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옥상화가’의 작은 동네 파티
‘서촌 옥상화가’의 작은 동네 파티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01.17 09:22
  • 수정 2019-01-17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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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 김미경 화가 북콘서트 개최
54살에 화가 꿈 이룬 과정 이야기로 풀어
행사 막판에는 맨발로 춤 선보여
자리 메운 60여 명 ‘화기애애’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 저자 김미경(오른쪽) 화가가 15일 북콘서트에 나섰다. 왼쪽은 사회를 맡은 진양혜 아나운서 ⓒ김진수 기자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 저자 김미경(오른쪽) 화가가 15일 북콘서트에 나섰다. 왼쪽은 사회를 맡은 진양혜 아나운서 ⓒ김진수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역사책방. 오후 7시부터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이내 서점을 가득 메웠다. 이날 열린 김미경(58) 작가의 책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북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참가자들이었다. 

행사 시작 시각인 오후 7시 30분이 되자 서점은 60여 명의 참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점 관계자가 추가로 의자를 가져와야 했다. 서점 내 한쪽에는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에 담긴 그림의 원화가 전시되고 있었다.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는 김 작가의 세 번째 책이다. ‘서촌 옥상화가’로 불린 김 작가가 지난해 한겨레신문에 ‘김미경의 그림나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과 자신의 그림, 그림 그릴 때의 에피소드를 책으로 묶었다.

“예전에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그림을 그리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작가로서 ‘아 여기서 그림을 그리면 뭔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서 아무도 안 그렸을 거 아니에요. 하하하”

“(2016년) 탄핵 시국 때 헌법재판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계속 빙글빙글 주변을 돌아다녔어요. 그러던 중 전투경찰 한 명이 하품을 딱 하더라고요. 바로 그리기 시작했죠.”

김 작가가 그림을 그리면서 생활의 뒷이야기에 참가자들은 웃음과 박수를 터뜨렸다.

북콘서트가 열린 서점 내 한 쪽에는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에 담긴 그림의 원화가 전시되고 있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북콘서트가 열린 서점 내 한 쪽에는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에 담긴 그림의 원화가 전시되고 있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김 작가가 북 콘서트 중간 상품이 걸린 퀴즈를 내자 곳곳에서 참가자들의 손이 올라갔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비로 올게, 첫눈으로 올게’라고 말한 부분을 ‘목련으로 올게, 하품으로 올게’로 바꿔서 책에 썼어요. 이어서 ‘목련 몽우리로, 하품으로 오고 있는’ 이 뒤에 무슨 단어를 썼을까요?” 

몇몇 경쟁자를 제치고 한 여성 참가자가 “봄!”이라고 외쳤다. 상품으로 김 작가의 그림이 담긴 엽서를 받았다.

북콘서트 초반 사람들은 김 작가의 화가 활동을 취재한 방송사의 약 15분짜리 프로그램 봤다. 방송사와 인터뷰 하는 모습이 화면으로 나오자 앞에 앉아 있던 김 작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돌렸다.

김 작가가 그림을 조금씩 접했던 옛이야기를 꺼내자 참가자들의 눈이 집중됐다.

“제가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할 때 만평을 그리는 박재동 화백이 사내 미술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그때가 제가 29살이었어요. 취재는 머리를 쓰는 일인데 그림을 그리는 건 마음을 쓰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동아리에서 제가 제일 못 그렸어요. 그래도 다음 생에 화가로 태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열심히 그려야 그 경험이 (다시 태어나도) 쌓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틈만 나면 그림을 그렸어요.”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 저자 김미경(오른쪽) 화가가 15일 북콘서트에 나섰다. 왼쪽은 사회를 맡은 진양혜 아나운서 ⓒ김진수 기자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 저자 김미경(오른쪽) 화가가 15일 북콘서트에 나섰다. 왼쪽은 사회를 맡은 진양혜 아나운서 ⓒ김진수 기자

김 작가가 언론사 사표를 쓴 뒤 미국으로 떠난 이야기를 하자 참가자들도 더욱 진지한 모습이 됐다.

“뉴욕문화원에서 리셉셔니스트(접수담당자)를 했어요. 기자를 하다가 반 평도 안 되는 방에서 커피도 나르고 사람 안내도 하니 자존감이 낮아지더라고요. 하지만 제일 소중한 경험을 했어요. 저의 사회적 자아가 다 없어지고 제 껍데기가 없어지니까 마음속에 있던 무언가가 올라오더라고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찾는 과정이 됐던 것 같습니다.”

이번 북 콘서트의 백미는 김 작가의 춤이었다. 그는 2014년 참여연대에서 현대무용 수업 ‘도시의 노마드’에서 춤을 배웠다.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 표지에 담긴 춤추는 여인의 모습은 춤에 빠진 김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가 춤을 추기 위해 일어섰다. 신고 있던 신발은 벗고 한쪽에 초록색 머플러를 오른손에 움켜잡았다. 분홍빛의 두건으로 바꿔 쓴 김 작가는 1964년 작 영화 ‘희랍인 조르바’에서 두 남성이 춤을 추는 장면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보는 사람들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고 서점은 순식간에 작은 콘서트장이 됐다.

그렇다면 화가로서의 꿈을 이룬 김 작가에게 새로운 꿈은 무엇일까. 앞서 한 참가자의 질문에 김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몸 바치고 실천하는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게 그림이니까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면서 더 재미있고 좋은 느낌의 구도를 그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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