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픔의 틈새
1940년 일제강점기,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는 소박한 꿈으로 사할린 탄광으로 떠난 사람들은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는 탄광과 약속과 다른 강제 노동을 마주한다. 이금이 작가는 사할린 한인 1세대 주단옥의 일대기를 통해 조국에 몇 번이나 배신당하면서도 굴복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단옥에서 야케모토 타마코, 다시 주단옥에서 올가 송까지. 이름과 국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삶에 대한 간절함을 그린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사계절출판사, 2016),『알로하, 나의 엄마들』(창비, 2020)에 이은‘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완결편.
이금이/사계절/1만8500원

호랑이는 숲에 살지 않는다
한 세기 전까지 ‘호랑이의 땅’이라 불렸던 한반도에서 이제는 호랑이를 찾을 수 없다. 동물원에서 본 표범에 한눈에 반한 대학생은 누군가 이 현실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내 유일의 호랑이 연구자가 된 보전생물학자 임정은의 첫 에세이는 생물다양성 위기와 기후위기에 맞서 세계 곳곳을 누비며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해온 치열한 여정을 담았다. 인도네시아의 코뿔소부터 중국과 라오스의 호랑이까지, 멸종위기종을 지키는 일이 자연의 일부인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임을 알려준다.
임정은/다산초당/2만원

지문 하나 남지 않은, 아무것도 아닌
‘여성 대법관 2호’이자 2012년 대법관 퇴임 이후로 변호사 개업 대신 공익활동에만 종사해 온 전수안 전 대법관의 연설문·기고문·칼럼 모음집. 법률가와 법학도를 향한, 우리 시대의 사법제도와 법률 현실에 대한 죽비소리를 모았다. 특히 대법관 취임사와 퇴임사는 예비 법조인들의 필독 문장으로 주목받아 왔다. 법률가가 갖춰야 할 인권의식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글들이 법률이 나아갈 방향을 내다보게 한다.
전수안/은빛/1만8000원

사람들은 사람들의 몸을 감싸안는다
미국 문학 거장, “자유시의 아버지” 월트 휘트먼은 게이였다. 시인의 작품들을 깊이 읽으려면 그의 성과 정체성을 지울 수 없다. 휘트먼의 퀴어 감수성에 오롯이 집중한 번역 시집이 나왔다. 젠더나 정체성의 범주를 넘어서는 사랑과 연대의 가능성을 노래한 작품들을 선별해 엮었다. 남성을 향한 성적 욕망과 뜨거운 정서, 신체적 접촉을 묘사한 구절들은 시인이 진정한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려 했던 분투의 흔적이다.
월트 휘트먼/김성훈 옮김/파시클/1만9000원

이피세世
미국 현대예술재단(FCA) 선정 ‘도로시아 태닝상’ 한국인 첫 수상자, 현대미술가 이피의 자전적 에세이와 작품을 엮었다. 고려 시대 불화 기법과 합성 점토, 강화 플라스틱, 말린 오징어 등 다양한 동시대 재료를 결합해 ‘멸종한 몸, 미래의 몸, 타자의 몸’을 표현해 온 작가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독특하고 기이한 상상의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도판 113점도 실었다.
이피/정새벽 역/난다/2만8000원

내 마음 하나 잊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 여성 서양화가이자 세계일주를 떠난 여성, 시대의 한계를 거침없이 써 내려간 문필가, “여자이기 이전에 사람이다”라고 외쳤던 여자. 나혜석의 삶을 유승하 작가가 만화로 생생하게 되살렸다. 동료 여성 지식인과의 깊은 교류, 여행하며 마주한 유럽의 여성과 가족, 어머니로서의 경험, 말년 수덕사에서의 삶까지, 그의 삶을 깊고 넓게 조명한다.
유승하/창비/1만8000원

울트라맨을 위하여
15세 소녀 우주에게 삶은 가혹하다. 화물트럭 운전사였던 아버지는 음주운전 외제차와 충돌해 목숨을 잃고, 사람들은 오히려 아버지를 비난한다. 엄마는 알코올중독으로 죽어간다. 우주는 아버지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친구를 때린 후 전학을 간다. 새 학교에서 ‘왕따’ 메리를 만난다. 신보라 작가가 서태지의 노래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첫 장편소설이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담았다. 제5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신보라/&(앤드)/1만5000원
