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마을 전체가 함께 하는 놀이 문화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마을 전체가 함께 하는 놀이 문화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8.06.27 19:10
  • 수정 2018-06-27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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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해의 계절이다. 5월부터 8월까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3분의 1 정도의 지역에서는 백야가 펼쳐진다. 처음 북유럽을 여행하는사람들은 창가에 햇빛차단막을 하지 않으면 새벽밤의 빛 때문에 숙면을 취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정도로 햇빛이 길다.

여름의 백미는 6월의 하지축제다. 고속도로마다 차안에 가득싣고 가족을 찾는 귀성차량으로 붐빈다. 6월 셋째주 금요일에 있는 하지축제는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 햇감자와 청어절임으로 식사를 하고 놀이를 즐긴다. 딸기로 만든 케익으로 후식을 해야 식사는 마무리 된다. 식문화와 놀이문화는 오랜 전통으로 유지돼 왔다.

이렇게 점심식사를 마치면 마을마다 치러지는 하지봉(Midsommarstång) 행사에 참가한다. 하지봉 행사에 참가하기 전에 집집마다 아이들에게 화관을 만들어준다. 아이들과 함께 화관을 만들어 가족 전체가 화관장식을 하고 하지봉행사장으로 향한다. 마을사람들이 조금씩 십시일반으로 준비한 자작나무 가지로 긴 장대를 휘감고 두 개의 큰 월계관을 지지대에 걸면 하지봉은 완성된다. 마을전통의상을 입고 하지봉 행사에 참가하는 가족도 있어 한껏 축제의 분위기를 돋운다.

이렇게 하지봉을 세우고 난 후 미리 준비한 전통악기와 바이올린 등을 켜는 악사들과 함께 하지봉 주위로 동그랗게 모여 서로 손을 잡고 돌면서 춤놀이를 즐긴다. 함께 참가한 다른 가족들과 손을 잡고 노는 이 놀이는 다양한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놀기 때문에 전체가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전국적으로 조금씩 내용과 절차가 다를 뿐 함께 부르는 노래와 춤은 큰 차이가 없다. 탁아소와 초등학교에서 배운 노래와 율동은 전국 어디서나 같기 때문에 이 날만큼은 온 나라가 같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놀이를 즐긴다.

마을 단위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자와 손녀 그리고 부모들과 함께 모여 다른 가족들과 함께 손잡고 즐기는 놀이문화는 바로 북유럽 공통체의 중요한 결속수단이 되는듯 하다. 세계가치연구(World Value Studies)의 비교자료를 보면 북유럽 국가 모두 이웃과 상호신뢰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국가들이 70~80% 수준으로 이웃과 타인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 반면 미국, 일본, 한국, 영국 등의 국가들은 30% 정도의 수준을 보인다. 그 이유는 뭘까?

1930년대 학자인 라스웰 (H. Lasswell)의 가설을 토대로 정치적 질서를 연구한 후꾸야마 (F. Fukuyama)는 공동 정체성이 강한 나라일수록 국가의 갈등요소가 낮다고 보았다. 이를 달리 이야기 하면 공동 정체성이 강할수록 끈적한 유대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서로를 신뢰하기 때문에 갈등은 낮아질수 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공동 정체성을 갖게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퍼트남(R. Putnam)은 사회적 참여 기회가 많을수록 신뢰의 요소는 높아진다고 보았다. 합창단에 참가해 함께 화음을 맞추고, 마을 뜨개질 교실에 참가해 다른 이웃들과 함께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공동체 의식이 높게 나타난다. 어릴 때부터 단체 생활을 많이 해 본 사람일수록 함께 결정하는 훈련이 많이 되어 있고 규칙을 따르고 서로 이끌어 주는 민주주의적 절차를 잘 숙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이를 뒤받침한다.

북유럽 하지축제도 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시켜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우리나라도 명절 때 가족 단위로만 즐기는 문화에서 이제는 농어촌 지역에서는 면이나 읍 단위 그리고 도시에서는 동 단위로 마을 주민들이 가족 전체가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추석과 같은 큰 명절 때 가족 단위로 참여해 결속을 다지게 하는 행사를 통해 서로를 알게 하고 가까워지게 하는 놀이문화를 개발해 보면 어떨까? 함께 즐기는 놀이문화를 통해 개인들간 그리고 가족들간에 쌓아 놓은 벽을 허물고 함께 신뢰의 돌을 하나씩 쌓아 올려 보면 어떨까?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들이 마을 단위의 놀이문화를 만들 것을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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