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스웨덴 할머니들이 뿔났다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스웨덴 할머니들이 뿔났다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8.05.30 16:18
  • 수정 2018-06-03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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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5월 중순 어느 하루. 스톡홀름 시내에서 감라스탄 쪽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노인 여성들의 강렬한 구호 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들어보니 정부와 정당들이 여성 연금생활자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을 당장 인상하라는 화난 목소리였다. 모두가 빨간 모자를 쓴 노인 여성단체는 70~80대가 주축인 여성순찰대 회원들이었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73세 비르기타 세베피유르드 할머니는 지금 당장 연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극빈 여성연금생활자가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73세 에바 얄딩 할머니는 연금이 모자라 생활비를 위해 평생 가지고 있었던 여름별장을 팔아야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74세 에바 마리 크리테르손 할머니도 생활비가 모자라 생활 수준이 많이 낮아졌다며 흥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들의 요구는 이랬다.

1950~60년대에는 탁아소 제도가 발달하지 않아 출산과 육아를 책임지기 위해 직장생활을 중단했기 때문에 연금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이혼이나 사별 등 독신으로 사는 여성들에게는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장애인 자녀가 있으면 대개 여성이 육아와 교육을 책임졌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아예 할 수가 없어 기초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은 나이가 들어서도 차별받는 현실을 외면하는 정치인들을 향해 항의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기초연금 수준은 월 8076크로나. 한화로 대략 100만원이 된다. 세금 32%를 제하면 68만원 정도가 남는 셈이다. 임대아파트 임대료 50만원 중 35만원 정도를 주택수당으로 지원받아 지불하면 50만원 남짓 정도가 남는다. 스웨덴의 물가를 생각하면 이 금액으로 외식이나 여가생활은 상상도 못 하고 식비로 충당하기에도 빠듯한 수준이다.

스웨덴에는 연금생활자 220만명 중 10% 정도인 23만명이 저소득연금생활자로 분류된다. 평생 일을 하지 않았거나 출산 및 육아 등으로 직장 경력이 짧아 임금과 연계된 연금이 거의 없어 기초연금만으로 생활하는 경우다. 연금에도 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평균 32%를 지불한다. 대도시일수록 임대료가 높아 가처분소득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로해져서 노인시설에 들어가더라도 무료가 아니다. 노인시설 사용료는 대략 아파트 임대료 수준과 비슷하지만 의료시설이 갖춰져 있고 재택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요금 수준은 더 높아진다.

1990년대 유동성 위기와 2008년 이후 세계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연금수준이 예전보다 30~40% 정도 낮아지다 보니 갈수록 노인 빈곤층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미래연금재정이 갈수록 고갈되다 보니 연금수준을 낮출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연금 재원을 늘리기 위해 현재 일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세금을 더 걷든가, 아니면 퇴직연령을 늘릴 수밖에 없다. 현재 67세까지인 퇴직연령은 5년 후인 2023년까지 69세로 높아진다. 2030년까지 점차 75세까지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모자란 연금 재원을 충당하는 또 한 가지 방법이 바로 소득세를 높이는 것이다. 현재 평균 32%, 최고 35%의 소득세를 앞으로 40%까지 높여야 현재의 연금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세대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오게 된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최고소득세가 60%에 육박하게 되면 결국 스웨덴 이탈 현상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금을 마냥 올릴 수도 없다. 이미 담세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해결책으로 65세가 되면 물가가 스웨덴보다 낮고 기후가 따뜻한 곳으로 이주하는 것이 보편화 돼가고 있다. 스페인 중남부 해안, 태국 등지로 연금 이민을 택하는 연금생활자가 벌써 7% 수준인 15만명 정도에 이르렀다. 연금생활자 대탈출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 탈출도 결국 소득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빈부격차의 상징으로 보이기도 한다.

할머니들이 의회의사당을 향해 여성 노인 차별문제를 해결하라고 초여름 더위에 구슬땀을 흘려가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에 우리나라의 상황이 오버랩돼 마음은 더욱 착잡해진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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