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찾아간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
재개발 앞두고 골목은 스산
한 주민 “실제 영업하는 곳은 10군데 정도”
“대형마트 창고로 사용되는 곳도 있다”

성탄절인 25일 오후 6시께 기자가 방문한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423번지 골목은 어두컴컴했다. 주변을 걸어가는 행인들도 눈에 거의 띄지 않았다. ⓒ김진수 기자
성탄절인 25일 오후 6시께 기자가 방문한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423번지 골목은 어두컴컴했다. 주변을 걸어가는 행인들도 눈에 거의 띄지 않았다. ⓒ김진수 기자

성탄절인 12월 25일 오후 6시께 기자가 방문한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423번지 골목은 어두컴컴했다. 행인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휴일을 맞아 문을 연 가게도 두세 곳 정도로 조용했다. 골목 초입에 위치한 공영 주차장의 불빛이 눈에 가장 들어왔다. 재개발 때문에 철거를 앞둔 낡은 건물들이 곳곳에 있어 더욱더 스산했다.

이곳은 속칭 ‘천호동 텍사스’로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4분께 이곳에 위치한 한 2층짜리 성매매업소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16분 만에 진화됐으나 박모(50) 씨 등 2명이 사망했고 2명은 중태다. 1명은 경상을 입었다.

화재가 난 건물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화재 사건과 성매매 업소 현황에 대해서도 잘 인식하고 있었다. 천호동에 60년 가까이 살았다는 한 80대 A씨는 “20년 전과 비교하면 성매매 업소가 절반 이상 줄었다”면서 “(성매매) 업소 건물은 있지만 대부분 비어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7시 30분이 넘어가자 가려진 커튼 뒤로 분홍 불빛이 흘러나오는 업소 두 곳이 보였다.

화재가 발생한 업소와 같은 건물에서 13년간 세탁소를 운영하는 B씨(80)씨는 “(화재가 난 업소의) 빨래 거리를 가지고 있다. 20대 여성이 맡긴 이불도 있다”고 말했다. 사망한 업주가 이주비용 때문에 여성들을 볼모로 삼았다는 반성매매 단체의 의견에 대해서는 “이주비용에 관해선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당초 이 건물은 25일 철거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철거 작업은 진행되지 않았다. 세탁소 문 앞에는 가게 이전을 한 달 안에 옷을 찾아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B씨는 “업소 여성들이 너무 자주 바뀌다 보니 얼굴을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업소 근처에서 10년 넘게 가게를 운영했다는 한 부부는 “성매매 업소가 건물은 있지만 대부분 비어있다. 근처 대형마트의 창고로 사용하는 곳이 있다고 알고 있다. 실제 업소로 영업하는 곳은 10군데 정도 될 거다”라고 했다. 재개발과 관련해서는 “내년 3월까지만 운영하고 우리도 떠날 예정이다. 도로가 들어선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이어 “(불이 난 업소) 주변은 우리와 구역이 다르다. 건물이 들어서는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7시30분이 넘어가자 영업하는 성매매 업소가 눈에 띄었다. 영업하는 업소는 두 군데 정도였다. ⓒ김진수 기자
오후 7시30분이 넘어가자 영업하는 성매매 업소가 눈에 띄었다. 영업하는 업소는 두 군데 정도였다. ⓒ김진수 기자
지난 22일 화재가 발생한 성매매 업소 근처에서는 다 쓴 연탄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번 화재가 해당 업소 1층 연탄난로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지난 22일 화재가 발생한 성매매 업소 근처에서는 다 쓴 연탄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번 화재가 해당 업소 1층 연탄난로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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