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소수민족의 인권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소수민족의 인권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7.09.21 18:37
  • 수정 2017-09-21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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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인권 존중하는 사회적 징표는

민주주의의 건강성도 함께 담겨

 

4000년 전부터 북유럽 국가 북쪽에 퍼져 있는 사미족(일명 랩족)은 2만3000명이 사미어를 구사하고 있다. 1999년부터 공식 소수인종 언어로 인정받았고, 사미의회는 1993년 설립돼 스웨덴 정부의 공식 지원을 받고 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에서도 1989년과 1996년 공식 인정받아 사미족을 위한 전통문화와 언어보존을 위한 행정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사미족은 현재 북구사슴의 방목 등으로 주로 생계를 유지한다. 광활한 스칸디나비아반도 북쪽 지역을 계절별로 텐트를 옮겨가며 사슴을 관리하기 때문에 농장주인들이 헬리콥터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안정적 경제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여름부터 겨울까지 텐트 체험, 북구사슴 체험, 겨울에는 오로라와 북구사슴 썰매 등의 프로그램으로 관광사업도 활발하다.

하지만 사미족도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세계 2차 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우생학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스웨덴에서도 1921년 국립인종연구소가 설립돼 정부 주도로 우생학 연구가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지능 및 기능장애자들은 격리돼 불임시술을 강요받았고, 인종연구소의 연구결과는 병동에서 벌어지고 있던 이런 반인권적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해 줬다. 성범죄자 그리고 동성애자들도 반기독교적 이유로 같은 취급을 받았다. 알코올 중독자와 가정폭력 사범들도 같은 선상에서 사회적으로 공공연하게 비판받았다.

1880년대부터 소수민족 인종연구를 위해 1만여개의 사미족 유골이 카롤린스카대 연구팀에 의해 수집됐고, 이 과정에서 한 마을의 교회 무덤까지 파헤쳐졌다. 1920년대 들어 더욱 체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당시 생존했던 사미족 1300명의 두개골, 치아, 수치스러운 전신사진까지 찍어 자료실에 보관돼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2010년 국립방송 다큐멘터리팀에 의해 파헤쳐져 세상에 알려졌다. 인종 연구를 위해 소수민족의 인권은 유린당했고, 결국 2015년 1월 카롤린스카대 총장이 직접 나서 공식적으로 과거에 대한 사죄와 함께 사미족 후손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카롤린스대 총장의 사과와 반성만으로 이미 저질러진 반인륜적 죄와 행위까지 용서받을 수 있을까?

세계적 지도자로 존경받던 아웅산 수치 여사가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다. 미얀마 북부 지역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의 인종 청소 정책을 막지 못한 것도 모자라 군대의 발포를 가짜 뉴스라고 하면서까지 미얀마 정부의 반인권적 소수민족 정책을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언론까지 나서 수치 여사가 받은 노벨평화상을 박탈하거나 상금만이라도 돌려받아 30만명의 난민을 위해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수치 여사가 수상한 광주인권상도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국내에서 들린다.

지금 우리가 구가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해 왔다. 다수라는 이름으로 소수의 인권과 삶을 짓밟고 수많은 반인륜적 행위가 자행됐다. 인류가 소수민족을 지속해서 탄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헤럴드 라스웰은 순혈주의적 민족주의와 우월성 경쟁은 인류 역사의 전쟁과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봤다. 지금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와 극우파의 득세 뒤에는 자국경제 우선주의도 있지만 그 뒤에는 실상 국수주의적 열망의 의도도 숨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의 본질은 결국 백인우월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리가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전 세계적 소수민족의 차별을 보며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 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거부운동이 함께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적 징표는 민주주의의 건강성도 함께 담고 있다. 매일 장애인 자녀를 위해 먼 곳까지 통학시키는 부모들의 아픔을 소수자의 입장에서 함께 나눌 수 있어야 성숙한 시민이다. 좀 더 소수자 인권이 숨 쉬는 한국사회를 위해 절박하게 고민할 때 소수민족의 아픔도 함께 나누는 인권국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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