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전기도 골라 쓰는 세상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전기도 골라 쓰는 세상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9.07.04 08:30
  • 수정 2019-07-03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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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발신자가 불확실하면 주로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 날은 아무 생각없이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역시나 판매원이었다. 평상시 같으면 바로 양해를 구해고 전화를 끊는데 그 날 따라 그냥 상대방이 자기소개를 하고 제품 설명을 할 때까지 들어주자고 마음먹고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

이미 나에 대해 환하게 알고 있는 전화판매원은 전기생산회사라며 지금 쓰고 있는 전기값보다 더 싸게 줄테니 바꿔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조건을 이야기 해 달라고 하니, 지금의 전기값보다 킬로와트당 5원을 더 싸게 해주고 연회비를 한 해 동안 면제해주고, 1년 사용량에서 다시 1%를 할인해주겠다는 제안을 해 귀가 솔깃한데, 자기 회사는 지금쓰고 있는 전기회사와 다르게 100%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한다고 하면서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자연과 미래를 더 생각하는 회사라고 하는 말에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쓰고 있는 전기회사는 독일의 석탄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들여와 스웨덴에 공급하다가 국민의 엄청난 항의를 받아 독일과 계약을 폐기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판매수단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은 전기를 공급해 제공하는 회사와 송전시설을 갖고 관리하는 회사가 따로 존재한다. 북쪽에서 전기를 생산해 스톡홀름 가정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송선시설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독점권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는 국영기업에 사용료를 따로 내야한다. 그러니까 쓰는 전기는 A라는 회사 것을 가져다 쓰고, 송전비용은 B라는 회사에게 내는 이중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어느 마을에서 풍력발전소를 만들었는데, 개인이나 마을주민 공동으로 생산해 낸 전기를 쓰고 남으면 이웃마을 주민들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해 주었다. 그래서 대기업들도 전기시장에 뛰어들어 전국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회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게 되었다. 경쟁이 하도 심해 환경친화적 에너지를 사용해 생산된 전기라는 것을 내세우며 단독주택을 상대로 판촉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전화기를 붙잡고 있은지 10분만에 결국 전기공급회사를 바꾸기로 결정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전기값이 조금 비싼 것 같아 알아보려고 하던 차에 직접 전기회사에서 연락이 왔으니 솔깃할 수 밖에 없었는데, 지금 내는 전기값보다 저렴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한다고 하니 더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음성녹음 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모든 일을 처리하기까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회사 간의 서비스공급자 이전 문제는 자신들이 알아서 할테니 나중에 확인만 해달고 하고는 전화통화를 마쳤다.

그런데 다음 날 메시지가 하나 도착해 확인해 보니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전기회사에서 온 것이었다. 몇시간 후 회사에서 전화를 할테니 통화할 수 있는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계약 이전 문제가 잘 안되었나 생각이 들어 전화를 받았다. 그랬더니 다짜고짜 전기회사를 바꾸는 이유가 무엇인지 듣고 싶다며 고객을 붙잡기 위한 설득작업이 시작됐다. 다른 회사를 선택한 이유로 지금보다 더 저렴하게 전기를 제공하고 친환경적이며 작은 회사라 서비스가 훨신 더 좋아서 선택했다고 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반론을 제기한다. 자신들의 회사도 새로운 회사가 제공하는 전기값과 동일하게 1년동안 제공할 수 있고, 연회비 1년 면제, 그리고 특별할인을 해 준다는 말과 함께 100% 자연친화적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고객으로 남아 있으면 안되겠느냐고 회유를 하는 것이 아닌가?

전기공급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번거로운 일들이 생기거나 할인기간이 끝나면 더 비싸질 수 있다고 하는 말에 다시 현재 쓰고 있는 전기회사에 남아 있기로 마음 먹는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현재 쓰고 있는 전기값보다 저렴하게 되었으니 망설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스웨덴은1990년대 들어 국영기업이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시장의 우위를 다양한 주체에게 나누어 주어 경쟁하게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기생산자유화가 진행되었다. 지금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많은 회사가 생겨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고, 개인이나 마을 단위 혹은 지역별로 전기회사가 많이 생겨나 전국 어디를 가도 친환경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전기도 골라서 쓰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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