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1인가구 안전정책은?] 방범창·CCTV 원하는데 정책은 ‘여성 분리’
[여성 1인가구 안전정책은?] 방범창·CCTV 원하는데 정책은 ‘여성 분리’
  • 이유진 기자
  • 승인 2018.12.21 09:01
  • 수정 2018-12-21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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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여성 56.9%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
홈 시큐리티 시장 급성장
비용은 모두 개인 부담
남자목소리로 변조 앱도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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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사는 A(가명·28)씨는 직장에서 버스로 15분 거리의 오피스텔에서 자취한다. ‘안전’ 때문이다. A씨는 “관리비 때문에 원룸보다 20만원이 비싸고 통근 시간도 더 걸리지만 CCTV, 경비실 등이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거주하는 지슬기(37)씨는 “혼자 사는 여성이 성범죄 표적이 될 확률이 높다는 말에 IP 카메라를 설치했다”며 “매달 3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돈과 시간, 기회비용을 더 쓰더라도 자신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일종의 ‘안전비용’이 여성들의 계산서로 돌아오고 있다. 자취방 구할 때는 물론이고 보안기기를 설치하거나 호신용품을 사는 등 지출 범위는 넓다. 이에 일부 여성들 사이에선 안전에 대한 추가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각지역 근처의 한 부동산 중개사는 “여성 직장인 5명이 방을 구하러 오면 4명은 안전을 1순위로 삼는다. 반면 남성 직장인의 경우 대부분 월세, 직장 등과의 거리 등을 먼저  따진다”고 전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20대 여성 약 300만명 중 155만명(51.7%)이 강력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논문집에 실린 강지현 울산대 경찰학과 교수의 ‘1인 가구의 범죄 피해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33세 이하 여성 1인가구는 남성보다 주거침입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약 11배, 범죄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약 2.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두려움은 방범 용품 구매 등으로 이어지며 1인가구 여성을 타깃으로 한 홈 시큐리티(Home Security)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에서 홈 시큐리티를 검색하면 400건에 달하는 관련 제품이 나온다. ‘모형 CCTV’ 등 1만원대 제품부터 ‘자동으로 녹화되는 초인종’ 등 90만원대 제품까지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한 달간 잠금장치, 모형 CCTV, 경보기 등 방범 용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이상 증가했다.

최근 들어 새롭게 시장에 뛰어든 업체도 많다. 샤오미가 내년에 선보이는 새로운 비디오 초인종은 집 앞에 누군가 오면 이를 인식해 자동으로 짧게 영상이 녹화되고 스마트 폰으로 알람이 간다. 여성이 혼자 있을 때를 대비해 배달이 오면 앱(Application)에서 남자 목소리로 변조 대답하는 기능도 있다.

IOT 여성용 호신 제품 제조회사를 창업한 강혜림 파디엠 대표는 “인체감지 센서와 사진 자동 전송기능의 여성용 보안 방범 기기를 내년 상반기쯤 선보일 계획”이라며 “이미 국내 대기업과 계약을 맺었고 폴란드, 스웨덴, 벨기에 등에 수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도시 안전문제가 개인의 노력이나 실천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 안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성들은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책임지라고 압박받는다.

1인가구 여성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대부분 저소득층에 속한다는 점은 안전비용의 개인부담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최근 10년 사이 혼자 사는 여성은 50% 넘게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여성 1인가구는 284만3000 가구로 전체 가구의 약 14%를 차지했다. 2005년 175만3000가구에서 13년 만에 107만 가구가 늘었다. 전체 1인가구의 여성 비율 또한 50.2%로 남성보다 높다.

하지만 1인가구 여성 구성원 중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100만원 미만이 56.9%로 가장 많았고 30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7.9%에 불과했다. 보안이 취약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저층 주택, 원룸 등을 거주지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들의 요구와 현재의 정책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1인가구 증가에 따른 가족 정책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은 주로 방범창, 가로등, CCTV 설치 등의 ‘주택환경개선’을 안전대책 1순위로 꼽았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의 정책은 대부분 안심귀갓길, 무인택배함, 여성안심주택, 여성안심귀가서비스 등 안전 환경 분위기 조성보다 분리나 보호 정책에 방점이 찍혔다.

전문가들은 기본 시민권인 ‘안전비용’마저 개개인에게 물리다면 여성이 빈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강희영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취업난을 겪는 2030 1인가구 여성이 많은 상황에서 이들의 주거 불안 문제와 안전 문제가 겹치면서 이런 요구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안전한 주거 공간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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