저없이 거국내각 구성에 참여했다. 거국내각이 구성되면서 좌우 간의 갈등과 논쟁은 사라지고, 내정은 안정되고 국민들을 하나로 단합시킬 수 계기가 되었다.

독일은 스웨덴의 단결된 모습을 보고 침략 대신 점령하고 있는 노르웨이 북쪽까지 군장비와 일부 병력을 이동시킬 수 있는 철로를 일시 개방해 달라고 요구했다. 스웨덴 정부는 기차가 중도에 정차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독일의 요구를 수용했다. 독일이 침략을 포기하고 외교적으로 해결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거국정부의 단결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이 러시아에 했던 것처럼 마음만 먹으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스웨덴도 침략해 제압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운이라면 운이다.

이렇게 위기를 넘기고 스웨덴은 몇 백 년 써도 고갈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철광석을 독일과 연합국 측에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다른 이웃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포함한 유럽국가들이 독일의 점령하에 있었고, 러시아도 독일의 침공을 받았지만 끝까지 침략을 받지 않은 국가로 남았다. 이렇게 2차대전 기간 동안 모든 유럽국가들은 주권이 중단되고, 인권은 유린되며 자연자원은 탈취되고 있을 때 스웨덴은 주권을 지켜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며 철강석, 목재 등의 원자재를 수출해 경제발전을 이끌어 냈다. 2차대전 이후 모든 나라들이 전쟁으로 파괴된 산업시설과 인프라를 복구할 때 스웨덴은 최고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나갔다. 2차대전을 통해 스웨덴은 빠르게 경제성장과 복지를 이루어내 60년대 들어 이미 최고의 복지국가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운 좋은 나라가 과연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이런 운은 단결된 국민과 정치인들이 현명한 거국내각 구성을 통해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나가 되는 국민과 정치인 앞에 강대국도 쉽게 넘보지 못한다. 뿔뿔이 흩어진 국민, 찢겨진 정치는 모두가 얕보는 상대가 되어 국제정치의 먹잇감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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