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다문화 교육과 국가경쟁력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다문화 교육과 국가경쟁력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7.12.06 10:51
  • 수정 2017-12-06 2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구 1000만 스웨덴에서

구사되는 언어는 200여개

220만 이민자 포용하며

국가 경쟁력도 높여

 

 

스웨덴에서 요즘 언어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핵심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모국어를 학교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한 모국어 교육법이 폐지돼야 한다는 논지다. 세 명의 보수당 지방정치인들이 함께 스웨덴의 최대 일간지 중 하나인 스벤스카 다그블라뎃(Svenska Dagbladet)에 올린 객원칼럼에서 모국어 교육이 스웨덴어의 학습능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내용이 논쟁의 불을 지폈다.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쪽은 국가의 경쟁력과 문화적 포용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현재 모국어 교육 폐지와 존속을 놓고 벌이는 논쟁에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모국어 교육을 통해 제1 언어가 모국어가 되고, 제2 언어가 스웨덴어가 되기 때문에 현지에서 교육 후 사회에 진출할 경우 스웨덴 구사 실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다문화 자녀 중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언어구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학문적으로는 정확히 입증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두 번째로 재원 부족 현상이다. 다문화가정의 아동을 위해 모국어를 교육하기 위해서는 모국어 전문교사 인증제도가 작동돼야 하고, 학생들에게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진행해야 하므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교육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의 한정된 재원을 이유로 갈수록 폐지의 목소리가 커지지만, 모국어 교육을 존속시켜야 한다는 쪽이 아직 우세하다. 왜 그럴까?

스웨덴은 1977년부터 부모 중 한 사람이 외국인 출신인 경우 그 부모의 모국어를 무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법령을 적용하고 있다. 1995년부터는 부모와 학생이 원할 경우 초등학교부터 모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모국어 교육 자격교사를 통해 방과 후 과정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국어를 배우는 아동의 경우 최초 언어는 모국어가 되고 제2 언어가 스웨덴어가 된다. 다문화가정의 모국어를 국가에서 교육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아동의 심리적 안정성이 증대된다고 한다. 직장 생활을 하는 부모에게 말과 문법, 작문 등을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방과 후 학교에서 모국어 교육 자격증을 가진 선생님에게 배우면서 모국어 실력이 향상되고 그 결과 부모와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모국어로 부모와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가정 내에서 문화적 충돌이 발생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언어를 통해 부모의 나라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다문화 자녀들이 학교에서도 모국어를 공개적으로 배우게 되면서 다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동시에 다문화 자녀들이 또래 그룹에 포용 되는 경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언어의 다양성을 인정한 결과 학생들의 넓은 문화적 포용성으로 인해 다문화 자녀들이 학교폭력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동시에 낮아진다는 조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셋째, 모국어 교육의 결과로서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문화적 다양성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 다른 각도에서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조직 전체의 높은 창의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제적 국가경쟁력의 척도로 문화적 융합성과 포용성이 포함된 이유다.

스웨덴 인구 1000만명의 22%에 해당하는 220만 명이 이민자 출신이다. 외국에서 태어나 스웨덴으로 이주해 온 1세대, 2~3세대까지 합친 숫자다. 국가통계를 보면 현지에서 태어난 2세대, 3세대의 자녀들이 모국어 교육제도를 통해 모국어를 체계적으로 배우게 되면서 스웨덴 내에서 구사되고 있는 언어의 수는 200여개가 넘고 있다. 세계에서 사용되는 대부분 언어가 인구 1000만명 밖에 안 되는 스웨덴 국민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세계 각국에서 이주해온 가정에서 성장한 다문화 자녀들이 구사하는 외국어 수준은 곧 한 국가의 국제화 그리고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되는 이유다. 세계 유수의 외국기업들이 높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을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나라라고 꼽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스웨덴 국민들의 높은 언어 구사력과 문화 포용력이다. 우리나라도 다문화 자녀가 급속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스웨덴의 모국어 교육정책이 주는 시사점은 크다고 하겠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