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교육현장에서 한 목소리를 내게 하려면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교육현장에서 한 목소리를 내게 하려면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9.11.04 08:38
  • 수정 2019-11-04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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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로 떨어진 아침 공기를 가르며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되는 세미나를 위해서다. 오늘은 사범대학 교사 후보자들의 정치학 수업이 있는 날. 미래사회과목교사들은 2년 동안 역사, 정치학, 종교학 그리고 인문지리 과목을 이수한 후 사회교사자격증을 수여 받는다. 정치학은 사회계열 교사 지망생들의 마지막 관문이다.

첫 번째 과정인 역사 과목은 고대사부터 현대사까지 스웨덴의 생존역사를 유럽사와 세계사적 관점에서 국가정체성 형성과 국가의 정신 수립의 배경을 다룬다. 따라서 침략당한 역사, 전쟁에 진 역사, 정치가 부패했던 역사, 수치스러운 역사까지도 국가정신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종교학은 기독교의 발전과 문명의 정신세계를 어떻게 관통하고 있는지, 그리고 문화와 사상적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그리고 종교혁명을 통해 어떻게 신교도가 스웨덴사회의 기본 정신체계를 이루었지는지와 함께 기독교의 학살과 추방 등의 아픈 모습까지도 다룬다. 인문지리는 스웨덴의 지정학적 시각에서 도시, 농촌, 가족, 개인의 형성과 국가의 전통과 국가가치관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연결해 준다. 정치학에서는 민주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어떻게 스웨덴과 서구사회가 민주주의로 발전하면서 세계의 주류 현대국가로 발전되었으며,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제도가 어떻게 발전되었는지에 초점을 둔다.

유치원부터 초·중등학교 교사가 될 학생들이 네 과목을 동시에 이수해서 사회교육 담당교사로 임명되도록 한 것은 1969년 사회교육지침이 제정되면서부터였다. 네 과목은 국가가 추구하는 정신과 가치·전통·규범·통념 등을 종교, 역사, 지리, 근대민주국가 발전 맥락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연결해 주고 있기 때문에 스웨덴에서 사회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국가의 가치는 전국 어느 학교에서도 동일하다. 대의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큰 그릇에 자본주의적 경쟁과 과정의 공정성, 사회주의적 평등과 분배적 정의를 담아 4년마다 한번씩 투표권이 있는 국민들에게 통치의 수단인 정부의 자리를 잠시 내주고 통치하는 것이라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 평등, 정의, 인권의 기본권, 권리와 의무, 책임과 실천의 가치를 국가의 학습계획지침에 따라 가르칠 뿐 개인적 정치적 소견이나 편견이 교육현장에서 표출될 수 없다. 이 지침서는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메뉴얼 일 뿐이다.

진보적 가치를 믿는 교사라고 해서 국가의 정통성을 착취와 억압 등 종속적 시각에서 재단하고 학생들에게 주입할 수 없는 이유다. 보수적 가치에 영향을 받은 교사라고 해서 자유와 경쟁의 가치가 평등과 분배를 경시한다거나, 평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공산주의자라고 폄하하지 않는 이유와 같다. 국가의 헌법정신,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 그리고 정통성에 이견이 없기 때문에 교육현장에서는 자유, 평등, 권리와 책임을 등가적 요소로 가르치고 선거를 통한 정책경쟁과 정치의 설득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통치의 정당성을 위임 받는다고 이야기 할 뿐이다.

미래 교사들이 편협된 사상에 갖히는 순간, 학생들의 가치관은 정체성의 혼돈으로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제한 받을 수 밖에 없다. 교사들의 정치적 소신이나 소속과 관계없이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목표와 추구하는 가치를 학교현장에서 동일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교육청, 교육부, 정부, 여야는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것은 획일적 목소리를 내게 하는 권위적이거나 억압적 통치의 행태가 아닌 선진국가의 헌법주의의 일환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스웨덴이 1969년 민주주의의 가치와 국가관의 정립을 시도한 교육지침서를 만들었던 것처럼 핀란드가 1990년대초 학생들의 양성평등 교육을 위해 전국 사범대와 교대 교수들을 재교육시킨 일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핀란드 정부는 먼저 양성평등가치의 재교육을 통해 배출되는 교사 양성평등인지도를 변화시켜 2000년대 세계1위 성평등국가로 올라섰던 전례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신세대교육을 책임질 교사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대와 사범대 교수들의 국가의 최고가치 중심 교사양성 프로그램을 교육부가 주도해 변화시켜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교사들이 전국 어디서나 한 목소리로 국가의 목표와 헌법의 기본 가치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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